'부드러운 것이 좋다' 여성을 위한 올 뉴 쏘울

평창 =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입력 2013.10.29 08:04  수정 2013.10.29 17:18

<시승기>부드럽고 조용한 승차감으로 1세대 단점 개선…운전 재미는 '글쎄'

올 뉴 쏘울 주행 장면.ⓒ기아자동차

기아차 쏘울은 박스카다. 박스에 대패질을 좀 가하긴 했지만 보편적인 자동차와는 확실히 다른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튀는 스타일’의 차는 유행을 탄다. 반짝 잘 팔리긴 하지만 그게 오래 가진 않는다는 의미다. 1세대 쏘울이나 닛산 큐브 모두 국내에서 같은 길을 걸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2세대 쏘울의 가장 큰 숙제는 출시 초기 큰 임팩트를 발휘하는 것보다 오랜 기간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28일 강원도 평창에서 2세대 올 뉴 쏘울을 시승하며 이 녀석이 선대 쏘울의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테스트해봤다. 시승 구간은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정동진 썬크루즈 호텔까지 왕복 약 146km 구간이었다.

기아차는 올 뉴 쏘울 출시 당시부터 노골적으로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 쿠퍼를 경쟁 차종으로 지목해 왔다. 이날 시승행사에서도 행사장 입구에 올 뉴 쏘울과 미니 쿠퍼를 나란히 전시해놓는가 하면, 브리핑 중에도 미니 쿠퍼를 자주 언급했다. 최근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 뉴 쏘울과 미니 쿠퍼의 블라인드 테스트 영상까지 공개했다.

기아차의 주장을 종합하자면, 올 뉴 쏘울이 미니 쿠퍼보다 실내공간이 넓고, 승차감도 좋으며, 소음도 적고, 인테리어와 편의사양도 뛰어나며, 가격도 싸다는 것이다.

실제 시승 결과 일단 기아차 측의 주장에 큰 무리가 없음은 인정할 수 있었다. 준중형 치고는 넓고 편안한 좌석을 갖고 있었고, 웬만한 노면 요철에는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승차감도 뛰어났다.

소음은 풍절음이 다소 거슬렸지만, 노면 소음은 상당히 잘 막아낸 듯하다. 차체 하부에 언더커버 적용해 구형보다 소음을 많이 줄였다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인테리어는 개인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준중형 차량 치고는 고급 마감재를 많이 사용하며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졌다. 편의사양 중에는 와이드선루프의 시원한 개방감이 인상적이었다.

가격은 말할 것도 없다. 올 뉴 쏘울이 1595만~2105만원, 미니 쿠퍼는 3240만~4100만원으로 두 배 가량 차이다.

다만, 이같은 점들만 놓고 올 뉴 쏘울이 미니 쿠퍼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미니 쿠퍼는 거친 드라이빙에 최적화된 차다. 애초에 푹신한 승차감이나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안중에 두지 않고 개발된 차다. 즉, 기아차가 제시한 평가 항목들은 미니 쿠퍼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다. 권투선수와 유도선수를 ‘권투 룰’로 맞붙여 놓은 꼴이다.

올 뉴 쏘울의 주행감은 전반적으로 ‘얌전한’ 느낌이다. 저속에서도 부드럽고, 고속에서도 박스카 치고는 안정적이다. 적어도 시속 160km 정도 속도까지는 크게 불안한 느낌이 없다. 1세대 모델보다 전고를 낮춘 효과인 듯하다.

다만, 거칠게 몰기에 적합한 차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속도가 빠르게 오르지 않는다. 같은 1.6ℓ GDI 엔진을 얹은 K3나 아반떼보다도 굼뜬 느낌이다. 공차중량이 100kg 이상 더 나가고 공기 저항도 더 받는 디자인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핸들링도 썩 정교하지는 않다.

동승자의 엉덩이에 멍이 들건 말건 운전자만 즐겁게 만든 미니 쿠퍼와는 정 반대의 느낌이다. 애초에 두 차량은 주종목이 다르다.

올 뉴 쏘울의 디자인은 구형에 비해 좀 더 날렵하고 다듬어진 모습이다. 전장(4140㎜)은 20㎜ 길어졌지만, 전폭(1800㎜)과 전고(1600㎜)는 각각 15㎜, 10㎜씩 줄었다.

측면부는 기존의 단단한 2박스 형태가 다소 부드러운 느낌으로 변했다. A필러 각도는 좀 더 눕혀졌고,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전고 후저’ 스타일은 더욱 강조됐다.

구형이 박스 형태에 가까운, 튀는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었던 점을 감안하면, 모난 부분을 깎아낸 올 뉴 쏘울은 상대적으로 무난함을 추구해 좀 더 넓은 소비층을 끌어들이려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전폭과 전고가 줄다 보니 전체적으로 차체가 작아 보인다. 특히, ‘전고 후저’ 스타일로 인해 후방 면적은 더욱 작아져 뒤쪽에서 보면 경차 모닝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뒷면 그린하우스 부분을 감싸는 검은색 테두리는 디자인적으로는 세련됐을지 몰라도 차체를 더욱 작아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가격과 차체 크기는 비례한다는 인식(특히 국산차에 대해)을 가진 소비자들에게는 모닝과 혼동을 유발하는 뒷모습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연비는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했을 때는 16.2km/ℓ가 나왔으나, 가속페달을 마음껏 밟아대자 8km/ℓ대까지 떨어진다. 공인연비도 가솔린 기준 11.6km/ℓ(디젤은 14.1km/ℓ)로, 1.6ℓ급으로서는 좋지 않은 편이다.

총평을 내리자면, 일단 올 뉴 쏘울은 1세대 쏘울이 받았던 승차감과 소음 측면의 악평을 극복하는 데는 성공했다. 대신 ‘운전의 재미’ 측면에서는 별다른 개선이 없고, 오히려 더 얌전해졌다. 전반적으로 미혼 여성과 주부까지 포함한 넓은 계층의 여성에게 어필할 부분이 많아졌다.

또, 좀 더 날렵해진 차체로 구형보다 ‘덜 튀는’ 모습을 갖추게 된 것도 소비층을 넓히고 장기간 판매량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하다.

올 뉴 쏘울의 가격은 1.6 가솔린 모델이 ▲럭셔리 1595만원(수동변속기) ▲프레스티지(이하 자동변속기) 1800만원 ▲노블레스 2015만원이며, 1.6 디젤 모델은 ▲프레스티지 1980만원 ▲노블레스 2105만원이다.

통상 해치백 모델이 세단형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올 뉴 쏘울은 준중형 세단인 K3(가솔린 기준 1543만~1999만원)와 비슷한 가격대라는 점에서 큰 무리가 없는 가격 책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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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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