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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내부에서도 "9명 위해 6만 교사가 거리로?"


입력 2013.10.22 14:40 수정 2013.10.23 11:09        이충재 기자

일부 교사들 "내부결속 목적으로 장외투쟁 안돼"

학부모단체들도 "학습권 침해 반드시 책임물을것"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교조 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정부의 전교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대회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교조 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정부의 전교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대회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해직자를 노조에서 내보내라는 정부 명령을 거부하고 또 다시 거리로 나선다.

전교조는 연가(年暇)투쟁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교육계와 학부모의 우려를 사고 있다. 수능시험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참교육’이 아닌 정치적 생존을 위한 투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교조, 탄압받고 더 강경노선 뭉칠 수 있다"

당장 전교조가 법외노조의 길을 갈 경우, 투쟁노선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전조교가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합법적인 노조가 되기 전 노태우-김영삼 정부의 압박을 받으며 오히려 활성화된 점을 들어 “전교조가 더 강경노선으로 뭉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노조는 탄압할수록 더욱 결집하는 생리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전교조가 이렇게 지금까지 활동하는 것도 과거 정부의 탄압이란 자양분을 통해 생겨난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1989년 창립된 전교조는 당시 노태우 정권에서 교원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을 해직시키는 등 압력에 맞서 오히려 세를 키웠다. 10년 뒤 김대중 정부에서 합법노조로 인정받으며 조합원을 10만명으로 늘이기도 했다. 전교조가 이번 사태 이후 ‘100억원 투쟁기금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대대적인 투쟁노선을 구축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교조 선생님 만나면 안된다'는 인식 확산되면 '소멸의 길'

교육단체에서 활동 중인 한 보수진영 인사는 오히려 전교조 내부에서 나오는 ‘반(反)정치·이념 투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교조는 이번 법외조노 논란과 함께 내부적으로 정치활동에 대한 찬반여론이 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석기 사건’을 계기로 특정 정파와 손을 맞잡는 행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전교조 조합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교조 교사로서 품은 참교육에 대한 생각과 실천을 하는 것이 아닌 정치적, 이념적 투쟁은 우리 스스로 고립시킨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며 “이번 법외노조 결정에 교사들의 진솔한 목소리가 빠지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외노조로 가게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합원들의 생각을 더 담을 수 있는 조직구성과 참교육을 실천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가 공안 정국을 조성하며 자신들을 탄압한다고 주장하며 내부결속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지만, 법 준수가 아닌 투쟁을 택한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해직 조합원 숫자는 조합원 6만 명 가운데 9명에 불과해 “9명 때문에 법외노조로서 우리의 목소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가르칠 명분이 있느냐”는 지적에 답을 내놓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특히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전교조 선생님을 만나면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전교조 스스로 ‘소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지난 10년 동안 이라크 파병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광우병 촛불집회 등 정치·이념 투쟁에 빠지지 않았고, 그 사이 조합원 숫자는 2003년 9만4000명에서 현재 6만명으로 30%이상 줄어들었다.

뿔난 학부모 단체 "학습권 침해 행위엔 반드시 책임 물을 것"

‘투쟁’을 선언한 전교조가 교실이 아닌 거리로 나서면서 최대 피해자는 학생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교조의 촛불이 교실 안으로 옮겨 붙을 경우, 피해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학부모 시민단체인 바른교육권실천행동은 “정부는 전교조가 학생을 볼모로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며 “전교조의 법치를 짓밟는 대정부 투쟁과 학생-학부모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역 고3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도 “아이들 공부하는데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에 알아보고 있다”며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학부모 생각은 안하고, 자신들 권리에 몰두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교조 조합원의 69%가 ‘규약 수정 거부’ 쪽에 투표하고 법외노조의 길을 택한 것은 스스로 투쟁의 명분을 찾아 나선 것이란 지적이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 한 인사는 “전교조가 강력한 거리투쟁 명분을 찾기 위해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기다린 듯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합법노조 틀 지켜야"…'정치투쟁'에 조합원 숫자도 감소해

전교조 문제가 정치권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면서 여야 대치정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민주당은 정부의 결정을 ‘전교조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가 노동문제에 개입하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전교조의 강경노선 선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DJ(김대중 대통령)가 14년 전 합법화시킨 전교조가 해직교사 9명 때문에 합법노조로 불인정된다면 (안 된다.) 합법노조의 틀을 지키면서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며 “합법화 때를 기억한다면 재고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학교 대신 거리로 나선 전교조, 역사교과서 이슈로 '여론전 대비'

전교조가 이번 사안을 두고 연가투쟁까지 검토하면서 정부와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조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총력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교조는 전국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투쟁의 열기를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21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2일 학부모-시민 선언, 23일 교수 선언 등 투쟁전선을 확산시킨다.

오는 24일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이뤄지면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고, 28일부터는 시도지부별 조합원이 참가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 투쟁집회’를 열 계획이다.

특히 교육계 뜨거운 이슈인 ‘역사 교과서 논란’을 둘러싼 병행투쟁도 예고했다. 친일·독재미화 교과서 규탄시위가 여론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교조는 또 교육부가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학교 성과급은 항의의 의미에서 반납하기로 했다. 29일 조합원 1만5000여명이 7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교육부에 반납하고, 교육부가 거부하면 동일 액수로 분배하기로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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