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보수언론이 앞장서 '반미 감정' 자극
일본 차분하게 군사력 강화 우리나라와 대조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또다시 미사일 방어에 관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MD(미사일 방어망)에 참여할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국방부는 "참여할 의사도 없고, 미국이 참여를 요청한 적도 없다"는 해명이다.
필자는 지난 2013년 10월 2일 “'미국 MD 참여'가 미 제국주의에 협조하는 거라고? -정확하게는 미 MD 참여 아닌 협조일뿐”이라는 칼럼을 통하여 국방부의 입장과 동일한 설명을 한 바 있다.
☞ [관련기사] '미국 MD 참여'가 미 제국주의에 협조하는거라고?
하지만 지금까지도 일부 언론, 그것도 보수지향의 가장 큰 언론이 한 두 사람의 시각에 의하여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자극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어느 국가도 '미국 미사일 방어망 참여 여부'로 논란이 일지 않는데, 왜 한국에서만 이러할까? 일부 언론과 지식인들이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국가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일이 추진되게 하는 대신에 국민들의 감정을 이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특히 한미동맹과 관련하여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고, 우리 국방력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한국과 유사한 상황에 있는 일본의 예를 통하여 비교해보자.
휴전 상태의 한국보다 일본의 군사력이 강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6.25전쟁 이후로 자주국방을 최우선적 국가과제로 선택하여 추진해왔다. 지금쯤이면 한국의 군사력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강한 수준이어야할 것이다.
반면에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배이후 평화헌법에 의하여 군대 자체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금지되어 ‘자위대’(自衛隊)라는 명칭으로 최소한의 군사력만 유지해왔다. 그렇다면 군사력도 미미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2012 국방백서'에 의하면 일본의 군대 규모는 육군 15만명, 해군 4.5만명, 공군 4.7만명 등 총 25만명에 달하고, 그 질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최첨단의 전투함과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 8월 6일에는 항공모함급 헬기 호위함인 '이즈모 함'을 진수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최대 잠수함은 1800톤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대부분이 3000톤급 이상이고, 그 중에는 4200톤급 잠수함도 4척이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일본은 해병대까지 보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의 군사력은 막강하다.
일본은 차분하면서도 합리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하여왔지만, 한국은 MD 참여 논란에서 보듯이 엉뚱한 논란으로 시간을 낭비해오고 있다. 일본은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읽어서 대처한 반면에 한국은 감정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제때에 결정을 내려 필수적인 무기체계를 획득해왔지만, 한국은 계속 지체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미사일 방어나 차기 전투기획득사업을 둘러싼 예를 한번 살펴보자.
미사일 방어 : 한국은 논란중, 일본은 구축완료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전력 강화, 특히 ‘핵미사일 개발’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인식하여왔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적시적으로 시행하여 상당한 방어능력을 구비한 상태이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 시험발사에 자극받은 이후 수년 간의 논의를 거쳐 2003년 미사일 요격용으로 미국이 개발한 지상의 PAC-3 미사일, 해상의 SM-3 미사일을 확보하기로 결정하였고, 현재까지 일관성있게 추진해오고 있다.
일본은 또한 미국과의 협력을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고려하여 미국의 전방추진 X-band 레이더를 일본에 배치하도록 하도록 공유하고 있고, 미사일 방어 작전에 대한 미일 양국의 유기적 협조를 보장할 수 있도록 쌍방 합동작전조정센터(BJOCC, Bilateral Joint Operation Coordination Center)를 구축하였으며, 대륙간탄도탄 요격이 가능한 SM-3 Block IIA미사일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정책 추진은 너무나 미온적이거나 감정적이었다고 판단된다. 1998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목격한 것은 일본과 같지만 한국은 남북한 화해협력 분위기를 해칠까봐 이를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또한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은 미국 미사일 방어망에 가입하는 것이라는 몇몇 사람들의 주장이 확산되면서 미국과의 협력은 의도적으로 회피하여왔다.
결국 한국은 항공기 방어용의 지상 PAC-2 미사일과 해상 SM-2 미사일 확보하는 데 그쳤고,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마땅한 대책을 구비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
그 결과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시도할 때 일본은 '파괴명령'을 하달하였지만, 한국은 '예의주시'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F-35 전투기 : 한국은 토론 중, 일본은 구매결정
군사력 증강에 관한 한국과 일본의 접근방식 차이는 공군의 전투력에 있어서도 상당한 격차가 나도록 만들고 있다. 일본의 F-15J와 한국의 F-15K를 단순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F-15J가 우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일본은 4대의 공중급유기를 보유함으로써 전투기의 활동반경을 대폭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전투기의 전체 댓수는 400여대로 양국이 비슷하지만 일본은 F-15J가 200대 정도인데 반하여 한국은 F-15K가 60대에 불과하다. 나아가 일본은 2011년 차기 전투기로 F-35기를 선정하면서 총 4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지만, 한국은 아직 기종을 결정하지도 못한 상태이다.
최근에 있었던 차세대 전투기 결정 과정을 보면 한국과 일본의 접근방법이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고, 이러한 것들이 누적되어 한일 간의 전투력 격차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일본도 F-35 이외에 미국 보잉사의 FA-18E/F, 유럽연합(EU)의 유로파이터를 동시에 검토하였지만, 스텔스 기능의 우수성에 주목하여 F-35를 결정하였다. 당연히 일본도 비행 테스트를 하지 못하였지만 결정적인 흠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단가 상승을 감수하면서도 자국 부품을 포함시키도록 하였다. 일본은 큰 논란없이 F-35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처음에는 F-35가 주목을 받았으나 곧 비행테스트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로 국민적 반발이 확산됨으로써 정부의 선택폭이 제한되었다. 결국 정부는 성능보다는 가격에 높은 비중을 두어서 F-35, F-15SE, 유로파이터를 비교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스텔스 기능이 우수한 F-35는 초반에 탈락하게 되었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스텔스 기능이 약한 다른 전투기를 선택할 경우 예산의 낭비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적극적으로 제기되었고, 결국 단독후보로 남은 F-15SE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차기 전투기사업은 늦어지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이러한 대조적인 경향이 한 두 가지에만 국한될 경우에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러하다면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 내고, 현재의 군사력 격차가 그 결과일 것이다. 앞으로도 일본은 적시적이고 타당한 결정으로 군사력의 현대화를 가속화할 것인데 반하여 한국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의사결정의 적시성과 합리성을 개선하지 않고는 앞으로의 국방력 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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