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뒤 4차전’ 김진욱 감독 정공법 통하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3.10.11 23:28  수정 2013.10.11 23:33

연장 14회 접전 끝에 이원석 끝내기로 승리

1~2차전 시행착오 딛고 3차전서 정공법 승부

김진욱 감독이 1~2차전 시행착오 딛고 정공법으로 판세를 뒤집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두산 베어스

두산이 연장 14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두산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과의 홈 3차전에서 연장 14회말 이원석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 승리했다.

이로써 2패 후 첫 승을 낚은 두산은 리버스 스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두산은 지난 2010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서 2패 후 3연승을 거두며 역대 포스트시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비록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두산 김진욱 감독 입장에서는 고민만 더 커지게 된 경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의 최대 강점인 타선이 좀처럼 터져주지 못하는 가운데 원치 않는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4시간 40분 동안 경기를 펼친 양 팀은 준플레이오프 사상 최장시간 경기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 1991년 9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4시간 31분이었다.

달갑지 않은 소식은 또 있다. 두산과 넥센은 고작 13시간만 쉰 뒤 다시 잠실구장에서 만나야 한다. 하필이면 4차전 일정이 주말에 배정돼 오후 2시에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비록 승리하긴 했지만 아직 1경기 여유가 있는 넥센보다 여전히 벼랑 끝에 몰려있는 두산이 정신적 피로도 면에서 심할 수밖에 없다.

감독들 간의 지략 싸움에서도 두산은 넥센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김진욱 감독은 앞선 1~2차전과 달리 최준석을 4번 타자 1루수로 배치시켰다. 기존 4번이었던 김현수가 부담감으로 인해 타격 부진에 빠진 것이 이유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최준석은 4회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그동안 더그아웃에 앉아 있기만 했던 자신의 설움을 모두 날려버렸다. 최준석의 가세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먼저 최준석이 4번에 위치함으로써 무게감이 더해진 두산 타선은 6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넥센 마운드를 압박했다. 앞선 2경기에서 두산이 얻어낸 볼넷은 5개에 불과하다.

또한 김진욱 감독이 선보였던 1~2차전 용병술은 스스로 실패와 다름없다는 것을 인증하고 말았다. 김 감독은 앞서 발야구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것이라고 공언, 김현수를 1루수로 돌리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공개했다. 그러나 올 시즌 팀 타율 1위의 두산은 달리는 것보다 치는 것이 보다 어울리는 팀이다.

이번 3차전에서는 노경은에 이어 등판한 구원투수들이 무실점을 합작했지만 두산의 불펜 역시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특히 시리즈 내내 지적되고 있는 좌완 릴리프의 부재는 김진욱 감독의 준비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연장 14회까지 치른 이번 3차전에서는 필승조인 홍상삼과 정재훈 카드를 끝내 꺼내지 않았다. 두 투수 모두 1~2차전에서 크게 부진했던 이들이다. 결국 휴식 제공이 아닌 극심한 컨디션 난조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두산은 연장전에 접어들어서도 몇 차례나 실점 위기에 빠졌었다.

3차전에 와서야 시행착오를 바로 잡은 김진욱 감독이 내밀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두산은 비록 불펜이 약하지만 팀 타율 1위팀답게 타선의 응집력과 몰아치기가 뛰어나다는 것을 지난 페넌트레이스에서 입증했다. 불확실한 선수운용보다 정공법을 택하는 편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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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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