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김수현 '신' 홍자매?

민교동 객원기자

입력 2013.10.09 09:50  수정 2013.10.09 10:01

김수현 임성한 거장 작가들의 위상 흔들

소현경 김은숙 홍자매 세대교체 기수들 급성장

막장, 배우 하차논란으로 시끌시끌했던 임성한의 '오로라공주' ⓒ MBC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거탑’으로 여겨지던 김수현 작가와 임성한 작가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이는 곧 한국 드라마의 세대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김수현 작가는 그 이름으로 충분한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는 드라마 작가다. 고정적인 시청률이 보장되는 데다 막장 논란 등에 휘말리는 일도 거의 없다. 쪽대본 등과도 거리가 먼 작가다. 그가 대본을 쓰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최소한 연기력에선 칭찬을 받을 수 있으며 스타 반열에 오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시청자들도 김수현 작가가 대본을 쓰는 드라마라면 믿고 채널을 고정할 정도다.

그런 김 작가가 처음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엿보였다. SBS 새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대본을 맡은 김 작가는 주연 배우의 교체로 먼저 한차례 내홍을 겪었다. 주연으로 캐스팅 된 한가인과 천정명이 연이어 하차한 것. 대다수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싶어 하는 김 작가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가 연이어 하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가인을 대신해 김사랑이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역시 무산됐고 힘겹게 이지아가 캐스팅됐다.

거듭된 섭외 난항으로 드라마 방영 시점을 내년으로 미뤄야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 나왔을 정도다. 어렵게 본래 편성대로 방영이 결정됐지만 그 과정에서 김 작가와 오랜 호흡을 맞춰온 정을영 PD까지 하차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한 것이지만 준비 작업을 함께 해온 정 PD가 촬영 시작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건강을 이유로 하차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임성한 작가 역시 명성에 맞지 않는 시청률로 아쉬움을 사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는 분명 고정적으로 좋은 시청률이 나오고 있지만 애호 임 작가의 복귀작이라는 기대치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치다. 임 작가는 본래 지난 해 MBC 일일드라마로 컴백할 계획이었지만 남편 고 손문권 PD의 자살과 이후 불거진 다양한 논란으로 인해 1년가량 뒤늦게 컴백했고 그만큼 ‘오로라공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시청률이 꾸준하긴 하지만 ‘대박’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 출연진이 갑작스럽게 대거 하차하면서 뒷말만 무성해졌다. 박영규 등 갑자기 해외 이민 등의 설정으로 중도 하차 당한 배우들까지 의아함을 표현했을 만큼 돌연 하차였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드라마 상에서 비중이 커진 배우 백옥담을 두고 임성한 작가의 조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혜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들 두 거장 작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가장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배우들의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김수현 작가와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하면 상당한 수준의 시청률이 보장된다. 다시 말해 성공이 보장된 길이라는 것. 아무리 스타급 배우라 할지라도 작품 운에 따라 일희일비하기 마련이다. 초대형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일 지라도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조기 종영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결국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선정하는 것인데 이들 스타 작가의 드라마는 성공 가능성이 담보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잘 하면 스타 등극도 가능한데 그 과정에서 연기력 논란도 비켜갈 수 있다. 스타급 배우들은 스타 작가를 만나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며 신인 배우들은 연기력 논란을 비켜가며 스타로 등극할 수 있다. 불과 3~4년 전에만 해도 김수현 작가와 임성한 작가 등 스타 작가의 드라마에 배우들이 어떻게든 출연하려 애쓴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배우들이 오히려 이들 작가의 작품을 기피하는 경향이 심하다. 임성한 작가야 본래 주연급 배우는 알려 지지 않은 신인을 주로 기용하고 중견 배우들은 자주 일했던 배우들, 소위 말하는 임성한 사단이 총출동한다. 그렇지만 신인을 기용하는 임성한 작가의 정책도 조금씩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방영 중인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 역시 고정 시청자 층을 바탕으로 건실한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박으로 보긴 힘들다. 만약 스타급 배우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또 다를 수 있었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아쉬움이다. 물론 차기작에서 임성한 작가가 지금까지의 정책과 달리 스타급 배우를 기용하려 할지라도 출연에 응할 배우가 얼마나 되는 지는 미지수다.

너무 막장 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대본 작업 스타일이 매우 독특하다는 점도 배우들이 기피하는 까닭이다. 결정적인 부분은 ‘오로라공주’ 방영 과정에 주조연급 배우들이 연이어 하차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 등이 연이어 중도 하차했다. 무려 8명의 배우가 중도하차하면서 임성한 작가와 출연 배우들 사이의 불화설이 거듭 제기됐다. 갑작스런 주요 출연진이 연이어 해외 이민과 사망 등의 이유로 중도하차 하면서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단연 시청자다.

이처럼 안정적인 출연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배우들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꺼리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애초 시놉시스에 설정된 캐릭터의 이야기 흐름과 달리 갑작스럽게 돌연 하차를 당할 수도 있는 드라마에 흔쾌히 출연할 배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이번에 중도하차한 배우들과 친분이 두터운 배우들 역시 임성한 작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작가의 경우 너무 현장이 무섭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김수현 작가가 주도하는 대본 리딩은 배우들에게 늘 공포의 자리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김수현 작가 드라마를 선호하는 까닭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춰진 드라마라는 점이다. 공포의 대본 리딩을 통해 연기력이 부쩍 성장해 김수현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력 논란을 극복하고 연기파 배우가 된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요즘 젊은 배우들 사이에선 김수현 작가가 너무 무서운 존재가 됐다. 공포의 대본 리딩을 비롯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제작 진행 방식을 건네 들은 젊은 배우들이 쉽게 출연을 결심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세결여’ 여주인공 결정 과정이 난항을 겪은 까닭 역시 이런 부분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들의 드라마가 30~40대 젊은 시청자 층의 트렌드와 점차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점 역시 거장 작가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신 새로운 작가군이 이들의 아성을 위협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작가는 바로 소현경 작가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작가 활동을 이어온 소 작가는 2009년 ‘찬란한 유산’ 이후 ‘검사 프린세스’ ‘49일’ 등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독창적인 드라마로 마니아 팬층을 늘려왔다.

최근에는 ‘트윅스’로 또 한 번 마니아 시청자 층의 큰 호응을 샀다. 소 작가의 진정한 힘은 그만의 독창적인 드라마뿐 아니라 기존 시청자 층의 호응을 살 수 있는 힘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드라마 작가 군이 일일 드라마와 주말 연속극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소 작가와 같은 톡톡 튀는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은 미니시리즈 시장으로 양분돼 있는 것이 요즘 드라마 작가계의 분위기다. 그렇지만 소 작가는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를 통해 자신의 저력을 한껏 드러냈다.

홍자매 작가는 이번에도 역시 호러멜로 '주군의 태양'으로 히트작가로서의 면모를 이어갔다. ⓒ SBS

소 작가보다 어린 연령대인 김은숙 작가와 홍 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는 톡톡 튀는 설정의 독창적인 드라마로 미니시리즈 업계 최고의 작가로 손꼽힌다. 김 작가의 경우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등을 통해 공전의 히트를 친 뒤 ‘온에어’ ‘시티홀’ 등을 선보였다. ‘시크릿 가든’을 통해 다시 한 번 엄청난 대박 신화를 연출한 김 작가는 ‘신사의 품격’에 이어 최근에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者들’을 들고 다시 시청자들을 앞에 섰다.

최근 종영한 ‘주군의 태양’은 ‘최고의 사랑’으로 공전의 히트른 친 홍 자매 작가의 작품이다.

‘마이걸’ ‘쾌걸춘향’ 등의 독특한 드라마로 눈길을 끈 홍 자매 작가는 2006년 ‘황상의 커플’로 대박 드라마 작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미남이시네요’로 한류 작가 반열에 오른 홍 자매 작가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최고의 사랑’ 등을 연이어 시청률 대박 드라마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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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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