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의 건립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대한항공의 숙원사업인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이 탄력을 받게 됐다.
그동안 7성급 호텔 건립을 불허 받은 뒤 행정소송과 고등법원 패소, 대법원 항고 기각 등 잇달아 좌절을 겪어온 대한항공은 이번 정부 방침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여전히 난제가 남아 있다며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지난 25일 발표된 정부의 제3차 투자활성화대책을 살펴보면, 일단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초·중·고교 주변에 유해 부대시설이 없는 관광호텔 건립은 허용한다는 큰 틀에서의 원칙은 내놓았지만, 관련 시설 건립을 막았던 모든 법적, 행정적 걸림돌을 범 부처적으로 제거해준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대한항공 7성급 호텔 건립이 무산된 것은 중부교육청 산하 학교환경위생 정화위원회(이하 학교정화위)의 부결 처분에 따른 것이었으며, 제3차 투자활성화대책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학교정화위가 허가권을 보유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나마 대한항공 입장에서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은 학교정화위 운영 방식을 개선한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학교정화위가 사업자 의견도 듣지 않고 심의 기준도 없이 호텔을 지어도 되는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었지만, 연말까지 이를 뜯어고쳐 내년부터는 사업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부결시킬 경우에도 그 이유를 알리도록 한다는 것.
또, 지금까지는 한 번 부결되면 동일 사업에 대해 다시 심의를 요청할 길이 막혀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사업계획을 바꾸면 재심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동안은 정화위에서 ‘노’ 하면 끝이었는데, 앞으로는 소명할 수 있게 됐다는 것과 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우리로서는 막혀 있던 길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학교정화위의 건립 불허 이후 사실상 7성급 호텔 건립이 좌절된 상황이었다.
지난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경복궁 인근 옛 미국 대사관 숙소 부지를 매입한 대한항공은 문화재 지표조사와 문화재 발굴, 서울시 도시관리계획 및 사전환경검토 등 행정절차를 마치고 2010년 3월 서울중부교육청에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내 금지행위 및 시설해제를 신청했으나 중부교육청 산하 학교정화위로부터 부결 처분을 받았다.
이후 같은 해 4월 서울행정법원에 관련 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고, 2011년 1월 고등법원 패소, 2012년 6월 대법원 항고 기각 등 법적 대응도 잇달아 좌절됐다. 2012년 8월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놓은 상태지만, 큰 기대를 걸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처럼 부지만 매입해 놓고 5년간 공전(空轉)을 거듭하던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건립이 제3차 투자활성화대책에 따라 다시 본격화될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허가권을 가진 학교정화위 측에 다시 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부결이 될 경우 그 원인을 통보받아 사업계획을 수정한 뒤 또다시 심의를 요청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지, 대한항공의 기존 사업계획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구성원 중 민간 부문이 포함된 학교정화위의 특성상 변수가 많다는 점은 여전히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학교정화위 위원은 교육청 담당자와 청소년지도위원 및 교육관련자, 학교장, 학부모 등으로 구성되며, 이들의 역할은 학교 인근에 학생들에게 해를 끼칠 만한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아무리 투자 활성화를 위해 대한항공 7성급 호텔 건립 허용이 필요하다고 역설해도 학교정화위를 구성하고 있는 학부모 등이 해당 시설물을 교육환경 위해 시설로 판단해 버리면 타협은 불가능하다.
또, 국민 여론이 ‘대한항공에 부당한 특혜를 준다’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흘러갈 경우 학교정화위의 판단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재심의 청구도 별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민간 위원들을 포함한 학교정화위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고, 그건 대한항공의 몫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정부 발표 내용을 검토 중으로, (한옥호텔 건립 허용이) 된다 안된다를 따지기는 무리가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투자 시점 등을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7성급 호텔, 어떻게 지어지나
한편, 대한항공 7성급 호텔 건립 사업의 정식 명칭은 ‘송현동 복합문화 시설 건립 사업’으로,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일원 3만6642㎡(약 1만1000평)의 부지에 건축면적 1만8075㎡, 연면적 13만7440㎡,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전통벽돌패널과 컬러복층유리로 된 건물을 지어 156실 규모의 7성급 호텔과 다목적 홀, 갤러리 등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측은 이 사업이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닌 ‘문화 랜드마크’를 건립하는 것이라며, 단순한 숙박시설만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다목적 공연장, 갤러리, 쇼핑센터 등 문화 및 상업공간이 어우러진 문화 센터,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랜드마크를 건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관광진흥정책에 부응해 서울의 고급 숙박시설 부족난 해소에 기여하는 한편, 경복궁 창덕궁, 인사동, 북촌 등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중심 문화 지역을 벨트로 묶는 문화 랜드마크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국격을 높이는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송현동 복합문화 시설 조성 계획은 한진그룹의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수도 서울의 역사, 문화, 관광을 아우르는 중심 시설로 만들 계획”이라며, “특히 송현동 복합문화 시설을 조성해 이를 기반으로 세계 속에 우리의 독창적인 문화, 예술, 관광을 이해시키고, 지역의 문화, 예술 기반시설 확충에도 공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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