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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이 충돌하면 한국이 피보는 이유


입력 2013.09.22 10:14 수정 2013.09.22 10:21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 (kipeceo@gmail.com)

<박경귀의 중국 톺아보기>동중국해의 전략적 가치 한국도 공유

'위험한 이웃, 중국과 일본' 리처드 C.부시 저/김규태 역/에코리브르 '위험한 이웃, 중국과 일본' 리처드 C.부시 저/김규태 역/에코리브르
하나의 산에 두 호랑이는 함께 살 수 없을까? 중국의 부활로 동아시아에 일본과 중국, 두 강대국이 공존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리처드 C. 부시(Richard C. Bush)는 ‘두 호랑이’가 만들어내는 협력과 갈등의 구조적 원인과 마찰의 지점을 분석하고 공존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과 위험은 이 책의 원제 'The Perils of Proximity(근접성의 위험)'가 말해주듯 양국이 너무나 가까이 인접해 있다는 데에서 발원한다. 양국은 비록 육지로 국경을 맞대고 있지는 않지만, 동중국해의 광활한 바다에서 국익의 경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C. 부시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동북아정책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동북아 전략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가이다. 중국과 일본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길 기대하는 미국으로서는 중일관계가 만들어내는 마찰과 불협화음은 당혹스런 일이다. 부시가 미국의 관점에서 중일 양국의 협력과 공존을 위한 해법을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일 간 구원(舊怨)과 마찰 지점

중일 간에 과거의 상처는 상당히 깊다. 근대기 청일전쟁(1894~1895)의 패배도 쓰라렸지만, 중국인에게 가장 혹독한 기억은 1930년대의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통해 경험한 일본의 만행이다. 중국의 참담한 패배의 아픔은 중국인의 뇌리에 ‘사악한 일본’이라는 각인을 만들었다. 이후 중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뇌관이 되었다.

청일전쟁의 결과로 시모노세키조약(1895)에 의해 청국은 랴오둥반도와 타이완, 펑후섬(澎湖島)을 일본에 할양해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할양받았던 영토가 반환되었지만, 1895년 일본 영토에 함께 통합됐던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는 제외되었다.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는 중국과 일본 양쪽 모두 법적으로 명확한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센카구 열도(댜오위다오)는 중일 간의 시모노세키 조약에 명시되지 않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이 류큐 열도를 신탁통치 하다 1971년 오키나와 반환 조약에 따라 이 지역의 행정 관할권을 일본에 넘겨 줄 때에도 분명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일 간에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군사적 중요성 못지않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동중국해에 상당량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중국은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출구로 삼고 있고, 일본은 동남아와 멀리는 중동에 이르는 중요한 해상교통로로 여기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해상 전략과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려 충돌하는 무대”가 된 것이다.

여기에 타이완 문제까지 얽혀 마찰 요인을 극대화시킨다. 중국은 타이완을 통합하여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뱃길을 장악하고, 태평양 해양 세력을 방호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본다. 해상 수출입에 의존해야 하는 일본에게도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의 안전항행과 류큐 방어 등 일본 남방의 해상 방호를 위해 타이완 해협은 ‘생명선’이다.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동중국해의 석유 및 가스 자원 개발권, 타이완 해협 통행의 문제는 중국과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격돌할 수밖에 없는 뜨거운 지점이다. 영토의 다툼은 공중과 해상을 넘어 지하 대륙붕까지 확대되고 있다. 양국이 해상 영토주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일 양국의 의사결정 방식으로 본 충돌 가능성

중일 간의 전략적 갈등요인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리처드 C. 부시는 중일 양국이 마찰 지점의 전략적 충돌이 실제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지 가능성을 여러 가지 차원에서 진단하고 있다. 특히 양국의 군사제도 및 정치제도의 차이와 정책 결정 방식, 전략 문화의 상이점이 야기할 상황을 추정해 준다. 양국의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 양상이 바로 이런 요소들에 기인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과 일본의 군사제도의 차이가 유사시 상이한 대응 양상을 만들어 낼 것 같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양국의 민군(民軍) 관계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군사 부문이 당에 제도적으로 종속된 레닌주의식 유형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군의 지휘부를 장악하고 군사력의 사용을 적절히 통제한다.

반면 일본은 민간이 철저하게 군부를 통제하는 민간주도형이다. 부시는 이를 자유주의적 휘그당식 민군 관계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이 이런 모델을 취하게 된 이유는 군국주의의 폐해를 경험한 대중의 반군국주의 문화와 평화헌법 상 군대를 두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법률적 한계에 기인한다.

하지만 양국의 민군 관계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중국은 제도적으로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정점으로 외사공작영도소조, 국가안보영도소조, 타이완공작영도소조 등이 군부를 지도하는 하향식 정책결정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군사위원회에서 각급 부대 사령원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군부의 자율성이 대폭 신장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엄격한 민간통제를 위해 관료와 집권당이 중심이 된 상향식 의사결정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2007년에 방위청이 방위성으로 승격되면서 작전 기획을 주도하던 민간 관료로 구성된 운용기획국이 해체되었다. 그 대신 자위대 내부에 통합막료감부(합동참모본부)가 설치되어 현역 통합막료장이 각 병종 간의 조정권을 강화하고 작전 수행을 담당하게 되었다.

특히 해상자위대의 전투 임무를 승인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해적 퇴치를 위한 무력 사용이 가능해지는 등 해상자위대의 작전의 자율성이 커졌다. 또한 총리의 위기관리 기능도 강화됐다. 양국의 민군 관계 변화의 공통점은 인민해방군과 자위대의 작전 실행기구의 권한과 자율성이 확대되고, 정치지도자들의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국이 최종적 의사결정 권한을 공산당 총서기에 일임하고 있는데 비해, 일본은 군사상 심각하고 시급한 문제의 결정권을 총리에게 위임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따라서 정책결정 과정만 놓고 본다면 중국이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다. 이는 유사시 일본의 대응을 늦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양국 모두 군사 실행 기구의 권한이 확대되고 있지만, 부서 이기주의로 인해 외교부서와 국방부서의 조정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또 정보의 수집과 분석, 정책 결정에의 활용 과정에서 정보 처리 담당자들의 정책적 선호와 부서의 이익을 앞세우는 ‘집단적 사고’에 의해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취약점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일선 부대의 군사력 사용 재량권은 높아지고, 정보의 흐름에 왜곡이 커질 경우, 중일의 마찰 지점에서의 사소한 충돌이 오판에 의한 군사적 큰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일이 충돌하면? 막을 방법은?

마찰 지점에서의 중일의 충돌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군사력 운영의 전략적 선호가 어떠한가도 관계가 높다. 중국의 전략 문화는 ‘선제공격과 기선 제압’을 최우선시 한다. 인민해방군은 전력상 열세에 있더라도 향후 그 열세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 먼저 공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일본의 경우 방어적 전략이 선호된다. 헌법과 제도에 의한 자위대의 제약적 성격에다 오랫동안 민간의 완전한 통제에 길들여진 탓이다.

이런 전략 문화의 차이로 미루어 볼 때,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에서 중일 간 충돌이 일어난다면, 인민해방군의 함정이나 전투기가 먼저 사격을 가하고 일본의 해상보안청이나 해상자위대가 응전하는 시나리오를 가상할 수 있다. 리처드 C. 부시는 이런 예기치 않은 군사적 충돌에서 일단 해상전력이 우세한 일본이 초전에서는 승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면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 더구나 중국의 대양 해군의 증강은 가공할 정도여서 중일 간의 해양 전력의 차이는 곧 역전될 기미다. 양국의 군사적 충돌은 양국 모두에게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일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미국은 중국과 경제적 의존 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국제정치에서 협력을 얻어야 할 동반자여서 쉽게 일본 편을 들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일본의 속내도 복잡하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중국에게 공격을 받을 때, 과연 미국이 미일상호방위원조협정대로 ‘자동적으로’ 지원해 줄 것인지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한편으론 동맹관계로 인해 타이완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의 분쟁에 자신들이 끌려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갖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미국과도 동맹국으로서의 딜레마 상황을 늘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일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게 미국과 중국 및 일본의 삼각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리처드 C. 부시가 제시하는 해법은 어느 편도 들기 어려운 미국의 어려운 입장을 은연 중 대변하는 듯하다. 그가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동중국해, 타이완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안보 딜레마를 줄이기 위해 권고하는 방안 몇 가지를 요약해 보자.

첫째, 중국과 일본의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해상 사고 조약 같은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둘째, 중국과 일본이 공군, 해군, 법 집행 활동에서 적극적이고 반복적인 상호 교류와 대화를 확대한다. 셋째,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보류하고 먼저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 넷째, 양국의 제도적 정치적 요인에서의 갈등을 완화시키거나 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전반적으로 양국 간의 세력 균형과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특히 리처드 C. 부시는 제도적, 정치적 요인의 개선 방안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상당 분량에서 양국의 정치적, 제도적 정책 환경과 정책 결정 과정을 분석한 것에 대한 대응적 해법인 셈이다. 첫째 양국의 지도자들이 왜곡된 정보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지 않도록 정보 수집 및 분석체계를 개선할 것을 제시한다. 정보의 오판에 의한 분쟁 가능성을 줄여보자는 의미다.

둘째, 민군 관계의 개선이다.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군의 견해보다 중국의 전반적인 국익과 일치하는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의 세 권력집단인 당, 정부, 군 간에 더욱 밀접한 융합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자위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며, 자위대의 독립성을 높이되, 민주사회에서의 군의 역할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양국의 정책결정 구조가 하부의 수많은 실행기구와 조정기구를 갖고 있어 원활한 통제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양국 지도자, 관련 민간 기구, 방위 기관 간의 직통 전화를 활용해야 한다. ‘관제탑’끼리의 핫라인을 가동시켜 의사결정의 왜곡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넷째, 양국의 건전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민족주의적 정서가 개입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등 외교정책의 “독성을 빼”야 한다. 역사 화해 문제 등 난제보다 쉬운 일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리처드 C. 부시의 제안은 상당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집행되기에는 상당히 많은 현실적 제약이 있다. 양국 정치지도자나 국방지휘부는 물론 국민, 기업인, 언론이 양국관계를 각각 어떤 시각을 바라보느냐 또한 중요하다. 이들의 상호작용이 양국 간의 정부 간 군사, 외교적 대응 양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점을 간과할 경우 “상대에 대한 우려를 바탕에 깔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돌고 도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일 양국의 경제적 관계가 상호의존적인 만큼 이를 파탄 내는 위험한 도박을 쉽게 하지는 않으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리처드 C. 부시의 중일관계의 분석은 정치적, 군사적 제도의 맥락에서 각 정부와 군의 정책결정 패턴을 분석하고 행동방식을 심도 있게 추론해 냈다. 다만, 공산당 일당 독재의 중국 정치제도의 근본적 한계에서 초래되는 위험 요소들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정치체계의 변동은 위에서 저자가 제시한 갈등완화 방안의 상당 부분을 더 광범위하고 본질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대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과 일본의 정치 체제의 상이함에서 초래되는 위험성이 ‘근접성의 위험(The Perils of Proximity)’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욱 크지 않겠는가? 사정이 이러함에도 미국 역시 중국의 민주적 체제로의 변화를 이제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은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위험한 이웃 중국과 일본'은 동북아에서의 핵심 행위자를 철저하게 중국과 일본으로 상정하고 있다. 사실 ‘근접성’에서 오는 위험으로 친다면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 사이의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특히 한국은 북한과 동맹관계인 중국과 바다로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중일 관계처럼 군사적, 경제적으로 경쟁적 관계에 있지 못하다. 오히려 제주도 남방 해역에서의 한국의 해상 군사 역량의 열세는 날로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어도 인근수역의 우리 해양 영토에 대해 중국은 분명하게 야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양 해군의 급성장은 이제 남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자칫 동중국해에서의 중일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우리는 엄격한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 미국이 중일의 갈등과 충돌 관계를 고민하듯 이제, 한국은 중일의 관계가 상호 협력적 관계를 증진시켜 나갈 지 상호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킬 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중일의 마찰 지점인 동중국해의 전략적 가치를 한국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중일 관계에 대한 미국의 정책 방향과 대응 패턴을 예의 주시하면서, 한중 간의 유사시에 동맹국으로서의 미국이 한국에 어떤 대응 패턴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 숙고해 봐야 한다. 또 한국에게 바람직한 협력과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평소 우리가 어떠한 정책과 전략을 구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글/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kipeceo@gmail.com)

박경귀 기자 (kipe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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