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촛불집회서 여러 주장 나오는건 당연"

조소영 기자

입력 2013.08.11 15:34  수정 2013.08.11 17:01

"12일부턴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 나설 것"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회복과 국정원개혁촉구 2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1일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을 위한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도중 ‘대선무효’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대해 “촛불집회에서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광장에 위치한 천막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많은 국민이 함께한 것이고, 반드시 우리 주장과 같은 분들만 입장을 허락한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민주주의라는 집에 불이 난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다 타버리지 않도록 빨리 불을 꺼야 하는데 모두가 불을 끄기 위해선 각자가 갖고 있는 양동이에 물을 갖고 와 불을 끄고 있는 양상이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가 당 차원에서 의원·당원 등을 향해 ‘총동원령’을 내렸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는 지적에는 “평가가 아주 박하다”면서 “내가 예상했던 것에 비해 훨씬 많은 분들이 서울광장에 나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하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군중집회를 했던 때처럼 조직적인 동원을 중앙당이 강제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중앙당 차원에서 버스를 동원한 것도 한 대도 없고, 그저 이런 뜻에 동조하는 당원들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얘길 드린 게 전부”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우리가 광장에 텐트를 친 게 (오늘로) 11일째 된다. 이는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며 “국가정보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 사실을 우리가 텐트치기 전까진 많은 국민이 알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제 심각성에 대해 새롭게 많은 국민이 알게 된 게 가장 큰 성과가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대표는 “지난 100일은 다사다난했다”고 소회한 뒤 “100일 동안 뭘 했느냐고 물으신다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투쟁은 진행 중이고, 민생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100일 동안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을지로위원회가 이제까지 정치권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현안에 대한 해법을 입법으로만 찾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중재하는 기능까지 새롭게 보여줬다”며 “정당·정치혁신에 대해선 어느 당보다 뚜렷하게 성과물을 축적해가는 중”이라고 자평했다.

김 대표는 또 “사과나무는 거기서 열린 사과를 보고 평가하라는 말이 있다. 성과를 냉정하게 보고 평가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김한길이 사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사는 게 중요하다고 전당대회 때부터 말해왔고, 지난 100일 동안에도 변함없는 생각을 갖고 당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이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 대표가 이때까지 공식석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이 329번으로 1위, ‘국가정보원’(293), ‘대통령 선거’(233), ‘민주주의’(222), ‘박근혜 대통령’(209) 순이었다. ‘국정조사’(137)가 8위, ‘정상회담 회의록’(93)이 12위, ‘헌정질서’(79)가 16위였다.

"리더십 문제…듣고 싶지 않은 질문"

김 대표는 당내 강경파에게 리더십이 위협받는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리더십 문제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이라며 “여당에서 강경파에 휘둘려 광장에 나왔다고 계속해서 말하는데 그럼 광장에 나오기 전까진 당내 온건파에 휘둘리고 있던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그걸 뭘 더 대답해야 되느냐”면서 “내가 어제 쓴 (100일 기념) 연설문에 그 부분(리더십)도 있는데 뺐다. 많은 분들이 나에게 ‘힘들지 않느냐’, ‘어지럽지 않느냐’고 물으면서 ‘그렇게들 흔들어 댄다면서요’라고 하는데 전혀 어지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한 가지를 결론 낼 때 크게 머뭇대지 않는다. 예컨대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당내 극명하게 다른 두 가지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당원투표제를 통해 정당공천 폐지 당론을 확정한 뒤 다른 어떤 목소리도 없다는 걸 잘 봐달라”며 “흔들리는 리더십 속에선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당 대표(황우여)가 ‘당론은 폐지’라 했는데 최고위원회에서는 당론이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남의 당 얘기를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 했다. 서로 그랬으면 좋겠다”면서도 “여당 대표가 여야대표 회담 제의를 했을 때 황 대표와 따로 만나 여러 가지 얘길했고, 많은 부분에 합의도 했다. 예를 들면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안되더라. 그래서 이후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 나설 것"

김 대표는 오는 12일부터는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어제 오후 주요 당직자들과 상의하면서 당 차원에서 정책위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산층과 서민 세금폭탄 저지 특위 구성’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 예결위·기재위 간사 등이 주축이 돼 확실한 저지 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지금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개혁 운동본부에서 국정원 개혁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내일부터 한쪽에선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세금이나 예산이라는 것은 숫자로 된 정치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각 정치세력이 어떤 철학을 갖고 정치하고 있느냐는 것이 구체적인 예산이나 세제를 통해 말해지는 게 아니겠느냐는 생각”이라고 언급한 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 당정청이 이미 협의 거쳐 낸 결론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납세자연맹, 요식업협회, 농어민들과의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한 릴레이 간담회가 예정돼있다”면서 “서민과 중산층이 먹고 사는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내는 생활밀착형 정치를 하고, 정책을 내놓겠다고 대표 일성으로 내놨는데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세제가 발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에 발표된 세제개편안을 보면 중산층과 서민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는 게 중점이 돼있기 때문에 우리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특히 중산층 붕괴를 중산층 복원으로 막아내는 게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을 더욱 노골적으로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것처럼 보이는 세제개편안에 대해 확실히 저지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아버지인 고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의 19주기 기일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김 대표는 “아버지 기일이라 묘소에 다녀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일기 중 한 구절을 봤더니 ‘주어진 현실의 여건 위에서 실현할 수 있는 한계까지 달성한다면 우리들은 각자 자기 생애에 역사적 진실을 살았다고 할 것’(이라고 쓰여 있더라)”면서 “이 구절을 읽으며 많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아버지는 군사독재정권 치하에서 총칼 맞서 싸운 분인데 아버지에 비하면 김한길은 참으로 행복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라며 “이 정도 상황조차 이겨내지 못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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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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