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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애플 특허침해? 깻잎통조림이 아쉽다


입력 2013.08.10 10:06 수정 2014.02.11 11:15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영미법적 실증주의가 열쇠

리걸마인드야말로 솔루션 창출하는 휴먼인터페이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9일(현지시각)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스마트폰 특허침해 건에서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연합뉴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9일(현지시각)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스마트폰 특허침해 건에서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연합뉴스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매너가 잘못되면 첫인상부터 구기게 되고, 인맥 형성에 무리가 많다. 그리하여 현안 입찰 수주에서 떨어지기 쉽고, 난관 돌파가 어렵게 된다. 왜냐하면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는 인사치레가 아니고 비즈니스 상대방과는 물론 비즈니스 그 자체, 즉 비즈니스 각 요소와의 긴밀한 소통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의 목표는 창조적 비즈니스 협상력 배양이다.

글로벌 매너 부재 때문에 한국의 대외관계는 거의 모든 일에서 사고가 터진다. 이때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사고처리가 가능한데, 인간적 신뢰가 비즈니스에 우선한다는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 해서 매너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매너가 있으면 깨진 것도 도로 붙이기가 가능하다. 왜냐하면 매너란 인간적 신뢰를 구축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구체적 해결책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창조적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이것 또한 부재 상태다. 현장의 직접적인 경험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일. 결국 간접적인 경험으로 상상을 키워야 하는 데 한국인들은 그런 훈련을 거의 받지 못했다.

리걸 마인드, 소통의 상상력과 솔루션을 창출해내는 휴먼인터페이스!

예전에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에 나오는 하버드 법대의 공부 방식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육법전서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되는 한국식이 아니다. 영미법은 철저하게 판례를 기초로 하고 있다. 하여 그때마다 모든 케이스(판례)를 다 찾아 읽어 그곳에서 구체적인 진실, 즉 법을 찾아내야 한다.

몽상적 상상력이 아니라 방대한 현실 사례에서 나온 실증적 연구, 모두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대안을 만들어 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런 법적인 소양, 법을 만들어 내는 상상력, 즉 ‘리걸 마인드(Legal Mind)’를 키우기 위해 코피 쏟으며 밤을 새는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벌어지는 오만가지 일에 대한 판례를 모두 섭렵해야만 사건에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리걸 마인드 없인 불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변호사는 유대인 변호사들이다. 그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훈련을 받아왔다. 가능한 변수에 대한 탐색, 그리고 해법 찾기! '탈무드'가 바로 그 교과서다. 유대인 변호사들이 창의적인 소송전략을 짜내는 데 능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유대인 변호사라면 어떻게 할까?

예를 하나 만들어보자. 2002년 6월 13일, 훈련 중인 미군 장갑차에 한국의 여학생 신효순, 심미선이 희생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수많은 국민들이 미국의 사과를 받아내려 촛불시위를 벌인 사건이 있었는데, 만약 그 사건을 유대인 변호사에게 맡겼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유대인 변호사는 틀림없이 미국에서 좌파 성향의 판사가 있는 법원에다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이때 소송 피고는 사건을 일으킨 바로 그 장갑차다. 그게 무슨 소리냐? 물건이 어찌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느냐? 바로 그거다. 아주 오래 전 마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판례가 있었다. 따라서 이 소송은 받아들여질 것이고 이미 그것만으로도 전 세계 토픽감이다. 하여 먼저 이 사건에 대해 세계인의 관심을 유도해낸다.

그런 다음 그 장갑차의 관리책임자인 중대장을, 다음으론 주한미군 최고 책임자인 사령관을 공동피고인으로! 이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미 대통령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다. 미국법에는 소송이 성립되면 피고는 반드시 법정에 서게 되어 있다. 사건의 진실이나 승패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법정에 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결국 어느 선에서 타협하자고 나올 수밖에 없다.

애플사의 아이폰과 우리나라 S사의 깻잎통조림. 사진 제공 신성대. 애플사의 아이폰과 우리나라 S사의 깻잎통조림. 사진 제공 신성대.
유대인 변호사는 이기는 법을 안다

자, 이런 리걸 마인드로 애플사와 삼성전자 간의 스마트 폰의 라운드 모서리 특허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자. 유대인 변호사라면 LA, 뉴욕 한국교민사회 슈퍼나 백화점을 다 뒤졌을 것이다. 그러다가 식품 코너에서 한국에서 온 작은 캔을 하나 발견한다. S사에서 나온 깻잎통조림이다. 중동 근로자나 LA나 뉴욕 교민을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제품 출시년도 및 미국 수입년도 확인 후 S사와 협상하거나 아예 회사를 사버린다.

그런 다음 이 깻잎통조림 디자인을 도용했다며 애플을 제소하거나 둥근모서리는 한국의 일상적인 디자인으로서 문명화 된 인간이면 누구나 보편적인 생각에서 나올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주장한다. 크기까지 비슷해서 일반화(generalization) 요건도 충족시키고 있다. 결국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의 어느 작은 식품회사 캔의 디자인을 베꼈다더라는 뉴스가 전 세계에 퍼져나갈 것이고, 사건의 진실이나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망신이다. 이기거나 지거나 결말이 나면 더 망신이겠다.

따라서 애플은 서둘러 고소 취하하는 것은 물론 거기에다 덤으로 애플의 시장점유율 하락까지! 유대인 변호사가 만약 지금이라도 이 캔을 본다면 바로 이 회사를 찾아 애플을 상대로 어마어마한 돈을 뜯어낼 수 있다며 당장 고소하자고 덤빌 거다.

영미법적 사고만이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아!

한국 사람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면 모두들 예외 없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코웃음 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장난이 아니다. 실전이다. 말이 되건 안 되건 이기는 게 목적이다. 비즈니스 매너엔 체면이란 없다!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처럼 철저하게 영미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참고로 영미법에서 판사의 역할은 구체적인 법의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피고와 원고 간의 소송 진행만 맡을 뿐이다. 권투 경기 주심처럼 어느 쪽의 법적 논리가 맞는지 손들어주는 것이다. 진리보다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 따라서 우기고 논점을 부각시켜 ‘이거다!’라고 주장해서 타당하면 손들어준다.

그러니 한국의 형사소송법적 마인드로는 미국에서의 민사소송에서 절대 이길 수가 없다. 유대인변호사라면 승소 가능한 논점을 잘 집어낼 것이다. 삼성 핸드폰의 둥근 모서리가 “특허 침해를 했느냐, 안했느냐”로 말려들 것이 아니라, “이거 특허 아니네!”로 판을 뒤집는 논리를 제시할 것이다. 리걸 마인드에서만이 이런 창의적인 전략이 즉각적으로 가능하다.

법보다 인간존엄성이 먼저다

10여 년 전 영국에서 공부를 한 한국학생이 옥스퍼드대 대학원에 입학서류를 내었다. 헌데 바쁜 일정 때문에 미처 접수기간 내에 서류를 다 준비하지 못했다. 이미 틀렸다 생각했지만 이왕 준비했던 서류라 그냥 발송해버렸다. 헌데 한참 후 합격 통지가 와서 입학하고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담당 교수가 뒤늦게 도착한 입학 서류를 보고 이 정도 실력과 스펙이면 훌륭한 학생이니 꼭 제자로 삼고 싶다고 해서 교수 직권으로 입학을 허락한 것이다.

한국에서 그랬다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부정입학으로 그 교수는 당장 학교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실정법을 따르면 대륙적 사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자연법(관습헌법)을 따르는 영미법적 사고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입학시험을 치르는 목적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입학원서 접수기간을 두었다지만, 그 기간은 편의상 정한 것일 뿐 그것이 우수 학생을 뽑는데 장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법이나 규정이란 결국은 인간 존엄성 확보에 있고, 따라서 인간 존엄성을 위해서라면 실정법에 우선 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사고다.

열린 사고, 글로벌 마인드로 창조경제를!

중국의 등소평은 직접 남방시찰로 현장 탐색한 다음 광동성을 시험적으로 개방하여 그 가능성을 테스트하였다. 이런 게 입법기술이다. 4대강 개발 역시 이처럼 가장 오염이 심한 섬진강부터 먼저 시행해서 그 결과를 보고 나머지 강으로 확대했어야 했다. 결과가 좋다면 다음 정권에서도 안 할 수가 없었을 게다. 한국의 어린이집에 국가가 지원을 했을 적에 과연 그 지원이 어린이에게 돌아가는지를 특정지역을 정해 먼저 시뮬레이션을 하고 전국적으로 확대했어야 했다.

진주의료원 분쟁도 가령 병원을 반으로 나누어 철저히 분리회계 하되 반은 노조에게, 반은 비노조에게 운영을 맡겨 일 년 후 재정과 만족도를 평가하되 만약 노조 측이 우등하면 도지사가 물러나고, 그 반대이면 손해액을 노조원들이 변상하라는 제안을 한다. 상대의 억지를 강압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이처럼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항복시켰어야 한다.

이런 게 리걸 마인드다. 글로벌 매너란 글로벌 마인드로 세상을 보는 시야와 시각, 상대방에 대한 인식, 그리고 소통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거기에다 리걸 마인드까지 갖추면 솔루션을 쉬이 창출해내는 휴면인터페이스가 가능해진다. 그게 광의의 매너다.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의 목표는 이 같은 창조적 비즈니스 협상력 배양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제품 등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품을 계속 수입할 수 있게 됐다,ⓒ연합뉴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제품 등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품을 계속 수입할 수 있게 됐다,ⓒ연합뉴스
리걸 마인드라야 창조적 솔루션 창출

기업경영뿐 아니라 국가경영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리걸 마인드다. 그래야 창조경제가 가능해진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자!”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구호도 바로 이런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한 것이겠다. 하지만 한국의 변호사, 관료, 의원, 대통령은 이게 안 되는 바람에 허구한 날 엉터리 법만 만들어내는 것이다. 리걸 마인드가 없으니 입법능력, 입법기술이 형편없다 못해 아예 없는 것이다. 한국정치나 국제로펌이 삼류를 못 벗어나는 이유다.

법무사나 대서방 주인이라도 육법전서 놓고 소송할 수 있는 한국적 실정법 하에서의 변호사는 자격증 하나로 돈 그저 먹는 거나 다름없다 하겠다. 게다가 로비나 전관예우로 성공보너스까지 챙기는 건 강도와 다름없는 법도둑이라 하겠다.

“악법도 법이다!”를 신주처럼 받드는 한국적 실정법 마인드로는 영미법적 유연한 사고를 지니기 쉽지 않다. 그러니 상식과 염치만으로도 충분히 타협할 수 있는 문제조차 “법대로 해!”라며 끊임없는 충돌과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객관식 사고, 수동적 행위, 책임 회피에 젖어 매사에 법과 규정을 들이대며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정해진 울타리 안에 안주하려 든다.

그러다보니 숫자에 밝은 사람일수록 숫자에서 못 벗어나고, 법에 밝은 사람일수록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사고를 하지 못한다. 관료나 공무원에게 아무리 변화, 혁신, 도전, 창조를 강요해도 소귀에 경 읽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한국인의 고질병을 치유하지 않고는 선진 주류사회로의 편입이 불가능하다.

한국적 로컬 마인드의 본질과 그 한계

휴가를 마치고 온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은 각 부처가 가진 문제점을 바로잡고, 공무원들이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 변화와 도전에 적극 나서 개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하며, 또 "세계를 상대로 외교력을 넓히며, 경제를 살리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대한민국의 세일즈 외교 대통령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전’ 네 차례, ‘새로운 변화’를 무려 여섯 차례나 반복해서 강조했다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렇게 닦달해댔을까마는 솔루션 창출 불가능한 관료들에게서 결과물이 나올 리 만무한 일. 날이 갈수록 갑갑증만 더해갈 것 같다.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로 예고된 애플사의 삼성전자 특허침해 제품 수입금지 처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유대인 변호사라면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하고 선제적 대응을 했을 것이다.

리걸 마인드적인 열린 사고에서 창조적 솔루션 창출이 보다 쉬울 것은 불문가지겠다. 매사에 실정법, 규정, 규칙을 들이대며 칸막이 치기, 최고존엄자의 말씀 받아쓰기에 습관이 된 한국적 고루한 사고로는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기가 그만큼 힘든 것이다.

이번 정권은 원칙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창조를 강요하고 있다. 얼핏 모순이다. ‘원칙대로!’ ‘법대로!’란 칸막이에서 창조가 나올 리 없다. 창조란 원칙과 틀을 깨는 데서 나오기에 말이다. 이대로라면 ‘창조경제’는 5년짜리 메아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하겠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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