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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가 신당동집서 심우성 부른 이유


입력 2013.08.04 09:33 수정 2014.02.11 11:14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양반 법도와 글로벌 매너 공통점 많아

상위 1%는 그런 고급한 교육을 받아 국가를 이끌어가야 한다

2001년 분식회계로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해놓고 파산한 미국의 엔론, 헌데 분식회계를 도운 역시나 세계적인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의 회장이 부탁한 제1호 뇌물은 엔론 회장더러 자신의 아들을 뉴욕유대인초등학교 교장에게 입학 추천하는 전화 한 통 해달라는 것이었다.

미국판 맹모삼천지교라고나 할까? 아들에게 유대인식 교육과 유대인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쌓게 해주고자 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입학이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7순이 넘은 엔론의 스필링 회장은 종신형으로 지금도 복역 중이다.

글로벌 매너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헌데 막상 강의하러 가보면 대부분 떨떠름한 표정들이다. 위에서 장(長)이 시키니까, 아니면 매달 정기적으로 하는 거니까 그냥 들어보자는 식이다. 글로벌 매너? 우리가 왜 굳이 서양 매너를 배워야 한담! 어쩌다 관광 말고는 밖에 나갈 일도 없는데 자신과 글로벌이 무슨 상관이람! 답답하면 저들이 우리 것을 배워야지! 시큰둥한 얼굴이다.

그러다 강의가 중간을 넘어서면 “어라?”하는 듯 눈들이 조금씩 커진다. 결국 강의를 마칠 때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학 다녀온 인사들이 적지 않을 텐데도 도무지 말이 없다. 그리고 자녀를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들의 얼굴은 거의 흙빛이 된다.

이전엔 부유층부터 품격을 갖추려 노력해

필자의 스승이신 원로민속학자 심우성 선생(80)께서는 옛 신당동 집 마주보고 박정희 장군이 살고 있어 육영수 여사께서 자주 배움을 청했는데 매우 열성적으로 묻고 꼼꼼히 받아 적었었다고 기억하고 계신다. 그 후 청와대에서 영부인 주재로 고위직 부인들 다과회를 가질 적에도 자주 모셔 담론을 부탁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일찍이 약관의 나이에 한국 대기업 창업주들의 가정교사 노릇을 했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 이강석씨, 삼성 이병철 회장, 한국일보 장기영 회장, 한화그룹 김종희 회장 등.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라 아무래도 아랫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 어색해 자제들의 가정교사로 삼아 가르치게 해서 당신은 미닫이 문턱 너머에서 같이 배웠다고 한다. 가르치는 내용은 모두 족보와 예의범절, 즉 양반집 법도였다. 마지막으론 이희호 여사가 청와대로 몇 차례 초청해 가르침을 청했다고 한다.

근자에 필자가 글로벌 매너를 공부하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점은 30년 동안 선생님 곁에서 귀동냥하며 살펴본 양반가문의 법도나 지금의 유럽 선진 상류층 매너가 전혀 다르지 않고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인간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데서는 전혀 다름이 없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을 하루 앞둔 지난 2011년 4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영국대사관저에서 피오나 유든 대사 부인(오른쪽)과 직원들이 결혼식 축하 파티를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을 하루 앞둔 지난 2011년 4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영국대사관저에서 피오나 유든 대사 부인(오른쪽)과 직원들이 결혼식 축하 파티를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영국의 피니싱스쿨

영국 런던에는 피니싱 스쿨(Finishing School)이 있다. 일종의 예비신부 내지는 요조숙녀 학원으로 고품격 상류층 매너를 가르치는 곳이다. 속칭 때 빼고 광내는 학원으로 대개는 2∼3달 과정으로 기본 수업료만으로도 1천2백만원 정도이며 여기에 각종 옵션이 붙기 때문에 상당히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중상류층 오피니언 리더 그룹으로 발돋움하려는 명문여대 졸업반 학생들이 많이 거쳐 간다.

원래 이런 매너스쿨은 스위스가 유명했다. 현재 스위스에는 한 군데, 런던에 몇 개가 남아 있다. 사교계에 들어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치는 과정 중 하나다. 서구사회에선 대학을 졸업하는 청춘남녀들에게 일종의 성인식과 같은 사교계 데뷔 파티를 열어주는데 그 준비를 위해서는 사교춤은 물론 각종 매너를 익혀야 한다. 여기에 탈락되면 그저 평범한 소시민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준비를 한다.

21세기 신데렐라 윌리엄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

이처럼 상류층 고품격 매너를 익혀 가장 성공한 여성이 있으니 그녀가 바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와 결혼한 평민출신 케이트 미들턴이다. 온라인 파티용품 판매로 크게 성공한 그녀의 어머니는 딸에게 상류층 매너를 교육시켜 같은 세인트앤드류스대학에 다니는 윌리엄 왕자가 나가는 클럽이나 파티마다 딸을 밀어 넣은 끝에 결혼에 성공시켰다.

그러니까 순전히 엄마의 치맛바람으로 신데렐라를 만들어낸 것이다. 아무튼 그들의 결혼에 즈음해 런던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주예비학교’까지 생겨 왕실 예절을 가르치는데 일주일 수업료가 우리 돈으로 4백만 원이라 한다.

그런가 하면 2010년 스웨덴 왕위 계승 1위의 빅토리아 공주와 그녀의 운동강사 다니엘 베스틀링의 결혼은 ‘남자 신데렐라’의 탄생으로 눈길을 끌었다. 처음 왕궁은 물론 국민들도 이 시골뜨기를 탐탁해하지 않았으나 다니엘이 열심히 궁중의 예법과 상류층 매너를 익혀 국왕의 허락과 국민들의 축복 속에 결혼했다. 그 외에도 유럽왕가의 왕자와 공주들이 평민과의 결혼이 잦아지면서 이런 신데렐라들이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

중국, 북한, 베트남은 언제부터 글로벌화 되었나?

모택동을 제외한 주은래, 등소평 등 중국 공산당을 만든 주요 멤버들은 대부분 유럽 유학생들이었다. 또 프랑스 여객선 보조요리사로 유럽 유학을 떠났던 베트남의 호지명도 영국,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한때 모스크바 국제학교를 다녔는데 박헌영 부부도 같은 시기에 그곳에서 함께 공부했다.

한국에서는 일제시대 평양외국어학교가 유명해서 당시 아시아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목사들의 자제들이 대부분 그곳에서 공부했었다. 미국의 세계적인 부흥사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부인 루스 벨 그레이엄 여사도 소녀 시절 6년간 그곳에서 공부했었다. 그 인연으로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한국전쟁 발발시 망설이던 트루먼 대통령에게 한국을 공산주의로부터 구해 달라고 편지를 하여 미국의 참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최근 비밀 해제된 서류에서 그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남미 등 전세계 독재자들이나 중동의 왕가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동유럽권 국제학교도 있다. 북한의 김정은 역시 13살부터 17살까지 프랑스를 경유해 스위스 베른 근교의 한 작은 공립학교를 다녔었고,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도 얼마 전 보스니아 국제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과학고, 서울대, 미국 하버드나 스탠퍼드대만 나오면 최고인 줄 알지만, 글로벌 상류층에서는 그다지 그런 대학 연연해하지 않는다. 유럽에는 세계 최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학교 내지는 국제학교들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기숙학교다. 세계의 지도자급 인사나 부호들의 자녀들은 유럽의 국제학교에서 상류층 교육을 받으며 저들끼리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간다.

한국의 많은 부유층 자제들이 미국 유학을 보내는데 상당수가 현지인들로부터 소외 내지는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 해서 그 중 일부는 방탕한 생활로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중산층 자녀들의 조기유학, 그 뒤를 따라 기러기 아빠의 자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헌데 대부분 미국 등 영어권이다.

미국 유학 중이거나 유학한 한국부유층 자제들의 마약 복용 사건은 이젠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만큼 흔해졌다. 유럽 명문학교에 비하면 미국의 학교가 아무래도 교육의 질이나 환경, 무엇보다 품격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유럽 국제기구들에서 맥 못 쓰는 이유

유럽에는 미국의 MBA와 같은 과정으로 스위스 로잔에 IMD가, 프랑스 파리 근교 퐁텐블로에 INSEAD가 있다. 학교 근처에 나폴레옹이 집무실로 사용했던 궁전이 있는 만큼 프랑스국립행정학교 만큼이나 훌륭한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다. 졸업 후 대부분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 이곳 출신 중에서 간혹 일본인 이름이 글로벌 무대에 오르지만 아직 한국인은 특별히 두각을 나타낸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현재 INSEAD는 크게 발전하여 싱가포르와 아부다비에까지 캠퍼스를 확대하여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영어와 불어가 모국어 수준인데다가 거의 토론식 수업이다. 당연히 토론의 폭이 좁고 깊이가 얕은 한국 학생들은 살아남기 힘들겠다. 게다가 그룹스터디기 때문에 글로벌 매너 없는 한국 학생들은 왕따로 기피대상일 뿐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이 해외에 나가면 국가의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모임에서 대화를 못 알아들어도 같이 웃고 고개를 끄떡이고 참고 견디라고 했었다. 헌데 지금은 그마저도 안 되고 있으니 글로벌 왕따는 당연지사인 게다.

경제든 국제기구에서든 미국이 유럽에서만은 맥을 못 추는 주된 원인은 바로 이 토론식 정책대화 문화 때문이다. 미국식 우격다짐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불어가 아니면 유럽의 고급사교문화에 익숙해질 수가 없다. 그걸 배우자니 따로 자기 돈이, 엄청난 자기부정 및 재창조 노력이 들어간다. 해서 얼마 못 견디고 도망치는 것이다. 만약 유엔이 미국이 아닌 유럽에 있었다면 아마도 상황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유엔을 빼놓고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가 거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토론식 정책대화 문화와 불어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국제학교가 생겨야 할 때

지난 봄, 삼성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국제중학교 입학문제로 한참 소란스럽더니 기어이 자퇴를 시키고 중국 상하이국제학교에 보낸다는 뉴스가 있었다. 진즉에 그랬어야 했다. 이 나라에 있는 국제학교라고 해봐야 이름만 국제학교지 제대로 된 글로벌 교육, 글로벌 매너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중국이 아니라 차라리 전통과 품격의 유럽 명문 국제학교로 보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내친 김에 대한민국에도 전 세계의 부호나 거물들이 자녀를 맡길만한 제대로 된 국제학교 하나 만들어 미래의 글로벌 인재를 키워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말 많은 사람들 잔소리 듣기 싫다면 아예 본고장 유럽에다 학교를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어차피 우수한 교사들과 상류층 자녀들을 확보하려면 그게 더 나을 듯도 싶다. 기실 세계경영, 창조경영은 그렇게 하는 거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그렇고.

선진 매너를 배우려면 밥값, 와인값으로 자기 돈 꽤 든다

빠듯한 형편에 장학금 받아 유학 온 학생이나 교수들이 자기 돈 들여 매너를 배운다는 것은 꿈도 못 꾼다.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들의 문화에 익숙해지려면 그들과 어울려 먹고 놀아야 한다. 한데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고 경제적 여건도 안 되는 유학생으로선 불가능한 일이겠다. 주재원이나 공관원들이라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기 돈 써서 그들과 식사와 와인을 즐기면서, 그것도 중상류와 어울려 친구가 되어야 품격 있는 매너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왜 노력을 해도 글로벌 사회에서 상류 대접을 못 받는지 자신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말이다. 서양인들은 상대방의 무매너를 개인의 약점으로 여기기 때문에 굳이 지적해 주지 않는다. 친구가 되면 그때서야 지적해주고 가르쳐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 스스로는 설사 알았다고 해도 자존심 상할까봐 도무지 물어서 배우려 하지 않는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 했다. 모르면 물어서라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제 돈으로 정품격 식사자리의 호스트(호스티스)를 해봐야 고품격 매너를 습득할 수 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한국의 부유층 자제부터 이런 고품격 매너를 배울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그렇지만 부유층 자제라 해도 똑같이 가난한 집 자녀들과 같은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막무가내 평등논리가 득세하는 한국에선 실상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글로벌 고품격 매너를 지닌 리더십 교육이 불가능하다. 이는 결국 우리 모두가 손해다. 이젠 그런 평준화 사고를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적어도 상위 1%는 그런 고급한 교육을 받아 국가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걸 시샘하는 건 너 죽고 나죽자는 논리밖에 안 된다.

정통예절과 글로벌 매너 같이 배워야

현재 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글로벌 소통 매너 교육용 책자들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원들을 교육하고 있지만, 실은 제목만 글로벌이고 소통이지 그 내용은 고작 소셜에티켓 수준으로 대부분 일본의 자기계발서를 베낀 것들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실전경험이 전무한 강사들, 하위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의한 매너 교육이 실전에서 무용지물일 것은 불문가지겠다. 해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볼 줄 모르는 우물 안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로선 한국인들만큼 매너 배우기 싫어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영어, 중국어, 오페라, 와인, 골프 등등은 배운다고 난리치면서 매너 좀 고치고 배우자면 왜들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가장 돈 적게 들이고 가장 큰 돈 버는 일인데 왜 마다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장은 가세(家勢)가 넉넉해도 가풍(家風)이 없는 집안은 오래가지 못한다. 명품으로 감싼다고 인물 나오지 않는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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