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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얼싸안고 깡충깡충…일본 콧대 우글쭈글


입력 2013.07.28 07:27 수정 2013.07.28 23:32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대이변' 한국, 일본 꺾고 탈꼴찌

북한 첫 우승…'전승우승 장담' 일본 울상

[대한민국-일본]한국 여자축구의 승리로 끝나자 경기장은 그야말로 한민족 여성의 축제 한마당이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한민국-일본]한국 여자축구의 승리로 끝나자 경기장은 그야말로 한민족 여성의 축제 한마당이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3년 만에 축구 A매치가 열린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남북이 하나 되는 '성지(聖地)'가 됐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7일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2013 동아시아컵’ 여자부 마지막 경기에서 지소연의 2골 활약에 힘입어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 오기미 유키 만회골에 그친 일본을 2-1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 여자축구는 일본을 상대로 세 번째 A매치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누린 동시에 중국에 골득실에서 앞서 탈꼴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엇보다도 한국 여자축구가 자존심을 되찾으면서 남북이 하나가 됐다는 점에서 오랜만에 찾은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 '성지'가 됐다.

한일전 직전 열린 경기에서 북한은 전반 1분에 나온 리은향 헤딩골로 중국을 1-0으로 꺾었다. 북한은 한일전 결과에 따라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우승을 놓고 다투는 일본의 상대가 한국이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여자축구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최강’을 자부하고 있는 일본을 상대로 역대 A매치 전적에서도 일방적 열세(2승7무12패)였다. 게다가 2연패 하면서 사기도 많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반대로 일본은 1-0으로만 이겨도 무조건 우승이었다. 비록 북한전에서 골 없이 비겨 전승 우승이라는 꿈은 무산됐지만 전력에서 한국에 월등하게 앞서 누구도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일본 취재진 역시 '한국을 꺾을까'보다는 '한국에 몇 대 몇 또는 몇 대 0으로 이길까'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킥오프 휘슬이 울리니 양상은 전혀 다른 판으로 흘러갔다. 심서연을 중앙 수비로 내리면서 수비는 한층 안정됐고, 일본 나데시코 리그에서 뛰는 '지일파' 지소연도 일본 수비진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소연은 전반 14분 자신이 직접 얻은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켜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21분 탁월한 볼 키핑 능력을 발휘하며 추가골까지 터뜨려 '일본 킬러'임을 분명히 했다.

2-1로 한국 여자축구의 승리로 끝나자 경기장은 그야말로 한민족 여성의 축제 한마당이었다. 중국전을 마친 뒤 관중석에서 계속 한국 여자축구를 응원했던 북한 선수들은 일본이 한국에 1-2로 지면서 자신들의 우승이 확정되자 경기장으로 뛰어나와 환호했다. 김광민 감독을 헹가래 치는가 하면 인공기를 흔들며 경기장을 돌았다.

이어 북한 선수들은 성화대 부근에서 관중들 성원에 화답하고 있던 한국 선수들과 합세해 기쁨을 나눴다. 한국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과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기쁨을 나눴고, 골대 앞에서 손을 맞잡고 깡충깡충 뛰면서 북한의 우승을 함께 축하했다.

시상식에서도 동메달을 받으며 얼굴에 꽃이 피었다. 중국전에서 1-2로 진 뒤 혼이 나간 것처럼 믹스드존을 빠져나갔던 심서연 역시 웃음을 되찾았고, 2골을 성공시킨 지소연 역시 앞선 두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버렸다. 경기 도중 쥐가 나 다리에 얼음찜질을 하고 있던 김혜리 역시 통증을 잊은 듯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전승 우승이라는 목표가 날아간 데다 자신들보다 몇 단계 아래라고 여겼던 한국에 져 우승까지 놓친 것에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이 굳었다. 한일전에서 만회골을 넣은 오기미의 인상도 풀어지지 않았고 이와부치 마나, 나카지마 에미 등 좀처럼 활약하지 못한 선수들은 마치 최하위라도 차지한 듯 고개를 숙였다. 시상식에서 받은 은메달도 마땅치 않은 듯 목에 걸지 않고 빠져나가는 선수들도 부지기수였다.

오랜만에 축구 A매치가 열린 잠실주경기장은 한민족이 잠시나마 하나가 된 축제의 성지가 됐지만 일본에는 악연의 장소가 된 셈이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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