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공화국의 부활...육정보다 육사가 판친다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

입력 2013.07.08 14:43  수정 2013.07.09 08:42

<칼럼>큰 정부, 관료권한이 강한 나라는 미래가 없어

이의춘 편집국장
거대한 관료공화국이 부활하는가?

대기업들에 대한 과잉입법과 손보기가 결국 관료들의 자의적 권한만 확대하는 길로 가는가?
관료 공화국이 기승을 부리면서 규제왕국의 오명은 뒤짚어 쓸 것인가?

현직 관료-고액 연봉을 받는 전직관료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로펌간에 거대한 공생관계를 부채질할 것인가? 기업과 기업인을 공정위의 포로로 삼을 것인가?

반시장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이 홍수를 이루면서 관료들만 살맛나게 생겼다.

내부거래와 하도급법 규제 법안등에서 바뀐 조문들이 워낙 애매모호해졌다. 새로운 조문 해석을 둘러싸고 관료들의 입맛에 따라 각종 규제나 과징금, 세금징수 등이 달라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현령 비현령식의 조문이 확대되면 기업들은 정상적인 사업하기가 힘들어진다.
공무원들이 멋대로 규제를 가하면 예측가능한 경영을 하기가 무척 힘들어진다.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는 박근혜정부로서는 엄청난 악재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청와대에서 기업들의 손톱밑 가시를 빼주겠다고 한들 공무원들이 애매한 법조문을 근거로 기업을 혼내거나 새로운 규제를 가하면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규제기관이다. 기업인이나 일반인들이 뭔가 일을 하려하면 관청에서 버티고 있는 공무원들로 인해 인허가를 받는데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공장 하나 짓는데 수백개의 도장이 필요하다.

다소 민감한 사업은 공무원들 특유의 지연작전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기 일쑤다. 어느 골프장 사장은 골프장 하나 짓는데 1,000개의 도장이 필요하다고 절규한 바 있다. 오죽 했으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90년대 한국의 관료들은 3류라고 한탄했던가.

관료공화국을 부추기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공정법과 하도급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공정법 272조2항을 보자. 이 조항에선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부당지원 행위 요건을 종전의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바꿨다. 공정위와 여야가 대기업 총수일가의 부당일감 몰아주기를 차단하겠다며 만든 법조문이다. 그런데 너무나 추상적이다. 현저히나 상당한에 대한 기준이 없다.

이렇게 막연한 조문은 상황에 따라 공정위 관료들로 하여금 대기업들에 막대한 과징금등의 제재를 가하고, 국세청으로 하여금 세금을 징수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검찰도 이 조문을 근거로 배임혐의로 기업인들을 옥죌 수 있다.

사정바람이 불 때마다 한건 해보려는 출세지향 관료들이나 검사들의 한건장사를 북돋을 수 있다. 실로 무시무시한 애매모호 법조문이다. 기업들은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

공정법 23조2항에서 규정한 내용도 기업을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이 조항에선 부당행위에 대해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사업기회라는 조문이 두고두고 분쟁을 유발할 것이다. 이 조항은 오너일가의 사익편취나 편법 증여를 막고, 오너가 다른 계열사를 통해 특정사업을 수주하도록 하는 소위 터널링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 조항대로라면 총수들은 앞으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를 통해서 내부거래를 하는 것이 사실상 원천봉쇄되거나, 상당량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대중의 질시와 증오를 반영한 악법이다. 대주주인 총수일가가 재산이나 부를 형성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주의적 법같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정법이 대주주 지분이 있는 계열사에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제공해선 안된다고 추상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기업인들은 열심히 경영해서 부를 쌓고, 축적된 자금을 통해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위축될 것이다.

한국은 사실상 사회민주주의 국가로 변질됐다. 성공한 경영자를 깎아내리고, 이들이 재산이나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줘서는 안된다는 데 정부, 정치권, 여론이 야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상속세율은 65%로 세계최고수준이다. 상속세율은 50%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65%로 올라간다. 세계 90여개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한 것과는 달리 한국의 상속세율은 가혹하기 그지없다.

이런 고세율이면 정상적으로 재산이나 기업을 상속해서 2세들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사업기회 유용문제는 한국산업의 활력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성장사를 보면 초기 적자를 무릅쓰고 대주주들이 사재를 출연해서 신사업을 벌여온 것이 많았다. 기존 법인을 통해서 할 경우 부지매입과 인허가등에서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공정법에서는 이같은 총수의 사재출연을 통한 신규사업 진출이 심각하게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역시 화학물질관리법 12조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과격 노동투사들이 우글거리는 환노위에서 여야가 서둘러 뚝딱 처리한 대표적인 경제악법이다. 12조는 공공복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에는 기업들이 환경부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다. 명확성, 구체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법조문에 현저한이라는 막연한 말이 들어갔다. 기업들로 하여금 어찌하라는 것인지...

이 법은 유해물질을 배출한 기업의 경우 해당사업장 매출의 최대 5%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대기업의 정유및 화학공장이나 조선공장, 반도체 및 철강, LCD공장등은 사업장당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만약 이들 대형사업장에서 불의의 폭발사고 및 불산누출등의 사고가 나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들은 하루아침에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수준의 가혹한 과징금이다. 삼성전자같은 경우 수조에서 수십조원을 내야 하는 극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경영에 대해 문외한인 노동투사, 환경투사들이 경제민주화라는 미명하에 기업을 위축시키는 극도의 규제법안들을 양산하고 있다.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하도급법도 커다란 문제다. 하도급법 16조2항을 보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지 말 것을 규정했다. 하지만 부당행위가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한 해석이나 설명이 없다. 지난 4월에 통과된 하도급법은 앞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법정 소송등을 빈발하게 만들 것이다.

납품단가 부당인하나 납품물량 조정 등을 둘러싸고 원청업체와 납품업체간에 분쟁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고, 이는 결국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송이 많아지면 대기업들은 납품업체를 아예 해외에서 구하려 할 것이다. 이 조항은 역설적으로 국내 하청업체의 일감을 오히려 빼앗을 수 있다.


경제민주화 법조문들이 추상적이다보니 관료들의 입김이 거세지게 됐다. 관료공화국이 부활할 것은 확실시된다.


그동안 역대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민간의 자율기능을 확대해왔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규제완화에 힘써왔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광풍으로 대기업을 혼내주는 것을 겨냥한 법조문들이 창궐하면서 작은 정부가 다시금 큰 정부로 돌아서고 있다.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기업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쉬워졌다.

공무원들의 권한확대는 관료집단의 부패를 부추길 수 있다. 인허가권과 규제권을 갖고 횡포를 부리면 기업들의 준조세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업을 해야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관료들의 해석에 목줄을 맬 수 밖에 없다. 검은돈의 거래나 밀실거래를 다시금 확대시킬 수 있다.

관료와 로펌간에 거대한 공생관계를 부채질할 수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법조문의 해석을 둘러싸고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은 부득불 로펌에 있는 변호사나 전직 경제관료들에게 자문이나 해석을 의뢰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전현직관료들 사이에 거대한 유착관계를 확대시킬 것이다. 로펌은 법조문 해석을 둘러싸고 대형 특수를 누릴 것이다. 이는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가져올 것이다. 김앤장이나 태평양 율촌 등 유수의 법무법인에는 전직 장관 차관 등 고위관료와 검찰및 판사 출신의 변호사, 정치인,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수두룩하게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결국 규제기관인 정부와 국회 등의 로비스트로 활약하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

경제검찰 공정위 퇴직 관료들의 몸값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현직 공정위관료는 대기업들을 마구 혼내주고, 공정위 OB들은 대기업규제가 강해질수록 대기업들로부터 일감을 많이 따내서 엄청난 액수의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공정위주변에선 OB들이 현직 후배들에게 기업규제를 더 세게 하라고 부채질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경제민주화법이 대부분 공정법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부당 내부거래 규제법, 금융회사 적격성 심사강화, 하도급법, 프랜차이즈법 등이 공정위와 국회 정무위 소관사항이다.

최근 새누리당 정무위 소속 의원이 개최한 출판기념회에 1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룬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경제민주화 법안을 다루는 정무위 실세의원의 출판기념회에 기업인들이 눈도장찍기 위해 대거 몰린 탓이다. 기업관계자들은 별 영양가 없는 정치인의 책한권 구입하는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합법적인 정치후원금 모금행사이지만, 사실상 준조세 걷는 행사나 다름없다.

정부나 여야는 이제라도 관료들의 자의적인 해석을 부채질할 수 있는 법안을 점검해서 보완해야 한다. 공정위 등 정부도 시행령에서 규제 법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나 기준을 마련해서 관료와 로펌간에 검은 유착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조문이 애매하면 기업들의 경영리스크가 더욱 커진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외환위기 직후 부실 자회사를 계열사들이 지원한 것에 대해 뒤늦게 배임혐의로 구속수감됐기 때문이다. 성공한 구조조정에 대해 검찰은 배임죄로 처벌한 사례다.

새로운 경제민주화 법안들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인들의 배임죄 처벌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상당히 유리한, 부당하게 경쟁제한하지 말라 등의 조문은 기업인들의 왕성한 공격경영이나 투자의욕, 기업심을 위축시키는 악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최고의 황제로 추앙받는 당태종. 그는 정관정요에서 “법을 집행할 때는 반드시 관대하고도 간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을 남용해서 기업과 기업인들을 위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규정이 애매해지면 기업들은 관료들의 포로가 될 것이다. 슈퍼갑의 관료들이 을인 기업들에게 엄청난 횡포를 부릴 것이다.

당태종을 보필했던 위징은 신하의 유형을 육정(六正)과 육사(六邪)로 구별했다. 이중 최고의 신하는 나라의 존망과 득실의 요령을 미리 헤아려 군주를 보필하는 성신(聖臣)이다. 국사를 전심전력으로 처리하고 군주에게 직언도 하는 양신(良臣), 열심히 일하고, 군주로 하여금 고대 현군을 따르도록 권유하는 충신(忠臣), 군주로 하여금 근심이 없게 하는 지신(智臣)과 봉록을 탐하지 않고 검약하는 정신(貞臣), 직신(直臣) 등도 올바른 신하로 평가됐다.

나쁜 관료인 육사는 어떤 신하들인가? 관직에 안주하고, 봉록을 탐하며, 공사에 힘쓰지 않으며 숫자만 채우는 구신(具臣), 군주에게 무조건 아첨만 하는 유신(諛臣), 간사하고 사악하며,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奸臣), 변명하고 궤변을 일삼는 참신(讒臣), 권력을 농단하는 적신(賊臣)등이 옳지 못한 신하로 꼽혔다.

법조문이 추상적이고, 관료들의 권한만 강해지면, 육정의 신하보다는 육사의 신하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관직에 안주하며 탐욕을 추구하는 구신들과 인허가권과 규제권을 무기로 기업인을 괴롭히는 적신들이 급증할 수 있다.

큰 정부, 관료권한이 강한 나라는 그래서 미래가 없다. 규제왕국을 혁파하기위해선 작은 정부로 가야 한다. 양신과 충신, 직신들의 육정이 대거 배출되도록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손톱밑 가시를 뽑기 위해서도 작은 정부, 관료의 권한이 작은 것이 좋다. 경제활성화는 관료들이 치어리더가 돼야 가능하다.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기위해서는 육사보다는 육정의 관료가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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