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9 농구대표팀 굴욕’ 캄캄한 현주소와 미래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3.07.02 16:19  수정 2013.07.02 16:24

U-19 세계선수권, 3전 전패로 결선리그 진출실패

높이 핸디캡에 치밀하지 않은 대표팀 운영 여전

이종현이 빠진 한국은 3전 전패로 U-19 세계선수권 결선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 연합뉴스

체코 프라하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대한민국 청소년(U-19) 남자농구대표팀이 조별리그 3전 전패로 결선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크로아티아-스페인-캐나다와 A조에 속한 한국은 8강 진출을 목표로 했지만, 각 조의 최하위 4개국이 벌이는 13~16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내용 면에서 선전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높이의 열세였다. 대회 개막 직전 코뼈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된 이종현(고려대)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한국은 조별리그 내내 리바운드와 페인트존 싸움에서 압도 당하며 고전했다.

아쉬운 것은 이종현의 부재나 높이의 핸디캡보다 치밀하지 못했던 대표팀 운영. 사실 한국 청소년 선수들의 신체조건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여전히 외국 강팀들에 비하면 열세이기는 하지만 한국도 이제 강상재, 최준용 같이 2미터에 육박하는 신장에 외곽슛과 기동력까지 겸비한 장신선수들이 대거 출현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것은 경험이었다. 국내 무대에서 또래 선수들하고만 경쟁했던 한국 선수들은 자신들보다 더 크고 더 빠른 외국선수들을 상대해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가 부족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사령탑 김영래 감독 역시 세계무대 경험이 낯선 지도자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한국농구는 국제무대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보여줄 만한 고유의 스타일이 없었다. 농구 선진국들의 경우, 성인 한국 만이 아니라 연령대별 한국도 유기적인 연속성을 가지고 자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플레이스타일을 추구한다. 하지만 한국농구에는 이러한 개성이 부족했다.

특히, 대표팀에 대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의 개념 자체가 없다. 조직력과 속공, 외곽슛 등은 이제 더 이상 한국만의 트레이드마크나 장점이라고 할 수 없다. 연령대별 한국과 성인한국간의 연속성도 전무하다보니, 선수들의 경험이나 대회에서 얻은 노하우가 체계적으로 축적되지도 못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던 대표팀의 경우, 사실상 정상적으로 손발을 맞춘 기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저마다 각 소속팀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기도 빠듯하다보니 한국이 조직력을 극대화할 시간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

상대국들에 대한 체계적인 전력 분석이나 맞춤형 전술은 언감생심이었다. 다른 팀에 비해 선수들의 개인능력이 월등하지도 않으면서 준비도 제대로 돼있지 않은 팀이 투지나 근성만 믿고 성적을 낼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U19 대표팀의 굴욕은 한국농구의 현 주소와 미래를 보여주는 어두운 증거다. 선수나 감독의 부족함을 탓하기 전에 한국농구의 시스템이 아직 세계무대에 도전하기에 너무나도 뒤처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오는 8월 성인한국이 출전하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를, 대한농구협회와 한국 농구인들이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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