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시진핑 합의 북에 압박 돌출행동 유의
중은 한반도 비핵화 우린 북의 비핵화 차이 미묘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3박 4일 간의 방중 일정을 끝내고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전향적인 성과를 얻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박 대통령은 중국 측과 1년여 남은 통화스와프를 3년 간 연장키로 합의한 것을 비롯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첨단기술 분야 교류 확대 등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전시켰다. 전반적으로 한중 외교관계의 내실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으로 한중 간 우의와 신뢰가 한층 더 두터워졌다는 관측이다.
실제 중국 측은 박 대통령의 영접에 장관급 인사를 내보내는 등 파격적인 환대를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워줬고, 박 대통령은 중국 내 이공계열 최고의 명문이자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淸華大)에서 중국어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에 큰 몫을 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내 권력서열 1~3위 인사를 잇달아 면담하고, 양국 간 상시 대화채널 구축을 합의하는 등 향후 한중 외교에 있어서도 호혜적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교두보를 마련했다.
"북한의 비핵화 이끌 수 있는 여건 조성했다는 의미 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가장 큰 성과로는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에 대한 구체적 ‘액션플랜’을 마련한 것을 꼽았다.
정경영 동아시아국제전략연구소 소장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북핵과 관련해 한중 간 공조체제를 구축한 분위기가 있고,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여하는 한중 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또 경제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한중 정상은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정치·안보 분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사회 분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양 국민 간 다양한 형태의 교류를 촉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빈번한 상호방문, 상시적 소통을 비롯한 세부 이행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정 소장은 “앞서 치러진 한미 정상회담과 달리 한중 정상회담 자체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여건을 조성했다는 의미가 크다”며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 역시 한중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것과 양 정상이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눈 것을 성과로 꼽았다.
특히 양 교수는 “가장 큰 성과는 한중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위해 당국 간 소통을 강화하는 대화채널을 만든 것이다. 과거 정부에선 탈북 문제가 생겼을 때 중국은 우리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이처럼 한반도에 갑작스런 안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화할 수 있는 핫라인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선 국제적인 거시경제 환경의 불안정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중 통화스와프가 연장된 건 다행스럽고, 전향적인 성과라고 본다”며 “또 전반적으로 중국과의 무역과 투자, 교류 환경이 한 단계 진전된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이어 “(양국 간 외교가) 실질적인 경제효과로 나타나기 위해선 기업이 움직이고 투자와 무역이 이뤄져야 하는데,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투자와 교류를 위한 환경, 교두보는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정상 간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관계가 경제적 관계를 이끈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은 의미 있다”고 평했다.
"실질적 대안 마련 미흡…북 반발 초래해 갈등으로 변질될 수도"
다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미흡했다는 평가도 있다. 더욱이 실질적 대안이 없는 한중 공조가 북한의 반감만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 소장은 “이번 한중 간 합의가 북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론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수뇌부의 입장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한국을 더 가까이 한다’고 인식해 반발이 생길 수도 있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데에서 오는 (박탈감이) 돌출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 소장은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의 고립이 심화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우발적인 국지도발 등 돌출행동에 있어서 우리 정부의 상황 인식과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소장은 “전반적으론 북핵에 대한 인식을 한중 양국이 같이하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며 “다만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환대를 받고, 중국 국민으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호감을 받은 건 좋은데, 분명한 것은 (이런 상황이나) 대북정책이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한중 정상이 발표한 ‘미래비전 공동성명’의 문구를 지적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입장 차이가 해석의 여지를 남겨둘 수 있다는 것.
양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박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말하고 있다”며 “전문가의 입장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주체가 명확히 북한이다. 그런데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 합동훈련 때 들어오는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여기에 향후 한국과 일본의 핵개발이 모두 포함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나중에 한중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제로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해석의 차이로 인해) 상당히 복잡한 변수가 많아질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나중에라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 교수는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에 대해 “우리 국민과 언론에 먼저 명확히 내용을 설명하고,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얻는 게 순서”라면서 중국이 지지하는 우리의 정책이 무엇인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