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칭화대 연설서 '유창한 중국어' 화제

김지영 기자

입력 2013.06.29 13:19  수정 2013.06.29 17:02

중국고사만 5개 인용 학생들 10여차례 박수로 화답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새로운 20년을 여는 한중 신뢰의 여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유창한 중국어 실력과 함께 해박한 중국 지식을 뽐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7일부터 이날까지 중국에 머무는 동안 공개석상에서 인용한 중국 고사만 5개. 여기에 박 대통령은 한중 문화와 정치, 지리적 유사성을 내세워 한중 교류·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국 이공계 최고 명문대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淸華大) 연설에서 머리말과 맺음말을 합해 5분가량 중국어로 인사를 전했다. 또 강연 중간 중간 자신과 중국의 인연, 중국 고사 등을 이야기하며 청중들의 공감대를 이끌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노력에 강연 중 문단이 넘어갈 때마다 칭화대 학생을 비롯한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중국어로 ‘곡식을 심으면 1년 뒤에 수확을 하고, 나무를 심으면 10년 뒤에 결실을 맺고, 사람을 기르면 100년 후가 든든하다’는 고전 관자(管子)의 구절을 인용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곳 칭화대의 교훈이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칭화대가) 그 교훈처럼 쉬지 않고 정진에 힘쓰고, 덕성을 함양한 결과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수많은 정치지도자와 중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했다”고 격려했다.

우리말로 진행된 강연에서도 박 대통령은 틈틈이 중국 대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한중 문화의 유사성을 설명하며 “많은 한국 국민들은 어려서부터 삼국지와 수호지, 초한지 같은 고전을 책이나 만화를 통해서 (중국을) 접해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나도 오래 전에 소주(苏州)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 항주가 있다’는 말이 정말 맞구나 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역지사지(易地思之), 관포지교(管鮑之交), 삼고초려(三顧草廬) 같은 중국 고사성어는 한국 사람들도 일반 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도 개인적으로 중국 선현들의 책과 글을 많이 읽었고, 중국 노래도 좋아한다”며 “이렇게 문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마음으로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한중 관계가 더욱 성숙하고, 내실 있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양 부모를 여의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많은 철학서적과 고전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는 노트에 적어두고 늘 들여다봤다. 그러면서 고통을 이겨내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박 대통령은 제갈량이 아들에게 보낸 배움과 수신에 관한 글을 인용하며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헤쳐가면서 내가 깨우친 게 있다면 인생이란 살고 가면 결국 한줌의 흙이 되고, 100년을 살다가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아무리 시련을 겪더라도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삼아 나아간다면, 결국 절망도 나를 단련시킨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한반도 건설할 것…북한의 핵개발은 고립만 자초할 뿐"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서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협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새로운 한반도’ 건설을 제시하면서 “비록 지금은 남북한이 불신과 대립의 악순환에서 못 벗어나고 있으나 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은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계와 교류하고 국제사회의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내건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행 노선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변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한국은 북한을 적극 도울 것이고, 동북아 전체가 상생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북한의 최우방 국가인 중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면 동북 3성 개발을 비롯해 중국의 번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진 동북아지역은 풍부한 노동력과 세계 최고의 자본과 기술을 결합해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지구촌의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여러분의 삶에도 보다 역동적이고 많은 성공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 여러분이 이 원대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먀 “이 자리에 있는 칭화인 여러분이 그런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를 만드는 데에 동반자가 돼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중국의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한국의 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그리고 서해 바다에서 만나 하나가 된다”면서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중국은 시 주석의 지도 아래 ‘중국의 꿈’을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가고 있고, 한국도 국민 행복시대와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한반도라는 ‘한국의 꿈’을 향해 나가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은 국민 행복, 인민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함께 전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두 나라의 강물이 하나의 바다에서 만나듯 ‘중국의 꿈’과 ‘한국의 꿈’은 하나로 연결돼있다”며 “나는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이 함께한다면 새로운 동북아의 꿈을 이룰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이 함께 꾸는 꿈은 아름답고, 한국과 중국이 함께하는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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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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