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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관광 오세요?' 서울 지하철 광고 '황당'


입력 2013.06.26 11:02 수정 2013.06.26 11:09        김해원 기자

원전 사고로 단항된 후쿠시마현 광고 버젓이 노출

분노한 시민 민원에 메트로측 "광고계약 때문에..."

서울매트로의 지하철의 스크린도어 광고ⓒ데일리안DB 서울매트로의 지하철의 스크린도어 광고ⓒ데일리안DB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상승하는 등 여전히 위험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서울시 지하철 한 가운데 버젓이 후쿠시마현 관광을 홍보하는 광고물이 설치돼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서울역과 잠심역의 스크린도어 광고판에는 '매력적인 도시 후쿠시마로 오세요'라는 광고가 설치돼 있다. 무심결에 지나갈 수 있지만 조금만 내용을 뜯어보면 ‘당황스러운’ 광고다.

후쿠시마현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며 방사능 누출사고가 일어난 지역이다.

원전 사고로 인해 일본은 물론이고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하와이와 괌, 사이판 등 태평양의 휴양 도서 지역도 인기가 떨어질 정도였다. 일본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 일대로 퍼져 나간다는 불안 때문이다.

후쿠시마현에선 지난 24일에도 원전사고가 났던 제1원전 인근의 바닷물 방사성 물질 농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 측정용 우물에서 법정기준치의 최대 30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우물이 바다와 거리가 불과 27m여서 해양 오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 17만명 중 12명이 갑상샘암에 걸렸고, 15명이 암 의심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아갑상샘암이 보통 100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통례와 비교하며 발병률은 70배나 높은 것이다.

이처럼 원전 사고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각 항공사는 지난 2011년 이래 현재까지 후쿠시마현의 항공 노선을 단항(斷航)했다.

"너무 화가났다…서울시민이 봉인가!"

항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를 통해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데, 고객들이 원전사고 이후로 후쿠시마현의 방문을 꺼려해 항공편을 단항했다"며 "현재 후쿠시마 노선을 나서서 찾는 사람은 없고, 개인적으로 특별전세기가 뜨는 경우는 간혹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후쿠시마현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개인여행의 수요는 거의 없는 것이다.

여행사 관계자도 "원전 사고가 터진 뒤 후쿠시마현 관광 프로그램을 없앴다"며 "현지 일본인들은 후쿠시마현이 워낙 넓다보니 현지로 수학여행을 가는 등의 왕래는 있는 것 같지만, 국내 관광객들은 전혀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항공편도 단항된 상태고, 우리도 언제 다시 후쿠시마현 프로그램을 복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후쿠시마현의 항공 노선도 단항되고 여행사 프로그램도 폐지된 상황에서 서울시에 내걸린 '후쿠시마현으로 오세요' 광고는 여러 시민들의 발길을 머물게 했다.

이에 민원을 제기한 한 시민은 "해당 광고를 보고 너무 화가났다"며 "외국에서도 일본방문을 꺼려하는데 서울 시민이 봉인가. 서울매트로에 민원을 제기해도 관련부서에 물어보겠다는 답만 되풀이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광고가 논란이 되자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난 4일부터 7월 3일까지 계약이 돼 있는 광고"라며 "서울매트로가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은 뒤 대행사에서 광고 심의를 서울매트로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광고가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민원에 대해 "광고 계약이 남아있어 당장 철거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의 지적대로 후쿠시마현 광고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세심하게 광고 심의를 진행해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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