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퍼거슨에게 축구란 '끝까지 드라마'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3.05.20 11: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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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경기 WBA전 5-2 앞서다 5-5 동점

처음부터 끝까지 각본 없는 게임

퍼거슨 감독 곁을 지킨 맨유의 제자들과 WBA도 위대한 노장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박수로서 축복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72)이 난타전 속에 고별전을 치르고 현역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맨유는 20일 오전(한국시각) 영국 웨스트브롬위치서 열린 WBA와의 ‘2012-1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서 5-5 무승부를 기록했다.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퍼거슨 감독에게 잊지 못할 고별전이었다. 양팀은 총 10골을 터뜨렸다. 축구에서 보기 드문 5-5라는 스코어가 나온 것도 이변이지만, 5-2로 앞서가다 따라잡힌 것도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당황스러울 결과다.

맨유는 전반 6분 만에 가가와 헤딩골을 시작으로 9분에는 요나스 올슨, 29분에는 알렉산더 뷔트너가 연이어 추가골을 터뜨려 일찌감치 낙승 분위기에 취했다. 하지만 상대의 반격도 매서웠다. 전반 40분 제임스 모리슨의 만회골을 넣고 전반을 마친 WBA는 후반 시작 4분 만에 로멜루 루카쿠가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키며 2-3으로 따라붙었다.

맨유도 밀리지 않고 후반 7분, 2시즌 연속 EPL 득점왕에 등극한 로빈 반 페르시가 올 시즌 26호골을 작렬했다. 후반 18분에는 긱스 크로스를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팀의 다섯 번째 골로 연결, 맨유는 다시 3골차로 달아났다.

하지만 홈 최종전에서 ‘퍼거슨 고별전’ 들러리가 되기를 거부한 WBA 반격은 매서웠다. 승리를 확신한 맨유 수비진의 집중력이 떨어진 틈을 타 후반 36분과 37분, 불과 1분 간격을 두고 연속골을 터뜨리며 턱밑까지 추격했다. 후반 41분에는 다시 왼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루카쿠가 문전 혼전 중에 밀어 넣으며 해트트릭과 함께 극적인 5-5 동점을 이뤘다.

벤치에서 여유 있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퍼거슨 감독의 얼굴도 굳어졌다. 양팀 모두 순위가 확정된 상황에서 별 의미 없는 번외경기가 될 수 있었던 시즌 최종전은 결국 역사에 남을 또 한편의 드라마로 완성됐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 경기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맨유 선수들은 퍼거슨 감독의 눈치를 보며 겸연쩍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시즌 최종전이나 퍼거슨 감독의 고별전이 아니었다면 종료 후 라커룸에서 한바탕 퍼거슨 특유의 '헤어드라이기'를 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경기였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던 퍼거슨 감독은 종료 휘슬과 함께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고별전을 지켜보기 위해 원정응원까지 와준 팬들에게 다가가 환한 미소를 보내며 박수를 쳤다. 퍼거슨 감독 곁을 지킨 맨유의 제자들과 WBA도 위대한 노장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박수로서 축복했다.

뜻대로만 되지 않는,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재미있는 스포츠의 세계만큼이나 시작부터 끝까지 각본 없는 드라마로 마친 퍼거슨 축구인생 마지막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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