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조작 밝혀낸 브릭서 조국 표절 논쟁

게시판에 네티즌 제보에 "책임 못면해" vs "법조계 문제라..."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BRIC) 사이트에 언론사 기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올린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관련 게시글. 인터넷 화면 캡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의혹은 지난 16일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BRIC) 사이트에 언론사 기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조국 교수가 논문에서 자기 표절을 했다는 제보가 있다”는 글을 올리고 검증을 요청하면서 비롯됐다.

해당 네티즌은 지난 2008년 6월 ‘한국형사정책학회지’에 실린 조 교수의 논문 ‘사형 폐지 소론’ 영문 초록이 같은해 4월 ‘Asian Journal of Comparative Law’에 발표한 조 교수의 영문 논문 ‘Death Penalty in Korea : From Unofficial Moratorium to Abolition?’ 본문 일부를 표절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용표시 없이 동일 또는 다른 언어로 출판하는 것을 금한다’는 서울대 연구윤리 지침을 떠나, 자기가 쓴 다른 논문의 내용을 그대로 copy&paste 해서 다른 논문의 초록으로 재활용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제목부터가 분명히 다른 두개의 논문에서 한 논문의 본문 내용이 다른 논문의 초록에 어떻게 똑같이 들어갈 수 있느냐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해당 논문의 본문 파트도 대부분 영어-한글 번역한 수준이 아닐까 한다”며 “다시 말해 한글 논문의 내용을 영작을 해서 다른 논문으로 출판했다는 의혹으로, 좀 더 살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같은 의혹제기를 한 이유에 대해 “법학자 조국 교수의 자기표절 문제가 만약 ‘디펜스’가 불가능한 문제라면, 널리 공론화되길 바란다. 혹시 다른 논문에도 같은 문제가 있다면 더 파헤쳐지길 바란다”며 “워낙 도덕성 전세 낸 학자처럼 알려져 온 분이니 이런 문제제기로 인해 이어질 긍정적 파급효과가 크리라 본다”고 밝혔다.

이에 브릭 이용자들은 “한글논문을 영문으로 번역 출판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양쪽 출판사에서 허가를 받아야 된다”, “출판동의를 얻었는지 여부가 문제다”, “인용을 했더라도, 대부분의 내용이 같은데 일부에만 인용표시를 했다면 문제가 있다”, “최소한 다르게 쓰려는 노력도 없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듯 하다”는 등의 의견을 보였다.

반대로 “표절이라고 하기는 조금 부족한듯 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정치적 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생명과학 관련 사이트에서 법조계문제를 다루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해당 사이트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밝혀낸 과학자(생명공학)들의 모임으로, 천안함 사건 당시 과학적 검증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조 교수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문논문의 영문 초록 작성 시, 영문논문에 대한 문장 사용은 표절 판정 대상이 아니고, 학계에서도 허용된다는 것. 서울대측은 관련 제보가 들어올 경우 연구윤리와 관련 조사 등을 통해 논문표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교수는 지난해 10월 24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캠프 초청으로 열린 대담에서 ‘교수가 연구는 하지 않고, 정치적 발언을 너무 많이 한다’는 지적에 대해 “내 연구실적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며 “서울대가 만만한 조직은 아니다. 내가 수업이나 연구를 소홀히 하면 교수로 있을 수 없는 조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대는 지난 2008년 소속 교수들에게 ‘표절 예방 교육’을 실시했고, 당시 강연자로 조 교수가 나서서 동료 교수들에게 표절의 개념 등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