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방화범 류창은 영웅아닌 잡범

입력 2013.01.06 08:46  수정

<칼럼>정치적 대의를 위해서라면 백주대낮에 해야지 야밤 방화라니

가뜩이나 영토 문제로 전에 없던 갈등을 겪고 있는 한중일 세 나라가 이번에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를 받아 온 중국인 류창(劉强)의 ‘범죄인 인도’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며 그 골의 깊이를 더했다.

그는 2011년 12월 26일 새벽 4시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화염병을 던지고, 한국으로 건너와 며칠 후 또다시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지다 검거됐다. 이후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치자 일본은 자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나 지난 3일 한국의 법원은 거부를 선고한 후 석방해버렸다. 이에 중국 정부는 환영했고, 일본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당연히 일본 내의 반한(反韓) 감정은 더 거세질 것이다.

게다가 류창의 외할머니가 한국인으로서 중국으로 끌려갔던 일본군위안부였으며, 외증조부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로 몰래 한국어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 받다 사망했고, 조부(중국인) 역시 항일투쟁으로 전사해 중국 정부로부터 ‘혁명열사’라는 칭호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방화범이 정치범으로?

일본으로의 범죄인 인도 거부를 판결한 고법은 류창의 방화를 정치적 항의로 보고 그를 ‘정치범’으로 인정함으로써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지킨 판결이라지만 아무래도 고민 끝에 내린 정치적 결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럴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그런 판결을 내리고 진즉에 돌려보냈어야 했다. 사실 류창의 방화는 그 어떤 이유에서건 범죄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한일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그를 일본으로 보냈어야 마땅하다. 현행범을 역사의 잣대로 판결하다니! 왠지 찜찜함이 남는다.

추후 한중일 사이에 이와 유사한 일이 또다시 생길 때, 이번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과거사, 가족사로 인한 분노로 저지른 범죄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 만약 그때 야스쿠니 신사가 소실되었거나 인명피해까지 났더라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그보다 더한 테러나 살인을 저질렀어도 과연 그런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까?

야스쿠니신사 안에 있는 신문(神門)이라고 불리는 목제 문의 한쪽 기둥이 그을린 모습.

그는 영웅이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인 네티즌들 사이에서 류창이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의 행위는 결코 영웅적이질 못했다. 가족사로 인한 울분 때문에,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받아 내거나 응징하겠다고 저지른 행위라 해도 방화는 단순히 범죄일 뿐이다. 근자에 한국의 광신도들이 저지르는 단군상 부수기, 불당에 오줌뿌리기, 대웅전 방화와 다를 바 없다. 고작 그런 범죄에 대해 감히 ‘대한민국의 정치적 질서와 헌법이념, 나아가 대다수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까지 거창하게 운운한 것은 대한민국을 너무 옹색하게 만든 판결은 아닌지?

그가 진정 돈키호테적 심정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방화를 했더라도 적어도 당당했어야 했다. 한 밤중에 몰래 불을 지르고 도망칠 것이 아니라, 이왕지사 백주대낮에 많은 시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보는 앞에서 그랬어야 했다는 말이다. 잡힐 것이 무서워 도망치지 말고 떳떳하게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반성을 촉구하는 고함을 질렀어야 했다. 범죄와 정치적 항의에 대한 분별이 엄격했어야 했다.

또 한국과 중국 사이의 정서적 정치적 보호막에 숨어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뒤늦게라도 일본으로 건너가 당당하게 재판받고 죄 값을 치르겠다고 큰소리쳤어야 했다. 그리함으로써 처음 목적한 바를 끝까지 주창했어야 했다. 결국 그는 소영웅도 되지 못했다. 자신의 가문을 영광되게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방화범으로서 욕되게 했을 뿐이다. 우리는 아직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의사가 거사 후 도망가다 잡혔다는 소리 들어보질 못했다.

영웅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무협(武俠)의 나라 중국이 아니던가? 분명 중국 정부나 지식인들은 내심 이번 사건을 부끄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도 그깟 망상에 찬 방화범 한 명 때문에 3국간의 갈등을 심화시킨다면 그 또한 낯간지러운 일. 부끄러운 과거사부터 사과하고 볼 일이다. 아무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칫 그의 범죄를 영웅적인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을까 싶은 노파심에서 비판 아닌 비판을 해본다. 당당하지 않으면 그 어떤 용기나 의분도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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