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는 뜨고 김옥은 지고 김설송은?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입력 2011.12.24 09:32  수정

텔레그래프지 김설송 주목에 대북전문가들 "소설일뿐" 일축

"김경희는 장성택보다 권력 높아…김옥은 한때 '문고리권력'"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오전 8시30분 과로로 열차에서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일성 주석, 동생 김경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후 북한은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의 권력이양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만 그럴 뿐 안정적인 ‘김정은 체제’에 대해 대북전문가들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한다.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인 김정남, 군부와 당 사이의 세력 갈등 등 여전히 불안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복누나 김설송, 김정일 생존 당시 마지막 부인인 김옥, 김정일 사후 실세로 등장한 고모 김경희 등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북한내 여성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북한에서의 여성 권력, 가능한 이야기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이라는 것. 다만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의 움직임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이복누나 ‘김설송’, 김정일 신변 호위와 일정 관리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지난 20일 ‘김정일 사망, 세 계파 간 권력투쟁 시작’이란 기사에서 장성택, 김설송, 김정남 등 3명의 친인척 간에 본격적인 권력투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에 낯선 이가 바로 ‘김설송’. 김정일 둘째 부인 김영숙의 딸인 김설송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1974년생으로 김일성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김설송은 결혼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텔레그래프는 김설송이 김정일의 신변 호위와 일정 등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면 현재도 당 선전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권력투쟁의 한 축으로 소개했다.

이와 관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픽션”이라며 “지금같은 위기상황에서 특히 이복형제간 권력투쟁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잘랐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도 “이복누나 김설송의 권력투쟁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된다”며 “북한 권력은 여성을 내세우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강명도 경민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권력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김설송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오전 극동지역 최대 수력 발전소인 '부레이 발전소'를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 위원장의 4번째 부인 김옥
김정일의 여인 ‘김옥’, 김정은 후계 출범 도와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 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많은 사람들이 장성택이 후견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고모 김경희와 김정일의 넷째 부인 김옥을 거론했다.

특히 김옥과 관련, 박 의원은 “김옥 간단하지 않다. 10년 동안 문고리 권력을 잡았고, 그 아버지는 노동당의 돈줄을 쥐고 있는 지위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정일 사망으로 북한 내부 권력투쟁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말할 수 없는 공포와 불안 속에 있음을 지적한 부분이다.

‘김정일의 여인’ 김옥.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1980년대부터 서기실에서 일했다. 2004년 김정일의 셋째 부인 고영희(김정은 생모) 사망 이후 최고지도자의 아내 자리를 차지한 김옥은 김정일 사망 때까지 곁을 지켰다. 2010년부터 사실상 ‘퍼스트레이디’역할을 맡아 같은 해 김정일의 5월과 8월 중국 방문에 따라가 각종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냈고 2011년 5월 방중과 8월 방러·방중에 동행했다.

김옥의 정확한 역할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된 바 없으나 정부 당국은 지난해 9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한 3차 당 대표자회 직후에는 노동당 서기실(비서실) 과장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박선영 의원의 지적처럼 김옥의 아버지 김효는 노동당의 회계를 담당하는 재정경리부 부부장 출신이다. 2008년에는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됐다.

이러한 집안 배경 때문에 김정일의 ‘문고리 권력’ 역할을 한 김옥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더구나 김옥은 장성택이 막강한 권력을 누리다 2004년 숙청을 당해 2년간이나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하지 못한 데 입김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2008년 김정일의 와병 때 ‘병상통치’를 통해 김정은 후계 출범을 도왔다.

이에 대해 안찬일 소장은 “김옥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문고리 권력”이라며 “김정일이 사망한 이상 파워 게임에 뛰어들만한 힘이 없다”고 바라봤다. 오히려 김옥이 잘못 움직이면 그 역시 숙청당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일성 직계 혈통 ‘김경희’, 현재는 권력 정상

북한에서의 여성 권력은 ‘소설’이라 하지만 김정일의 유일한 혈육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만큼은 현재 “권력 정상”이라고 한다.

특히 김경희는 김정일 사망 직전인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슈퍼마켓’이라고 칭한 광복지구상업중심(대형마트)를 방문해 사찰한 사진을 보면 엘리베이터를 탄 김정일 바로 뒤 3번째 칸에 혼자 서 있어 눈길을 모았다. 김경희 세칸 뒤로 김정은과 장성택이 서 있다.

김정일의 유일한 동복 혈육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김정일이 병상에서 복귀한 2008년 말부터 군부대와 공장 등의 현지지도를 대부분 수행하며 보좌했다. 지난해 9월 당대표자대회 때는 김정은과 나란히 ‘대장’ 칭호를 받으며 권력 핵심으로 떠올랐다.

김경희는 한때 알코올 중독 등으로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고 한다. 바람기 있던 남편 장성택과의 불화, 2006년 중반 프랑스 유학중이던 친딸 장금송의 자살 등이 겹치면서 우울증에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200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기념 촬영 이후 6년만에 재등장하며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이와 관련, 김광인 소장은 “영향력으로 따지면 고모부 장성택보다 고모인 김경희가 훨씬 힘이 있다”고 밝혔다. 김일성 가문을 의미하는 ‘백두산 혈통’ 혹은 ‘만경대 가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정일 별장을 간다면 김경희는 그 별장을 수시로 드나들 수 있지만 장성택은 들어갈 수 없다. 김경희가 남편을 동행한다면 그때나 가능하다는 것.

김 소장은 “이런 관계 때문에 발언권 역시 김경희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김 소장은 “명분상”이라고 했다. 실권 차원에서 본다면 장성택이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김경희는 (김정일의) 유일한 혈육이고 피를 나눈 동생이지만 김정일이 없는 상황에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소장은 “김경희와 장성택은 부부이기는 하지만 형식상 부부로 정이 없다”며 “다만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오월동주’로 같은 배를 탔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칠 것”이라고 했다.[데일리안 = 동성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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