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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가을에는 소개팅 성공률이 왜 낮을까


입력 2011.09.10 10:11 수정 2013.05.22 15:19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 칼럼>불안심리와 콘텐츠 소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포스터ⓒMBC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포스터ⓒMBC
최근 한 결혼 정보회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소개팅이 전년대비 152% 증가했다. 이는 5년간 가장 높은 건수인데, 이는 강수량과 비례한다는 추측이 있었다. 전년대비 473%의 강수량 증가와 비례한다는 것이다. 그럼 다른 해에는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2008년 서울 강수량은 전년대비 194% 증가, 소개팅 만남 건수는 전년대비 112% 증가했다. 그럼 강수량이 줄어든다면 소개팅 건수는 줄어들 것인가? 2010년 7월에는 전년대비 276% 감소 했다. 그러자 소개팅이 104%의 감소율을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날씨 맑고 좋은 날에는 상대적으로 소개팅을 덜하고, 날씨가 궂으면 소개팅을 많이 한 셈이 된다.

날씨가 좋지 않다는 것은 사람의 심리를 부정적으로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과 우울의 심리가 증가할 것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분좋은 일을 찾을 것이며 이 대표적인 것이 이성 혹은 짝을 찾는 일일 수 있다.

심리적 불안과 안정하지 못한 심리상황은 이성간의 갈구를 더 강화할 수 있다. 캐나다 밴쿠버의 자연공원 캐필라노 캐니언에는 높이 70m에 매달린 현수교가 있다. 폭은 1m, 길이는 140m에 이르렀다. 다른 쪽에는 현수교가 아니라 단단한 삼림 목재로 만들어진 높이 3m의 다리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예쁜 여성 도우미를 고용한 다음 실험을 진행했다. 자연풍광이 창조적 표현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하며 남성들에게 설문지 작성을 요청했다. 설문지를 작성하고 난 후에 설문지 한쪽에 연구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적었다.

그러자 현수교에서 설문지를 작성한 남성 18명중에 9명, 다리위에서 작성한 사람은 16명중 2명만 연락했다. 물론 남성 도우미가 설문지 작성을 요구한 경우에는 아무도 전화하지 않았다. 이 실험에서 증명하려는 것은 위험 상황에서는 남녀 사이의 애정 감정이 더 증가한다는 것. 이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 아서 아론과 도널드 더튼 박사의 ‘카필라노 실험’의 내용이다. 불안한 상황 속에서는 사랑의 감정이 더 싹튼다.

1991년 걸프전 때 이스라엘에서 ‘전시사랑’(war love) 현상이 나타났다. 전쟁 상황의 불안한 경험하면서 남녀가 더 사랑에 빠지게 됐다. 이혼, 별거의 부부들도 대피소 생활을 하면서 다시 결합했다. 한국에서도 남녀경찰이 순찰을 돌다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성공다고 한다. 스톡홀름 신드롬에서는 경찰의 포위에 싸인 인질과 납치법이 사랑에 빠졌다.

1959년 사회심리학자 샤흐터(chachter)는 친애행동과 불안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고통을 느낄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다른 이들과 더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친해지려고 했다. 불안한 사람들은 더욱 사람들과 친밀과 유대를 나누려고 한다.

슈츠(Schutz)는 사람들이 타인과의 만남에서 추구하는 욕구에 소속, 통제, 그리고 애정이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홀로 존재하기 보다는 어느 곳에 속해있고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는 상태를 추구하고 애정을 받거나 주려한다. 이러한 점은 자신이 처한 환경이 불안할수록 증가한다.

이러한 점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와 관객들의 행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불안은 심리적 안정이 깨진 상태이므로 따뜻함, 친밀함, 유대감, 사랑을 갈구하도록 만든다. 갈수록 영화나 드라마 가운데 사랑에 관한 드라마는 더 많아진다. 인류 중 가장 이성적이라는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불안의 속에 삶을 영위하는 터라 그들은 암울하고 어두운 결말 보다는 밝고 해피 한 결말을 원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영화들은 해피엔딩이다.

2010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을 보고 시청자들은 참지 못했다. 결말은 새드 엔딩, 세경(신세경 분)과 지훈(최다니엘 분)의 죽음을 암시하는 슬픈 비극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쾌한 코드의 시트콤이 아니었던가. 드라마 <추노>의 결말도 비극에서 절반의 해피엔딩으로 수정되었다.

사랑에 빠지면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dopamine)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cortisol)을 감소시켜 스트레스에 견디게 한다. 사실상 콘텐츠 소비행위도 이러한 것이다. 스타 선호도 같다. 즐거운 결말은 도파민을 나게 한다.

한국 드라마에 특히 신데델라 드라마가 많은 이유도 이 불안정성의 심리에 기반 한다. 가난한 여성주인공의 연인으로 재벌 2세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연애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유쾌하고도 달콤하다. 왜 이런 것일까. 사람은 불안한 상황일수록 다른 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바란다. 또한 즐겁고 유쾌한 경험으로 그것을 소거하려한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불안을 없애 줄 도움을 원한다.

그것이 경제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말이다. 이러한 점을 바로 재벌 2세, 고소득자의 배우자에게서 찾는다. 그런 연인이 아니어도 성공을 거두는 여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많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마가렛 클락 교수팀에 따르면 ‘사랑’ ‘포옹’ ‘친밀함’을 해석한 그룹이 물건 값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즉 물질적 소유보다는 정신적인 것에 더 가치를 뒀다. 불안할수록 우리가 보는 콘텐츠에 대개 이러한 물질적 소유를 둘러싼 부유한 자제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다.

복고형 사랑이야기도 설명될 수 있다. 미 뉴욕 주립대 심리학과 아더 애런 박사 팀의 연구에 따르면 ‘오래된 사랑’은 강한 애정을 느끼지만 집착과 불안이 없었다. 그러나 얼마 안 된 ‘새로운 사랑’에는 많았다.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익숙한 사랑이 야기에는 안정감을 느낀다. 이러한 점은 복고적인 사랑이야기가 계속 출현하는 이유가 된다.

특히 여성들이 로맨스 콘텐츠를 많이 선호하는 이유도 추측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푼다면 적의 위협과 불안 상황에서 남성은 적과 맞서 싸우거나 불리하면 도망치지만 여성은 자식들을 품에 안고 침착하게 다독이며 애정을 쏟는 방법으로 대처한다. 즉 여성들이 불안한 상황일수록 애정과 유대의 관계를 더욱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들은 우울하거나 마음이 잡히지 않으면 영화나 드라마, 공연 관람을 통해 기분전환을 하지만 남성들은 술이나 담배, 폭주, 운동 등을 즐긴다.

사회적 유대와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드라마는 하나의 치유제이다. 캘리포니아대학 셸리 테일러 교수는 저서 ´보살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회적 유대가 강력한 독감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다거나 만성 질병의 진행을 저지한다는 사례 역시 보살핌의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보살핌은 사회를 하나로 묶어 주는 힘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은 완전한 해피엔딩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약간은 슬픈 비극이 존재하는 멜로를 선호하기도 한다. 일리노이드대 에드 디너 교수는 “과학자들이 모나리자의 표정을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83% 정도는 행복, 17% 정도는 두려움과 분노가 혼합된 감정을 느끼는 것”라고 했다. 너무 밝으면 가볍고 너무 어두우면 우울하다. 그것은 바로 불안과 불안정한 정서가 많은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드라마에서도 드러난다. 한이 쌓인 주인공이 사회적 성공을 하거나 복수를 이루어내는 콘텐츠가 많은데 그 가운데 러브스토리가 있으면 큰 인기를 끈다.

여하간 매우 불안한 사람은 곤란하다. 캐나다 요크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광신도가 되기 싶기 때문이다. 자칫 이성을 사랑하게 된다면 스토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픽션콘텐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집착적 마니아가 될지도 모른다. 게임에 대한 중독도 이러한 맥락에 있겠다.

맑은 가늘 날씨 때문에 사람들은 책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출판계의 마케팅 고육책이 나왔다. 어쨌든 날씨가 맑고 기분 좋은 날이 많은 가을날에는 애써 소개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만약 한다고 해도 상대에 대한 매력은 떨어질 것이다. 가을은 소개팅이 아니라 결혼하기 좋은 날이다. 비가 많은 장마철에 소개팅하고 햇살 좋은 가을에 결혼하면 금상첨화겠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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