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문제제기에 박원순 "원래 사회적 기업은 노동력 착취하는 곳"
"스펙 목매다는 현실 이용 인턴 미명하에 자원봉사자 취급" 비난 쇄도
박원순 변호사가 운영하는 ‘희망제작소’가 무급으로 인턴을 채용, 정규직에 준하는 업무를 시켜온 것으로 알려져 인터넷상에서 노동력 착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하루 점심값 5천원을 받으면서 주5일제 정규 연구원에 준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의 인턴들을 자원봉사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과제로 떠올랐다.
처음 희망제작소의 무급인턴채용 사실이 알려진 뒤 박원순 씨의 트위터나 희망제작소 사이트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지금 ‘88만원 세대’들의 현실을 생각할 때 희망제작소마저 하루 점심값 5천원만으로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박원순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기본적으로 비영리단체는 노동력을 착취하는 곳”이라며 이 논쟁을 일축했고, 이런 박씨의 주장이 네티즌 논란에 다시금 불을 지핀 상황이다.
지난 1일 딴지일보에는 필명 miseryruns를 사용하는 네티즌이 독자투고를 통해 “사회 각계의 지원과 후원을 받고 있는 희망제작소마저 무임금의 노동착취 구조를 완성해나가고 있다”며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희망제작소는 무엇을 제작하고 있는가’란 제목의 이 글에는 6일까지도 수많은 댓글이 달리며 네티즌들이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글쓴이는 “가르치던 학생에게 희망제작소 인턴을 권한 일이 있다. ‘무급. 하루 식비 5천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져 글을 썼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정책 대안 제시를 표방하고 탄생한 시민참여형 연구소에서 ‘인턴십 = 무임금’이라는 논리를 세운 것은 이율배반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희망제작소가 무임금 인턴이 없으면 돌아갈 수 없는 구조라면 근원적인 문제는 일의 크기를 조직에 비해 비대하게 만든 것”이라면서 “희망제작소가 정규 업무의 영역을 인턴 프로그램으로 돌리고, 인턴들이 단순히 일을 돕는 수준이 아니라 업무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글쓴이는 “본인이 겪은 비영리 단체 운영 경험상 필요한 비용보다 더 적은 비용밖에 모금이 안 될 경우 정답은, ‘무임금 노동자를 데려온다’가 아니라 ‘사업의 사이즈를 줄인다’가 옳다”며 “희망제작소는 사업을 그 크기로 키우지 말았어야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실상 희망제작소는 2005년 12월 창립된 이후 그동안 20기수에 걸쳐 434명의 인턴을 채용하면서 무임금 원칙을 고수해왔다. 인턴들은 5일제 근무로 정규 업무의 영역을 똑같이 수행했고, 경력을 인정받을 요량으로 연구소에서 정한 5개월을 채우는 식이다.
그러나 통상 한 기수에 18명씩 모집하는 희망제작소의 인턴 급여를 유급으로 따져보면 현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4320원을 적용하더라도 기수당 총 6800여만원이라는 거액이 산출된다.
이에 대해 희망제작소 측은 “부족한 일손에 대해 도움 받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희망제작소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내부 사업과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하고, 연구원들과 교류의 기회를 갖는 것 역시 인턴십 프로그램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박원순 씨가 펴는 반박 논리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일단 “아름다운재단이나 희망제작소에는 무급인데도 인턴들의 경쟁이 10 대 1이 넘을 때가 많다. 희망제작소의 인턴이 젊은이들에게 큰 경력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박 씨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착취하고 수많은 시민들의 주머니를 턴 소매치기죄로 저는 이미 천국에 가기는 글렀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지옥에 가서도 아름다운재단을 만들고 희망제작소를 만들어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을 착취하고 소매치기할 생각”이라는 말도 남겼다.
즉 박 씨는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소망과 뜻에 따라, 흔쾌히 자원봉사로서 일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이에 대해 투고자는 “박원순 씨는 ‘봉사하는 사람들 역시 만족감을 느낀다’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434명의 당사자들이 대답할 것이지 박원순 씨가 대답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인턴이란, 말 그대로 실질적 업무를 훈련의 형태로 수행하는 학생이나 최근의 졸업자를 의미한다”며 “인턴십이 종료됐을 때 이들은 ‘이런 업무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했음’을 증명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턴 경험자가 개인적으로 남긴 메시지를 하나 공개했다. 글의 내용은 “사실 희망제작소에 지원할 때도 ‘그냥 방학 때 집에 있기 뭐하니 뭐라도 하자’는 심정이었더랬죠.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글 보니 제가 그냥 멍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느끼는게 많네요. 네에. 사실 저희끼리도 제작소 안에서 ‘두달이니까 버티지’라며 자조했었습니다. 블로그에 쓰신 글 보고 있어요 격하게 공감공감.”이라고 씌어 있었다.
이런 논쟁이 이어지자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도 잇따랐다.
‘돌개바람’이란 필명을 가진 한 네티즌은 “희망제작소라는 데서 지금 벌이는 일이 꽤 흥미롭다. 21세기에 무보수 도제수업이라...”라며 의문을 표했으며, MikeSkinner란 필명을 가진 네티즌은 “애초 제가 3년 전에 희망제작소를 보고 가졌던 희망이 뿌리부터 허상이었네요”라며 허탈해했다.
필명 ‘DR뱃사공’은 “결국 희망제작소가 브랜드의 가치를 팔아먹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심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실체적인 성과와 내부 운영, 그리고 자금 운용들에 대해서 투명해질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필명을 ‘0000’이라고 공개한 네티즌은 “스펙이라면 목매다는 한국적 현실을 이용해서 자원봉사자로 모으면 안 모일 것을 인턴이라고 모은 다음 모두가 윈윈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다니요... 이런 행위가 모이면 노동시간을 교란시키고, 저숙련 노동자들의 신분을 항상 낮은 비용으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버려 도덕적으로 반드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앞서 박원순 씨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원봉사의 성격이 짙다. 현재 아름다운재단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에서 인턴에게 월급을 주고 고용하는 일이 없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에서도 밥값 정도 외에는 주는 것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그는 “불행하게도 비영리단체에 그런 돈이 충분하지 못하고, 희망제작소의 인턴은 큰 경력이므로 월급대신 꿈과 비전과 사랑을 준다”며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시키고 있는 것.
그러나 박씨의 해명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착취는 그것이 온전히 자발적일 때만 의미가 있고, 그 자발성 여부는 남이 평가할 수 없다”며 “사회운동 하신다는 분이 저런 가장 기초적인 사회도덕정의 문제마저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의 자기합리화로 변명하는 건 참 암담하다”는 성토를 남겼다.
따라서 많은 네티즌들이 박원순이란 브랜드 파워에 가려진 모순점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이제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선과 변화를 위해 아름다운 소매치기”란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개선해나갈 시점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데일리안 = 김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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