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G20 독가스 살포설´이 믿어지는 이유는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0.08.22 12: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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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못먹는 감 찔러나보자는 놀부 심보…철저한 대비와 응전태세를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했다. ‘한국 사람들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다소 우스갯소리 같은 말도 있다.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을 보고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보통 사촌이 논을 사니 배가 아픈 내면적 시기나 질투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외형적 심술부리기 행동으로 나타난다. 흥부 잘되는 것을 보고 배가 아파 제비다리 부러뜨린 놀부 심보가 전형적이다.

북한이 사촌(남한)이 논을 사니(G-20 정상회의) 배가 아파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려고(독가스 살포) 노리고 있다고 한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김정일 집단이 독가스 등 20여 가지 살상용 생화학무기를 기구(氣球)나 낙하산에 매달아 남한으로 날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지난 12일 "북한 내 소식통인 현역 군인으로부터 이 같은 소식을 들었다"며 그렇게 주장했다. 최 대표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같은 기도는 김정일 3남 김정은의 특별지령을 받은 북한군 4군단장 김격식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충분한 얘기다. 김격식은 김정은의 지령을 받아 천안함 어뢰 공격을 총지휘했던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최근 강화도 인근과 임진강 지류에서 잇따라 발견된 목함(木函)지뢰를 김정은의 지령으로 여름철 홍수기를 틈타 의도적으로 흘려보냈다고도 전해진다. 그러니 북한의 독가스 살포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회의론을 제기한다. 그 이유로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G-20 정상회의를 겨냥한 독가스 테러는 북한 스스로가 감수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G-20정상회의를 겨냥한 테러 공격은 단순히 대한민국에 대한 공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진 20개국에 대한 도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또 하나는 이 정상회의에는 북한의 존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참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북한이 서울 G-20 정상회의를 겨냥해 독가스를 살포할 가능성의 근거로 우선 3가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북한의 과거 전력이다. 김정일 집단은 선진 20개국이 아니라 전 세계가 참여한 1988년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2차 서해교전을 일으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킴으로써 행사를 방해했다.

북한은 과거 88서울올림픽과 2002 월드컵 경기의 성공적 개최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크게 신장되면서 상대적으로 느끼게 될 박탈감에서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놀부 심보로 그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번에도 호시탐탐 이를 노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두 번째 근거로 북한은 이미 서울 G-20 정상회의를 방해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G-20 정상회의 방해 기도는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난 4월 16일 열린북한방송은 북한 고위급과 연계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하여 “지난해 9월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가 결정된 이후 북한 수뇌부가 이를 방해하라는 지시를 올해 초 당과 북한군의 대남 연관부서에 내렸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지속적인 남북 충돌을 야기해 한반도 정세를 긴장으로 몰아감으로써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하락시키고 올 가을(11월)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의 성과적인 진행을 방해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따라서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의 주장은 이미 수립된 김정일 집단의 G-20 정상회의 방해 수단과 방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힌 것에 불과하다.

세 번째 근거로 북한은 이미 생화학전 준비를 충분히 갖춰놓은 상태에서 수시로 실전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9일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같은 해 2월 중국 특수부대가 랴오닝성 단둥의 북한과 중국 국경 지대 주변 공기 중에서 ‘사린’을 검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의 특수부대가 정기적으로 공기 중의 화학물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문제의 ´사린´은 2차대전 전 독일이 화학무기로 개발한 신경가스의 일종으로 살상력이 매우 높다. 몸무게 70㎏인 사람에게 0.07㎎만 먹여도 곧바로 죽는다. 물과 땀에 녹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피부에 닿아도 안 된다. 2㎎ 정도가 몸에 묻으면 끝장이다. 사린 농도가 입방미터 당 100㎎인 곳에서 30초 동안 숨을 쉬도록 하면 15분 이내에 95% 이상을 죽일 수 있다. 청산가리보다 500배 이상 독하다.

북한은 이 같은 생화학무기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분량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시설은 2006년에 이미 최소 20여 곳을 넘어섰다고 한다. 북한은 현재 2500 톤에서 5000 톤의 화학 무기를 분산 저장하고 있다. 탄저병과 천연두, 콜레라 등 10여 종의 세균 무기 생산능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현재 박격포에서부터 노동미사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투발수단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 북한이 서울 G-20 정상회의를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신흥경제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회의이자 단군 이래 한반도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다. 세계적 이목이 서울로 집중되면서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한 단계 상승하는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그런 행사를 김정일 집단이 그냥 놔둘 리 없다.

지난 88서울올림픽이 한국의 선진국 도약 가능성을 보여 줬다면 서울 G-20 정상회의는 선진국 진입단계에 도달했음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렇지 않아도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고 있는 남북한 사이의 격차는 북한이 감히 넘볼 수도 없을 정도의 엄청난 차이로 벌어진다. 그러니 김정일 집단으로서는 ‘나 못 먹을 밥에 재 뿌리는’ 놀부 심보로 독가스 살포가 아니라 그 이상의 짓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독가스 살포 가능성 주장에 대한 현실성 결여 이유로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전(全) 군에 대북 경계태세가 유지될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독가스 기구를 날리는 것처럼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도발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독가스 살포는 꼭 기구(氣球) 등에만 의존한다고 할 수 없다. 지난 좌파정권 10년 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끼여들어 똬리를 틀고 있는 불순분자들에 의해 G-20 정상회의 개최 전부터 다중이 모이는 지하철 환승역 등에다 산발적으로 몰래 뿌려 사회혼란을 조성함으로써 못 먹는 떡에 침이라도 뱉으려는 북한의 기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동안 미사일발사와 핵실험, 서해북방한계선(NLL) 무력시위 등 협박성 성격의 도발을 선택해왔던 북한이 남한 사회의 직접적인 혼란을 조성키 위해 도심 테러를 해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와 지적은 안보전문가들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온 터다.

따라서 우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감시원이 되어 북한의 불순한 기도를 사전에 탐지해 이를 막아야 한다. ‘지킬 사람 열이 도둑놈 하나를 못 당한다’고 했다. 여럿이 애써 지켜보고 살펴도 한 사람의 나쁜 짓을 막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란 얘기다. 그래도 국민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면 김정일 집단도 함부로 날뛰지 못한다.

‘돌다리도 두들겨보면서 건너고 얕은 내도 깊게 건너라’ 했다. 북한의 독가스 살포 가능성에 대해 일각에서 현실성 결여를 얘기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정부 당국은 한 점 빈틈없이 촉각을 곤두세워 이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북한이 서울 G-20 정상회의에 재를 뿌리려 한다면 김정일 집단은 그것의 백 배, 천 배 되갚음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인내는 지금 한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글/김영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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