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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치입문 시킨 난 역사의 죄인”


입력 2009.04.14 09:12 수정        

<직격인터뷰>YS에 ´노 변호사´ 공천 요구한 김광일 전 의원

"가난한 사람, 베푸는거에 인색하고 평생 남의 돈 뜯어먹는다"

노 전대통령 지지자들이 경남 봉하마을에 내건 현수막. 노 전대통령 지지자들이 경남 봉하마을에 내건 현수막.

김광일 변호사(70)의 목소리엔 착잡함과 회한이 짙게 깔려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것 같았다.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노 전 대통령 관련 질문에 그는 대답의 절반 이상을 “잘 모르겠다”는 말로 채웠다. 하지만 쏟아지는 뉴스를 보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에서 완전히 초탈하긴 어려운 듯 했다.

김 변호사는 13일 <데일리안>과 전화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했느냐’고 묻자 “당연한 결과”라면서 “괜히 대통령 해가지고 패가망신 하는 거잖아요. 나라도 이렇게 어려워지고...안 해야 할 거를 했어요”라고 한탄했다.

그는 ‘변호사 노무현’을 정치에 입문시킨 장본인이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YS(김영삼)에게 발탁된 그는 노무현·문재인 두 인권변호사의 동반공천을 요구했고, 결국 김 변호사 자신과 노무현 변호사가 공천을 받아 부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변호사 노무현’에서 ‘정치인 노무현’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날 기자에게 “(노무현을 정치에 입문시킨) 나는 역사의 죄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인들이 ‘노무현을 정치인 만든 게 김 변호사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올 때마다 말버릇처럼 “무조건 미안하다. 내가 죄인이다”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02년 말 대선 직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열 가지 이유’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당시 그가 밝힌 성명서를 보면 “그(노무현)는 돌출적인 행동과 무분별한 발언으로 항상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그는 세상 넓은 줄 (외교의 힘)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요, 핵장난의 위험(김정일의 속셈)을 외면하는 철부지”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또 “역사적인 국회 청문회에서 전직 대통령인 증인에게 명패를 던져 깽판을 만든 일을 기억하면서 지금도 ‘깽판’ 소리를 자주 하는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 감정의 기복에 따라 언제 무슨 깽판을 벌일지 알 수 없다”며 “노무현 후보의 지지자 가운데,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소수이고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 다수라고 생각한다. 그를 잘 모르는 다수는 그의 정체를 바로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반(反)노무현 선봉에 섰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 “가난한 사람은 두 가지 경향이 있다”며 특유의 해석을 내놓았다. “하나는 남에게 베푸는 거에 인색한 거고, 또 하나는 죽으나 사나 남의 돈 뜯어 먹는 거”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부터 그를 쭉 지켜봐온 김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를 하면서도 그런 가난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 법원 서류를 뗄 때에도 부하 직원을 시키지 않고 직접 서류를 뗐으며, 몇 푼 안 되는 서류 비용을 악착같이 깎았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빌린 돈이라고 해명하고 있는데 대해 김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또 “국민들 누가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느냐”며 “더군다나 자신이 그렇게 큰소리치지 않았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해 ´변호사 노무현´으로서 실력을 발휘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중이 제 머리 깎을 수 있겠느냐”면서 “별 관심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이었다면 더 비판했겠지만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변호사는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5년 12월부터 1997년 2월까지 14개월 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며, 이후에도 YS의 정치특보로 기용돼 문민정부와 고락을 함께 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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