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추태후>로 돌아온 ‘고려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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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추태후>로 돌아온 ‘KBS 고려사 시리즈’
    다시 보는 KBS 고려사 시리즈
    <태조 왕건>에서 <무인시대>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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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08-12-27 12:06
    이준목 객원기자
    ▲ KBS는 <천추태후>로 약 4년 만에 고려사 시리즈를 부활시킨다. ⓒ KBS

    안방극장에 고려사 시리즈가 돌아온다.

    <대왕 세종> 후속으로 다음달 3일 첫 방영을 앞두고 있는 <천추태후>는 여걸 헌애왕후(채시라 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대하사극이다. 헌애왕후, 즉 천추태후는 태조 왕건의 손자이자 5대 경종의 왕비이며, 고려 7대왕 목종의 어머니.

    무엇보다 지난 2004년 <무인시대>를 끝으로 명맥이 끊겼던 KBS 대하사극의 고려사 시리즈가 약 4년 만에 본격적으로 부활한다는데 각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KBS는 지난 2000년 <태조 왕건>을 시작으로 고려사 시리즈 기획을 추진해왔다. MBC에서 방영했던 <조선왕조 오백년>과 마찬가지로, ‘10년 방영’이라는 장기적인 플랜 하에 475년 역사의 고려사를 조망하는 대하사극 시리즈를 잇달아 선보인다는 기획을 추진한 바 있다. <태조 왕건>, <제국의 아침>, <무인시대>로 이어지는 3부작 이후에도 천추태후, 삼별초, 공민왕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계속하여 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태조 왕건> 이후 고려사 시리즈는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제국의 아침>의 실패이후, 당초 후속으로 예정되었던 <천추태후>가 뒤로 밀려나며 <무인시대>가 먼저 선을 보였으나 이마저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결국 고려사 시리즈는 삼부작을 끝으로 잠시 중단됐다, <불멸의 이순신>, <서울 1945>, <대조영> 등이 KBS 사극의 명맥을 이었고, 지난 2005년 MBC에서 공민왕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신돈>을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2~3년간은 <주몽>, <대조영>, <태왕사신기> 등 고구려사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들이 높은 인기를 끌었고, <일지매>, <대왕 세종>같이 조선시대를 재조명한 퓨전사극들이 그 명맥을 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소재에 골몰하던 방송가는 한동안 유보했던 고려사 프로젝트에 다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 <태조 왕건>

    고려사 시리즈가 국내 안방극장에 미친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 <태조 왕건>은 이전까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궁중 비화 일색에 치우친, ´중장년층이나 보는 지루하고 식상한 드라마‘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역사극의 소재와 표현 수위를 한 단계 넓힌 ’사극 블록버스터‘의 영역을 처음으로 개척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 고려사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태조 왕건>. ⓒ KBS

    <태조 왕건>은 통일신라시대 말 후삼국을 배경으로 고려의 삼한 통일까지를 다루며, 천하 제패를 위하여 투쟁하는 왕건, 견훤, 궁예 등 고대 영웅들의 이야기와 스펙터클한 전쟁씬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전형적인 ‘남성 사극’이었다. 또한 정통 사극을 표방했지만, 역사고증을 벗어난 과거 실존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은 오늘날 트렌드인 ‘팩션’형 사극의 가능성에 있어서 하나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태조 왕건>은 약 방영 2년 여간 동시간대 부동의 시청률 1위를 구사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국내 드라마 제작규모와 완성도에 있어서도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태조 왕건> 이후 국내 방송가에 고대 영웅과 전쟁 스펙터클을 앞세운 사극 블록버스터 붐이 일어났고, 사극의 소재와 시대범위가 크게 확대되며 퓨전 혹은 팩션 사극을 표방하는 작품들도 크게 늘어났다.

    <태조 왕건> 종영이후 고려사 시리즈 2탄이었던 <제국의 아침>은 전작의 주인공인 태조 왕건이 죽는 장면에서 시작해 혜종, 정종 시대를 간략하게 다룬 뒤, 광종이 호족의 발호를 물리치면서 왕국의 기틀을 잡고, 북진정책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시대배경이나 인물구도에서 누가 봐도 전작에서 이어지는 속편의 분위기를 기대한 것이 당연했다.


    ■ <제국의 아침>

    그러나 웅장한 스케일과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상을 강조한 <태조 왕건>과 달리, <제국의 아침>은 치밀하고 냉정한 정치드라마에 가까웠다. 인간적인 영웅 상에 가까웠던 태조 왕건과 다르게, 호족들의 발호를 제압하고 왕권의 기틀을 다진 광종은 ‘포커페이스’의 냉혹한 정치가에 가까웠다. 치세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대왕 세종>과 비교할 때, 광종은 오히려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고 철권통치로 권력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서 태종 이방원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된다.

    <태조 왕건>의 장쾌한 스펙터클에 익숙해져있던 시청자들에게 <제국의 아침>의 느린 진행과 권모술수만이 난무하는 시니컬한 구성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제국의 아침>을 집필한 이환경 작가는 이방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용의 눈물>(96년)을 집필했던 인물이었으며 상당부분 출연 배우들과 캐릭터, 이야기 설정이 전작과 겹치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이환경 작가가 <태조 왕건>에 이어 곧장 <제국의 아침>을 이어받은 데다가 비슷한 시기에 SBS에서 방영되던 <야인시대>에서도 집필에 참여하고 있어서 에너지가 분산되며 자기복제의 늪에 빠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끝없이 반복되는 대사와 설정, 여성 캐릭터에 대한 왜곡, 지배층의 논리에 치우친 편향적 역사관 등 이환경표 사극의 단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도 이 작품에서 부터였다.

    광종 역을 맡은 주연배우 김상중의 호연은 인상적이었지만, 김상중의 광종은 인간적인 매력이 부족한 ‘음험하고 냉정한 모략가’의 이미지에 가깝게 묘사되며 감정이입이 어려웠다는 점도 시청률에 있어서는 외면 받은 요인이었다.


    ■ <무인시대>

    <제국의 아침>의 실패 이후 2003년 2월 등장한 3탄 <무인시대>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꼽힌다. 고려 후기 1170년(의종 24년) 일어난 ‘보현원의 난’을 시작으로 1258년(고종 45년) 최 씨 정권의 최후 집권자인 최의가 죽기 까지 약 90년간 무신들이 정권을 차지한 시기를 다루었다. 정중부, 이의방, 이의민, 경대승, 최충헌으로 이어지는 다섯 명의 주인공이 자신의 시대별로 주인공을 맡아 극을 이끌어가는 구성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실험적이었다.

    ▲ 완성도에 비해 시청률에서의 고전을 면치 못했던 <무인시대>. ⓒ KBS

    당초 가제는 ‘대장군’으로 예정되었으나 일본의 최고권력자를 뜻하는 ‘쇼군’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최종 타이틀은 <무인시대>로 확정됐다. <무인시대>는 당시로서는 국내 드라마 사상 최대 제작비를 투입하여 문경, 안동 등의 야외세트장을 건설했으며, <태조 왕건>이후, 가장 장대한 스케일의 전쟁신과 영화 못지않은 빼어난 영상미로 시선을 모았다. <여인천하>, <왕과 나>를 집필했던 유동윤 작가가 극본을 맡아 개성 넘치는 다섯 명의 무신 권력자 캐릭터를 그러내며 필력의 절정을 보여줬던 작품이기도 하다.

    기존 고려사 시리즈가 황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했다면, <무인시대>는 정권을 얻고 몰락해가는 난세의 영웅 장군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정치의 속성을 조명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소설가 다나카 요시키는 <은하영웅전설>에서 “1류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3류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데 급급하다”고 했다. 난세의 실력자들이 나름대로 명분을 갖고 유혈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얻지만 정권을 차지한 이후에는 초심을 잃고 부패에 만연, 몰락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권력의 시행착오와 흥망성쇠를 통해 역사는 반복된다는 게 <무인시대>의 저변에 깔린 담론이라 할 수 있었다. 무신들의 전성기와 함께 부패한 절대권력에 저항하는 민초들의 항쟁에 대한 묘사는 오늘날 군사독재와 민주화 투쟁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와도 일맥상통했다.

    그러나 <무인시대>는 완성도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태조 왕건>만큼의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후반부라 할 만한 최충헌 시대에 이르러서는 초반에 비하여 스토리의 치밀함이나 영상미의 완성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시청률 면에서 동시간대 방영된 SBS <파리의 연인>에 밀려 소리 소문 없이 막을 내렸고, 그해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서도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하지만 고려사의 암흑기로 불리던 무신시대에 대한 역동적 재해석, 무신권력자 역할을 잘 소화해낸 서인석, 이덕화, 김흥기, 김갑수 등 중견배우들의 눈부신 호연, 그리고 경대승 역을 맡아 제2의 전성기를 열게 된 박용우의 재발견은 <무인시대>가 빚어낸 최고의 소득이라 할 만했다.


    ■ <천추태후>의 성적표는?

    <무인시대> 이후 4년 만에 재개된 고려사 시리즈의 바통을 잇는 <천추태후>는 고려 초기 거란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고려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여걸 천추태후와 민족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연인 천추태후 역에는 현재 채시라가 낙점된 상태다. 국내 사극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여성 영웅이자, 거란과의 3차 전쟁이라는 역사적 격동기를 소재로 한 <천추태후>는 최근 사극의 트렌드인 팩션과 스펙터클의 조화를 모두 담아낼 수 있을 만큼 흥미로운 소재. <천추태후>의 성공이 향후 ´고려사 시리즈´의 지속 여부에도 큰 변수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데일리안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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