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임금·복지 충족…청년 근로자 위한 대기업 일자리 늘려야”

표윤지 기자 (watchdog@dailian.co.kr)

입력 2024.02.27 12:00  수정 2024.02.27 12:23

대기업 64%, 중소기업 16% 선호

대기업 근무자 14%…OECD 하위권

임금·출산휴가 사용 등 격차

“대기업 선호, 입시경쟁 과열로 이어져”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들이 취업하길 원하는 기업 중 중소기업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대기업은 64%, 공공부문은 44%를 차지했다. 청년들이 기업 선택 시 임금, 복지, 기업 문화 등을 고려하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시스

청년들의 선호도에 비해 대기업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학력 인구가 늘어나면서 청년들은 일자리 선택 시 임금, 복지, 기업 문화 등을 고려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반면 기대 요건을 충족하는 대기업 일자리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저출산, 여성 고용, 입시 경쟁, 약해진 계층 사다리, 일자리 수도권 집중화 등이 대기업 일자리 부족과 연관된다”고 분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대학생들이 취업하길 원하는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대기업은 64%, 공공부문은 44%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300인 이상 근무하는 사업체를 대기업으로 보고 있다. 이와 달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50인 근로자를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한다.


OECD 기준으로 따져도 우리나라 기업 전체 일자리에서 대기업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하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근무자는 14%인데 반해 독일은 41%에 달했다. 또 스웨덴(44%), 영국(46%), 프랑스(47%), 미국(58%)은 독일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업체 규모에 따라 임금도 격차를 보였다. 5~9인 사업체의 임금(2022년 기준)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했다. 높은 임금 또한 청년들이 대기업에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보다 자유로운 출산휴가, 육아 휴직 사용 역시 대기업을 선호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출산 전후 휴가제도가 필요한 사람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30%였다. 육아휴직제도는 약 50%에 달했다.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임금뿐만 아니라 정규직·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이러한 점이 입시 경쟁 과열과 사교육 조장 문화를 부추긴다고 했다.


고영선 KDI 연구부원장은 “좋은 일자리, 즉 대기업 일자리가 한정돼 있다 보니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고 치열한 입시 경쟁 치러야 한다”며 “돈 많은 자녀들과 사교육 입시 경쟁을 해야 하는 점도 부의 대물림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기업 일자리 부족은 저출산 문제로도 이어진다고 봤다. 경력단절 후 재취업 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 여성 근로자들이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했을 때 상용근로자 비중은 36.7%포인트(p) 하락, 임시근로자 비중은 9.4%p 상승했다. 또 고용원 없이 일하는 자영업자 비중은 16.4%p 올랐다.


이 밖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일자리 불균형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대안 방안으로 KDI는 “시·도 단위에서도 큰 사업체가 많다면 임금수준이 높고,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도 적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통계청 분석 결과, 실제 대규모 사업체가 1%p 늘어나면 해당지역 근로자의 창출 금액은 1인당 41만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고 연구부원장은 “대기업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산업구조 변화도 있을 것”이라며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굳이 회사 내에서 모든 생산활동 하지 않아도 되며, 부차적인 생산 활동을 할 경우 외주를 주는 경향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큰 규모로 성장하지 않고 작은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정책적인 이유 등도 존재한다”며 “중소기업은 혜택이 제공되는 반면 대기업에는 여러 가지 규제가 부과된다면,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이 적어 규모를 키우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표윤지 기자 (watchdog@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