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당기는 쿠팡, 패션시장 판도 흔들까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3.04.04 07:04  수정 2023.04.04 07:04

쿠팡풀필먼트서비스와 로켓그로스 도입

일반 판매자들도 로켓배송

패션·뷰티 등 고단가 품목 셀러에게 유리

"빠른 배송만으로는 성장 한계"

쿠팡앱.ⓒ쿠팡

쿠팡이 풀필먼트 서비스 ‘로켓그로스’를 앞세워 패션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직매입한 상품에만 적용해왔던 로켓배송을 일반 판매자들에게도 혜택을 부여하며 신규 패션 사업자들을 대거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이 그간 약점으로 꼽혀왔던 패션 사업을 강화해 패션 플랫폼을 위협하며 시장 판도에 변화를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물류 전문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와 함께 로켓그로스를 도입했다.


로켓그로스는 그동안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에만 적용해왔던 로켓배송을 일반 판매자들도 일정 비용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쿠팡의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이후 보관, 포장, 배송을 포함해 반품, 고객응대까지 쿠팡이 담당한다.


요금은 상품판매 수수료와 물류·배송서비스를 이용한 만큼만 지불하면 된다.


이에 따라 쿠팡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은 배송이나 반품, 교환 등의 업무 부담을 덜고 상품 기획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2~4일 소요되는 배송을 당일~익일로 앞당기며 배송 경쟁력도 높아졌다.


일괄 부과하던 서비스 이용료가 세분화 및 정액제로 부과되면서 비싼 상품을 팔아야 마진율이 높아지는 만큼 패션, 뷰티 등 고단가 품목의 셀러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도 로켓그로스 부문의 패션 관련 팀을 신설하고 전략기획 담당과 패션브랜드·셀러 영업 및 성장관리 전문가 채용 공고를 내는 등 관련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략기획 담당자는 내·외부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신규 셀러 확보를 위한 장·단기 전략 등을 수립한다. 또 패션브랜드·셀러 영업 및 성장관리 전문가는 주요 브랜드, 셀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시장 동향 모니터링을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 등을 제안한다.


로켓그로스 패션팀은 새로운 패션 브랜드·판매자를 확보하는 미션을 가진 로켓그로스 부문의 신설 팀으로 10배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잠옷, 내복 등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으로는 패션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패션업계 일각 에서는 쿠팡의 행보에 예의주시하면서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생활용품과 식음료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쿠팡이 패션에 특화된 전문몰과 직접적 경쟁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쿠팡은 2020년 패션 전문관 ‘C.에비뉴’를 론칭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지만 큰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1300여개에 달했던 C.에비뉴 입점 브랜드는 현재 820여개로 줄어들었다.


로켓배송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만 기존 패션 플랫폼들도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패션 셀러들을 끌어들일 메리트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고 있는 점도 쿠팡과는 다른 패션 플랫폼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은 가격보다는 큐레이션 역량이 중요하다”며 “공산품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쿠팡이 고객 개개인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패션 플랫폼들도 빠른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로켓배송만으로는 신규 셀러를 유치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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