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승의 역사 속 장소 이야기⑰] 덕수궁의 정문이 바뀐 이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3.01.31 14:01  수정 2023.01.31 14:01

아관파천 이후 정동은 우리나라 정치의 중심지가 되었다. 고종이 경운궁(현 덕수궁)으로 환궁하면서 정동은 정치적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조선의 관료는 경운궁으로 향하였고, 여기서 조선의 각종 정책이 논의 되었다. 하지만 조선의 관료가 고종을 만나기 위해 경운궁에 가기 위해서는 외국 공사관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아관파천 당시 상당수 여론은 경복궁 환궁이었다. 경복궁이 가진 정치적 위상 때문이었다. 흥선대원군이 무리를 하면서도 경복궁을 복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종이 선택한 곳은 경운궁이었다.


덕수궁 배치도(출처 <德壽宮史>(1938))

사실상 오랜 기간 방치되었던 경운궁으로 고종이 환궁하기로 결정한 것은 경복궁에서는 더 이상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주요 요인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경운궁으로 환궁하는 것은 의외로 많은 문제가 있었다. 환궁이라는 것이 단순히 고종의 처소만을 옮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종뿐만 아니라 왕세자를 비롯해 궁에서 거주하는 다른 이들도 함께 경운궁으로 처소를 전부 옮겨야 했고, 처소뿐만 아니라 역대 임금의 어진 등도 옮겨야 하는 등 살펴야 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사실상 새로 궁궐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경운궁이 안전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비록 미수로 그쳤지만, 병정과 순검 등으로 변복한 자객을 경운궁에 잠입시켜 고종을 납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고종 납치 시도는 경운궁의 경호 대책이 러시아 군대와 일부 외국인 등에게 상당 부분 의존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러시아 군대는 조선의 궁궐 구조에 익숙하지 않았고, 외국 교관에게 교육받은 시위대 역시 별반 차이가 없었다.


대한제국 시위대와 러시아 군사교관 (출처 <韓國風俗風景寫眞帖>(京城日韓書房, 1910))

한말 고종은 강병 육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여러 외국 교관을 초빙하여 군대의 훈련을 맡겼다. 국제 관계의 변화에 따라 매번 교관이 바뀌었다. 덕분에 아관파천 이후에는 러시아 교관을 초빙하여 가르치고 있었다. 이때 외국 교관이 가르친 내용은 주로 제식과 행진 등이었다. 매번 바뀐 교관에 따라 기초부터 다시 할 수밖에 없었고, 교관 역시 정치적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 속에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보여주시기식의 교육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언 듯 이러한 것들은 외국 선교사나 일반인이 보기에는 잘 훈련된 군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전열보병처럼 점차 그 흔적만을 남긴 채 사실상 전쟁터에서는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교육은 고종의 행차 등 누군가에게는 대한제국의 위용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에 한편에서는 필요한 것이기도 하였다.


오스트리아 매듭으로 장식한 육군 참장 예복을 입은 민영찬(출처 <대한제국 황제 복식>(문화재청, 2018))


대한제국 군인(출처 <朝鮮風俗人物事蹟名勝寫眞帖>,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들고 있는 무기와 입고 있는 군복 역시 중요하였다. 다만 이들이 입고 있는 장비와 군복 역시 교관이 교체되듯 바뀌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청국에서 교관이 오면 청국 무기와 청국식 군복이 들어왔고, 일본에서 교관이 오면 일본 무기와 일본식 군복으로 바뀌었다. 아관파천 이후에는 러시아 무기와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군복 양식으로 대한제국 군복 역시 바뀌었다. 이른바 오스트리아 매듭이라고 불리는 화려한 양식의 수를 놓은 군복이 채용되기도 하였다.


대안문 앞 대한제국군 행렬(출처 <日本之朝鮮>(有楽社, 1911))

이렇게 준비했는데 정작 경운궁의 정문인 인화문은 좁고 인적이 드물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1899년 경운문의 정문을 현재 서울 시청 광장 방향에 위치한 대안문(1906년 대한문으로 이름을 고쳤다.)으로 변경하였다. 이후 대안문 앞은 대한제국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되었다.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soothhistory@nah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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