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or 30분, 극과 극 콘텐츠 길이…하나의 전략된 ‘러닝타임’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11.15 14:04  수정 2022.11.15 14:04

‘욘더’·‘몸값’ 등 짧아지는 장르물 러닝타임

다큐멘터리·연애 예능 등 긴 호흡의 콘텐츠도 함께 주목

30분 안팎의 재난물이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선사하는가 하면, 3시간 분량의 연애 예능이 과몰입을 이끌기도 한다. 1시간 내외의 드라마·2시간 가량의 영화 외에도, 숏폼부터 한번에 공개되는 시리즈물까지. 다양한 길이의 콘텐츠들이 생겨나면서, 작품의 러닝타임이 하나의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티빙 ‘욘더’, ‘몸값’부터 웨이브 ‘청춘 블라썸’ 등 30분 내외의 짧은 드라마들이 OTT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물론, 앞서도 유튜브, OTT 등 모바일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방식이 대세가 되면서 미드폼 드라마가 활발하게 제작 중이었다.


ⓒ티빙
미드폼 드라마·호흡 긴 다큐·연애 예능 등 콘텐츠 길이 다양화

다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또는 일상적인 소재로 빠른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드라마 장르가 미드폼의 단골 소재가 되곤 했다면, 최근에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장르물들도 러닝타임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는 ‘존엄한 죽음’이라는 쉽지 않은 메시지를 다루며 ‘진입장벽이 높다’는 평을 받기도 했으나, 이를 30분 내외의 짧은 분량 안에 녹여내면서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높여나갔다.


이충현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한 ‘몸값’ 또한 한 회차당 3~40분 러닝타임을 통해 짧지만 임팩트 있는 재미를 선사했다. 총 6회 분량의 ‘몸값’은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재난물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장르적 매력을 살린 것이다. 최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청춘 로맨스물 ‘청춘 블라썸’ 또한 30분 내외의 미드폼 드라마였으며,이 드라마 역시 짧은 시간 안에 청춘들의 풋풋한 로맨스, 숨겨진 비밀을 쫓는 미스터리 등 다채로운 요소를 녹여내면서 ‘짜임새 있다’는 평을 받았었다.


무조건 짧은 콘텐츠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긴 시간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내면서 시청자들을 서서히 빠져들게 만드는 방식이 각광을 받기도 한다. ‘욘더’, ‘몸값’ 등을 통해 스케일 큰 장르물들의 러닝타임 줄이기에 앞장선 티빙은 맛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퓨드 크로니클’을 통해서는 70분 내외의 긴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피자’ 편에서는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부터 피자와 유사한 음식을 즐기는 튀르키예까지 소개하며 맛의 기원을 찾아 나갔다. 피자를 만드는 장인부터 토핑의 하나인 치즈를 만드는 사람들, 화덕 장인 등 피자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70분 안에 담아내면서 ‘알차다’는 평을 받았다.


앞서는 연애 리얼리티 ‘환승연애’ 시리즈를 통해선 회차 별로 출연자들의 감정에 따라 유연하게 시간을 조절하면서 시청자들의 깊은 몰입을 끌어내기도 했다. 일부 회차는 3시간이라는 긴 분량으로 선보이기도 하면서 출연자들의 감정을 최대한 섬세하게 보여주려 노력한 것.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진주 PD는 “지루하다고 어느 장면을 삭제를 하면 연쇄적으로 삭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고 싶었다”고 긴 러닝타임의 이유를 설명했었다.

“유연해진 시청자들…완성도에 초점 맞춰야”

최근 영화관에서는 ‘체험’의 의미를 강조하는 대작들의 러닝타임이 점차 길어지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 상영 중인 ‘블랙팬서2: 와칸다 포에버’는 161분 동안 상영되며, 개봉을 앞둔 ‘아바타: 물의 길’은 러닝타임이 무려 190분이 될 예정이다.


148분을 기록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163분의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 화려한 볼거리와 방대한 서사를 스크린 위에 펼쳐내면서 극장용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쾌감을 극대화하는 작품들이 늘고 있는 것. 더욱이 최근 영화 티켓 가격이 상승하면서 작품 선택이 신중해진 관객들에게 긴 시간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작품들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숏폼부터 3시간이 넘는 방대한 서사의 작품까지. 시청자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다양하게 콘텐츠를 즐기면서, 플랫폼 특성은 물론 작품, 혹은 회차별 성격까지도 고려하는 섬세함과 유연함이 필요해진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제는 정해진 길이를 맞추기 위해 채우는 의미 없는 전개, 혹은 반대로 자극성만 남기는 짧은 영상들의 의도들은 시청자들에게 쉽게 파악이 된다. 아직 TV 드라마, 예능은 유연함을 가지기 힘들겠지만, 이제는 시청자들이 어떠한 방식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완성도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들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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