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우려”…‘IP 시대’ 중소제작사에 남은 숙제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10.14 08:02  수정 2022.10.14 08:03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례 반갑지만

일부 창작자들은 ‘어려움’ 호소하기도

잘 만든 작품 하나를 활용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 시즌제, 스핀오프로 작품을 확장하는 것은 기본, 웹툰과 뮤지컬 등 장르를 넘나드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국내 콘텐츠를 향한 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바탕으로 판권 판매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이에 슈퍼 IP(지식재산권)를 만들고, 또 소유하는 것이 콘텐츠 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시즌2 제작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제작사 및 배우들의 대우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앞선 시즌1 공개 당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IP를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어 제작사, 배우 등에 수익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이다.


‘오징어게임’·‘우영우’가 보여준 ‘IP 소유’ 중요성

앞서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6개 부문 트로피를 수상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고, 이에 제작사 사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가 “계약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굿딜을 했다고 생각한다. IP 소유 문제는 돈을 대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여러 방법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었다.


반면 최근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넷플릭스와 방영권 계약만 맺으며 IP를 보유했고, 이에 ‘우영우’ IP 관련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좋은 예’로 꼽히고 있다. 웹툰과 뮤지컬로 ‘우영우’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 요청이 들어왔다고도 알려졌다.


이제는 K-콘텐츠가 글로벌을 무대로 삼는 만큼, 작품을 잘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를 잘 활용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오징어 게임’, ‘우영우’ 등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영상물의 저작권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한다. 앞서 ‘천만 영화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정책 토론회에서 영화감독 등 창작자들이 콘텐츠의 권리가 제작사에게만 넘어가는 국내 저작권법으로 인해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제작사가 아닌, 창작자들의 권리도 보호해줘야 한다는 발언이었지만,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인 흐름이라는 평가다.

성공 사례 불구…일부 제작사들은 어려움 호소

다만 일부 중소제작사들은 “일부 큰 제작사들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슈퍼 IP를 소유하고 또 이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반가운 일이지만, 꾸준히 작품을 배출하며 그 가능성을 높여나가는 일부 대형 제작사에만 한정된 일이기도 하다는 것. 규모가 크지 않은 제작사들은 이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앞으로는 중소제작사의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며 빈부격차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웹툰을 드라마, 영화화하는 흐름이 이어지자 조금만 반응이 있는 웹툰은 이미 선점이 된 상황이다. 이미 대형 업체들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좋은 작품을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을 다각화도 관련 전문 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물론 철저하게 분업이 되는 대형 제작사가 많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사업을 하던 제작사가 아니라면 지금의 환경이 복잡하다고 느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사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는 앞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제작사를 향한 ‘투자’의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당시 그는 “펀드 또는 자본을 가지는 길이 열려야 하는데, 현재 제작사들이 작은 규모라 버티기 힘들다”라며 “민간이나 국가적으로 이런 부분을 좀 더 활성화해 제작사가 자기 자본을 가지면 힘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었다.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사의 상황, 작품의 성격 등에 맞게 다양한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IP를 소유하는 것은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 되기도 한다. 무조건 무엇이 옳다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식들을 취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라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으면 가능성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되고 있는 만큼 차근차근 좋은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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