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해외의 기술적 낙차가 줄어들었다는 것 증명…국내 인력들 포트폴리오도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어”
‘헤어질 결심’부터 ‘브로커’, ‘헌트’, ‘다음 소희’까지.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4편의 한국 영화가 상영됐다. 경쟁 부문에만 2편의 작품이 이름을 올리며 한국 영화의 높은 완성도를 전 세계 관객들에게 입증했다.
여기에 비영어권 드라마로는 최초로 에미상 드라마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까지. 국내 영화, 드라마가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것은 물론, 그 중심에도 설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이에 이제는 한국 콘텐츠들이 글로벌 무대를 겨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고 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을 통해 K-콘텐츠를 향한 전 세계 구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낸 넷플릭스는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를 론칭할 때마다 해외 시청자들에게 통할만한 한국적 소재를 적극 활용 중이다. 불륜, 복수 등 한국 드라마 특유의 막장 코드를 버무린 ‘블랙의 신부’ 배우들은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것 같았다”는 것을 출연 이유로 꼽기도 했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감독,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해외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미국 최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와 계약을 맺었으며, 한 매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에서 영화 작품 제의도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작품으로 연기자 첫 데뷔를 한 정호연 또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인 애플TV+ 시리즈 ‘Disclaimer’(디스클레이머, ‘누군가는 알고 있다’)에 캐스팅되면서 미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렇듯 해외에서 한국 배우들과 감독들에게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촬영, CG, 미술, 특수분장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무술 감독과 CG 등 후반 작업 인력들이 꾸준히 해외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최근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형 좀비물의 기괴하면서도 생생한 비주얼이 화제를 모으면서 특수분장 인력이 주목을 받는가 하면 ‘오징어 게임’의 독창적인 세트장이 작품의 완성도에 영향을 주면서 미술팀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던 것이다.
74회 에미상에서는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 작품상 후보는 물론 프로덕션 디자인, 카메라, 편집, 메인 타이틀 주제음악, 특수효과, 스턴트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들이 후보에 뽑혔다. 지난해 열린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Netflix Partner Day) 행사에서는 ‘옥자’, ‘킹덤’, ‘스위트홈’, ‘고요의 바다’ 등에 참여한 특수분장 전문 기업 셀이 이 과정을 통해 한국을 넘어 해외 특수분장 업계에서도 인정받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었다.
물론 기존에 이러한 사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영화 ‘올드보이’를 통해 해외 영화계에도 이름을 알렸던 정정훈 촬영 감독이 국내 촬영 감독 중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영화 ‘스토커’, ‘블러바드’, ‘언차티드’ 등을 촬영하며 지금까지 꾸준히 활약 중이다. 이 외에도 정두홍 무술감독, 신보경 미술감독 등 다양한 한국의 스태프들이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활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 영화, 드라마가 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콘텐츠가 되면서, 일부에게 한정됐던 스태프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이 좀 더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한 시각효과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국내와 해외의 기술적 낙차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콘텐츠를 통해 증명이 되고 있지 않나. 그리고 그 콘텐츠를 해외에서도 보는 것이다. 이렇게 알려진 작업물들이 쌓이면서 국내 인력들의 포트폴리오도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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