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시대의 시청률②] 시청률 vs 화제성…어떤 걸 믿어야 하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3.08 11:01  수정 2022.03.08 08:40

'구경이' 등 드라마 TV 시청률은 2%...OTT서는 1위

"TV와 OTT 괴리 해결할 시청 지표 마련해야"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피플미터 방식 조사에 대한 의구심은 이미 오래 저부터 제기돼왔다. 패널로 설정된 가구에서 시청률 조사가 이뤄지는 시간 TV를 켜고 정보를 입력해야만 시청률 조사에 포함되는 것인데, 이미 30여년전부터 이어온 방식이다. 때문에 TV시청률과 실제 콘텐츠 이용 행태간의 괴리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JTBC스튜디오

지난해 드라마 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된 건, 스타 배우들의 안방 복귀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저조했던 시청률은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대표적으로 이영애의 복귀작인 JTBC ‘구경이’, 고현정의 복귀작 ‘너를 닮은 사람’의 시청률과 화제성(혹은 OTT성적)을 비교해봤다.


‘구경이’의 경우 방송 내내 시청률이 1% 중반대에서 2%초중반대에 머무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2021년 12월 7일 기준 OTT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순위에서 ‘구경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에 이은 2위를 기록했고, 1~4회 방영 당시에는 1위까지 올랐다. 방영일 이후 넷플릭스에서 꾸준히 TOP10에 진입했고,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전세계 8개국에서도 Top10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화제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같은 기간(1~4회 기준)으로 봤을 때 TV 시청률은 최고 2.7%에 머문 수준이었다.


‘너를 닮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TV 시청률로는 첫 방송에서 3.6%로 출발한 이 작품은 방영 중반 2%초반 시청률까지 떨어졌다가 마지막회에서 아슬아슬하게 3%를 넘기며 종영했다. 하지만 ‘너를 닮은 사람’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됐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14일 국내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는 10회차까지 공개됐던 상태인데, TV 시청률은 10회차에서 최저시청률(2.0%)을 찍었다.


이밖에도 ‘알고있지만’은 1회 시청률 2.5%에서 바로 다음회부터 반 토막이 난 이후 줄곧 1%초반대에 머물렀다가 8회에서 0%대까지 진입했지만, 시청률 대비 유튜브나 네이버TV 메이킹 영상 등의 조회수가 상당히 높았다. 특히 OTT 이용률로는 7월과 8월 3위에 올랐고, 하반기 전체 콘텐츠 이용률 6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역시 3%대 시청률로 시작해 5.3% 시청률로 종영했는데, 플릭스패트롤에선 월드랭킹 5위에까지 올랐다. 지난달 25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조사에서도 3위에 오른 바 있다.


ⓒ유튜브 엠넷TV

예능프로그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의 화제성은 유튜브를 통해 두드러진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쇼미더머니10’ 시청률과 달리 유튜브상에서 성과가 확연히 높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최고 시청률 2%대에 그쳤지만, 엠넷 TV 공식 유튜브 채널 계정을 통해 게재된 관련 영상 누적 조회수는 3억뷰를 넘겼다. 1%대 시청률의 ‘쇼미더머니10’ 역시 유튜브 조회수가 1억뷰를 넘겼다. 특히 ‘쇼미더머니10’의 경우 티빙 실시간 방송, 트위치, 유튜브 불법 스트리밍이 심각했는데 파이널 불법 스트리밍에서는 최고 시청자가 4만명이 넘은 것만 봐도 이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알 수 있다.


이런 비교 결과만 봐도,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겪는 괴리의 심각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편집된 영상이 제공되는 유튜브는 물론, 포털 사이트와 OTT 등을 통해 언제는지 다시 보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의 TV 시청률 조사가 갖는 의미가 무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 예능 PD는 “방송사에서 예전처럼 시청률에만 의존하는 성격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모두의 객관적 인정을 받는 건 시청률 밖에 없는 상황이라 프로그램의 성공 기준을 시청률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시청률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편성과 광고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시청률을 보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런 괴리를 해결할 수 있는 복합멀티플랫폼 시대의 시청 지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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