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위 맞추기용 북송 진상 밝혀라”

입력 2008.02.19 15:16  수정

탈북자 및 북한인권 단체들, 북송 배경 의혹 제기

“정보기관서 북송 유도했다는 증언 있어…대책 강구해야”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탈북자 및 북한인권 단체 회원들이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정부가 지난 8일 발생한 북한 황해도 주민 22명 북송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

설 연휴기간 동안 북송한 북한주민 22명의 처형설이 제기돼 논란이 이는 가운데 탈북자 단체 등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를 비롯해 17개 탈북자 및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은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황해도 주민 22명 북송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철저한 진상조사 및 조사과정 내용 공개를 요구했다.

단체들은 북한주민 22명 북송을 “경악을 금치 못할 소식” “상식과 윤리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규정한 뒤 “우리 탈북자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여 있고 진상이 어떻게 되었는지 가슴 졸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해상탈북을 시도한 탈북자들의 말을 인용해 “모진 풍랑을 겪고 목숨건 탈출을 한 사람들에게 한국 정보기관의 조사원들은 이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공포를 조성하면서 북한으로 가야하는 듯이 유도하고 있다”며 “공군대위출신 탈북자 박명호씨도 자신이 망명자라는 말도 못 꺼낼 만큼 자신들을 몰아붙였다고 증언했다”고 조사 과정에서의 정보당국 등의 고압적 태도를 문제삼았다.

특히 단체들은 북한주민 22명이 하루도 되지 않아 북송된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경봉쇄 등의 조치로 인해 주요 탈북 경로가 서해로 옮겨갈 조짐이 일자 김정일 정권이 인도적 송환을 명분삼아 북송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노무현 정권은 북측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가급적 북한주민들을 돌려보내는 내부 규정을 세우고 그에 맞게 조사하고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단체들은 탈북의 경우, 불이익을 감수하고 감행하는 일인 만큼 탈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망명의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탈북자가 다시 북송되면 남조선 비방 강연 및 북한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북한주민들, 특히 황해도 주민들은 북한에 되돌려 보내질 위험 때문에 탈북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앞으로 한국 정부는 한국에 입국하는 모든 북한주민에 대해서 그들이 자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주고 그들 스스로 운명을 결정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북송주민 22명의 처형설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들어 이들의 생사확인과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10년간 북한으로 돌아간 모든 북한주민들의 조사 기록과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야 하며 억울하게 북한으로 돌아가게 하는 잘못을 저지른 관련자들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면서 “향후 탈북자 조사과정에 있어서도 민간 전문가들과 탈북 인권운동가들을 포함시켜 정보기관의 관행화된 일방적 횡포를 막고 한국에 입국한 북한주민들이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앞서 정보 당국은 지난 8일 황해도 앞바다에 무동력선을 타고 떠내려온 북한 주민 22명을 발견하고 당사자들의 요청에 따라 북측에 돌려보냈으며 처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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