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 속에 빛나는 2인자들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12.09 11:06  수정

강혁-이원수-박훈근 ‘이 없으면 잇몸’

이규섭-이상민 줄 부상 악재에도 불구하고 공동 4위 약진

‘위기에서 더욱 강해진다’

‘도깨비팀’ 서울 삼성의 최근 행보에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삼성은 지난 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대구 오리온스를 97-77로 대파, 최근 2연승을 기록했다. 시즌 성적 11승 9패로 어느덧 공동 4위. 특히 이날은 간판스타 이상민에 이어 주포 이규섭도 모두 선발명단에서 빠지며, 사실상 차포를 뗀 상황에서 거둔 완승이었기에 더욱 값진 성과였다.

박훈근(좌)-강혁-이원수

삼성은 현재 부상병동이다. 이상민에 이어 이규섭, 이정석까지 팀 전력의 핵심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성적표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29일 KTF전부터 최근 5경기에서 무려 4승 1패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삼성 상승세의 원동력은 역시 주전 못지않은 ‘2인자들의 힘’이다. 포인트가드 이상민의 공백은 강혁과 이원수가 완벽하게 메웠고, 이규섭의 공백은 박훈근이 잘 커버하고 있다.

원래 가드진의 1인자였으나, 올 시즌 초반에는 회춘 활약을 선보인 이상민에 가려 상대적으로 팀 내 비중이 다소 줄어들었던 강혁은, 이상민이 결장한 요즘 지난 시즌의 공격본능을 회복하며 오히려 한층 물오른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평균 7.4점 7.0도움을 기록 중인 강혁은 이상민이 빠진 첫 경기였던 29일 KTF전 이후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공격력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8일 오리온스 전에서는 득점이 비록 2점에 그쳤으나 자신과 팀의 역대 최다이자 올 시즌 최다기록인 17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환상적인 경기운영으로 팀의 완승에 앞장섰다. 최근 5경기 평균 성적이 11.0점 9.6도움. 전매특허로 자리 잡은 속공전개 능력과 특유의 ‘베이스볼 패스’는 이상민의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라는 평가.

2년차 이원수도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에는 상대팀 포인트가드의 전문 ‘스토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원수는, 이규섭과 이상민이 연이어 빠진 최근 공격에서도 비중이 늘어나며 외곽슈터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이원수는 지난 1일 창원 LG전에서 자신의 올 시즌 23점(3점슛 5개)을 넣은데 이어 8일 오리온스전에서도 고비마다 19점(3점슛 3개)을 몰아넣는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이규섭이 빠지며 출전시간이 늘어난 박훈근은 2,3쿼터의 숨은 공신이다. 서장훈의 이적과 이규섭의 슈터 전환으로 인하여 팀 내에 외국인 선수들을 받쳐줄만한 토종 빅맨이 부족한 상황에서 박훈근의 존재가치는 단연 돋보인다. 박훈근은 6일 LG전에서 귀중한 3점슛을 성공시킨데 이어 8일 오리온스전에서는 2,3쿼터에서만 12점(5리바운드)을 몰아넣는 등, 삼성의 공수에서 큰 힘이 됐다.

식스맨들의 활약이 늘어나며 삼성의 팀기록에도 변화가 눈에 띈다. 이상민이 빠지기 이전까지 15경기에서 평균 89.5 득점- 89.1실점(모두 전체 1위)을 기록하며 득점만큼이나 실점도 많았던 삼성은, 최근 5경기에서는 득점은 86.0점으로 소폭 하락한 반면, 실점이 무려 79.2점에 그치며 수비가 대폭 안정됐다. 주전들의 부상 위기로 선수단의 집중력이 높아진데다 수비력이 강한 식스맨들이 중용되며 선전한 결과다.

득점도 지난 4일 KCC전에서만 70점대(76-87)에 그쳤을 뿐, 나머지 4경기에서는 모두 80점대 이상의 꾸준한 득점력을 발휘했으며, 경기 템포는 오히려 더욱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혁과 이원수 콤비로 이어지는 가드진의 강력한 압박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찬스가 많이 늘어나면서 생긴 결과다.

시즌 중반에 접어들며 각 팀들이 모두 부상병동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식스맨들의 활약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의 선전은 많은 교훈을 남긴다. 이처럼 주전과 벤치, 영건과 베테랑을 가리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 과감한 공격본능을 선보이거나, 때로는 묵묵히 희생을 감수하며 궂은일에 전념할 줄 아는 선수들의 팀플레이가 있기에 안준호 감독의 마음은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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