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역대 최단기간 전구단 상대 승리
고공농구, 높이에 스피드의 날개 달았다
올 시즌 원주 동부의 농구를 바라보며 더 이상 ‘슈터나 가드진이 약하다’는 지적은 삼가는 게 좋을 듯하다.
지난 몇 년간 원주 동부의 트레이드마크는 리그 최강의 높이와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고공농구’로 인식됐다. 그러나 올해의 동부는 팀의 강점이던 기존의 높이를 유지하면서 스피드와 외곽슛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장착하며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대기만성 듀오’ 표명일-강대협, 동부의 신 좌우날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07-08시즌 SK텔레콤 T 프로농구’ 2라운드 경기는 올 시즌 동부가 왜 강한 지를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라운드에서 유일한 패배를 안겼던 SK와의 경기에서 동부는 수비전이 아니라 화끈한 공격농구로 설욕전을 펼치며 101-76의 대승을 거뒀다. 방성윤, 문경은 등 외곽포에 관해서는 남부럽지 않은 SK의 스타들도 이날만큼은 무려 16개의 3점포를 몰아넣은 동부의 ‘화력쇼’ 앞에 초라하게 고개를 숙여야했다.
특히 이날의 주역은 김주성이나 레지 오코사같은 빅맨들이 아니라, 외곽포 공세를 주도한 표명일과 강대협의 몫이었다. 이날 올 시즌 최다인 27점(3점슛 6개)을 몰아넣은 표명일은 전반에만 24점을 몰아넣는 신들린 외곽포로 SK의 혼을 빼놓았다. 후반에는 자신이 기록한 19점중 16점을 3,4쿼터에 기록한 강대협이 마무리를 책임졌다. 팀 득점의 절반에 가까운 46점, 3점슛 11개를 합작한 표-강 콤비의 신들린 활약은 방성윤, 김태술 등 SK가 자랑하는 신세대 스타들을 압도했다.
표명일과 강대협은 프로농구에서 ‘대기만성형’ 스타의 표본으로 불린다. 프로데뷔 이래 벤치멤버 혹은 저니맨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두 선수는 지난 시즌부터 나란히 주전급으로 도약했고, 시즌 후반 표명일이 동부로 이적하며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동부는 비록 지난해 부상병동에 좌초하며 5년 만에 PO진출에 실패했지만, 시즌 막바지 표-강 듀오를 주축으로 잠시 선보였던 강력한 스피드 농구는 그동안 수비적인 팀컬러로만 각인되었던 팀에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 시즌의 동부는 강력한 높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떨어지는 외곽 라인의 무게감이 변수로 지목되었던 게 사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개막되자 동부는 기대 이상의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했다. 그 중심에는 김주성-레지 오코사라는 강력한 트윈타워 못지않게 표명일-강대협 듀오가 이끄는 백코트진의 활약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 평균 76.6득점(10위), 78.0실점(2위)을 기록했던 동부는, 올 시즌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81.2득점으로 공격력이 크게 향상된 것은 물론, 수비도 72.3실점으로 지난해에 비해 공수의 균형이 훨씬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포워드진의 줄부상으로 35.0%에 그쳤던 3점 슛 성공률이 올해는 43.1%(전체 1위)로 비약적인 상승을 보여주며 올해는 세트 오펜스에서 속공과 외곽슛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모습이 두드러진다. 표명일과 강대협은 올 시즌 팀이 성공한 3점슛(81개)의 절반이 넘는 46개의 외곽포를 합작했고, 47%에 이르는 높은 적중률을 자랑했다.
동부는 주전 5명이 모두 속공에 참여할 수 있는 기동력을 겸비하고 있으며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칠 줄 아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조직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레지 오코사(18.0점,12.3리바운드)는 지난해의 쟈밀 왓킨스에 비하여 공격력이 뛰어나고, 대체 선수에서 정규멤버로 자리 잡은 더글러스 렌(10.3점)은 돌파력과 속공전개 능력이 발군이다.
김주성(13.4점, 6.3리바운드, 3.0블록)은 지난해에 비해 득점 수치는 떨어졌지만, 올해는 수비와 아웃 패스 등 궂은 일에 더욱 치중하며 높이의 위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표명일(14.3점)이 김주성을 제치고 팀 내 득점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두 자릿수 이상의 평균 득점을 기록하는 선수가 5명이나 있다는 것이 동부의 탄탄한 조직력을 엿보게 한다.
동부는 이날 승리로 9승 2패를 기록하며 2위 창원 LG(7승3패)를 1.5게임차이로 제치고 1위를 고수했다. 특히 올 시즌 11경기 만에 전구단 상대 승리를 기록하며 8개 구단 시절이던 원년(97년) 전신인 원주 나래(12경기)가 세운 단일시즌 최단기간 전구단 승리 기록을 10년 만에 경신하는 기쁨을 누렸다.
높이와 외곽의 안정적인 조화를 유지하고 있는 동부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유일한 변수는 여전히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 장기레이스에서 상대의 거친 수비에 노출되어있는 김주성의 체력안배와 김봉수-이광재 등 유망주들의 성장은 3년만의 정상탈환을 노리는 동부의 향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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