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망상’ 레이싱모델…추락하는 이미지 개선 시급

입력 2007.11.15 09:13  수정

[이청원의 기자수첩] 레이싱업계 밀착취재

‘레이싱모델은 인기만 있으면 된다?!’

최근 레이싱 모델이 인기아이콘으로 급부상하면서 각종업계별로 인기 레이싱모델 모시기에 혈안이 돼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5월 서울 모터쇼에서는 인기 레이싱모델 섭외전쟁이 일어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지난 5월 국내 스포츠 매체는 레이싱모델 섭외 과정에 대한 문제점과 그 와중에 일어났던 매니저의 모델 폭행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그만큼 인기 레이싱모델 섭외는 곧 해당 업체 홍보효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연 레이싱모델들이 끌어들이는 인원은 얼마나 될까?

레이싱모델 개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팬은 많게는 3만 명에서 적게는 100명까지 다양하다. 그 중 10%의 인원이 몰린다고 가정할 경우 업체입장에서는 소위 ‘대박’이 터지는 셈이다. 최근 레이싱모델이 맹활약했던 게임쇼를 기준으로 볼 때 주류와 비주류모델이 포진함에 따라 유동하는 인원은 천지차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기 레이싱모델이 대거 포진 돼있는 경우 그녀들을 찾아 온 팬들 또는 촬영하러 온 카메라맨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이 연일 북새통이다. 반대로 레이싱모델을 섭외하지 않았던 업체의 경우 연일 한산해 업체별 격차는 심각하다. 그만큼 레이싱모델은 업체 입장에서 중요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많은 관객을 유치하더라도 문제점은 뒤따른다. 한 업체관리자는 “남보다 많은 돈을 주고 인기 레이싱모델을 고용했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인기에만 치중하는 것 같고, 개인 프로필촬영에 급급한 나머지 일 할 의지가 없어 보일 때도 많다”라며 쓴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녀들의 인기는 행사장외에 ‘자동차 경기장’에서도 이어진다. 자동차경주가 열리는 주말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레이싱모델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녀들은 정작 당일 경기를 치르는 선수보다 더 많은 시선을 받는다. 이에 한 선수는 “국내 모터스포츠는 레이싱걸을 위한 잔치인 것 같다. 힘들게 밥상 차려놓으면 엄한 사람들이 편히 먹는다”며 이런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그녀들은 인기도만 존재할 뿐 해당업무(?)에 대한 지식은 자격미달 수준이다. 일부 모델의 경우 자신이 속한 팀의 선수이름 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경기가 어떻게 진행 되는지도 알 턱이 없다. 물론 기업에서 고용한 홍보이미지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한 약간의 지식정도는 갖춰야 한다.


레이싱모델 위험수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8월 한국모델협회가 <레이싱모델 분과>를 만들면서 레이싱걸을 모델이라는 직업군으로 편입했다. 이는 레이싱걸도 모델의 한 분야이며 모터쇼나 레이싱 경기장, 각종 전시장의 전반적인 광고 전량 홍보이미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홍보 전략이 아닌 ‘상업 유해한 사이트’ 또는 광고에 자연스럽게 쓰이는 관행 등 문제점을 지적하고, 레이싱모델의 이미지와 사회적 올바른 인식 확립을 위해 마련됐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레이싱모델 분과> 발족과 동시에 대부분의 레이싱모델들은 자신들의 이미지개선을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보였고 급기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선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되는 ‘레이싱걸’이 아닌 ‘레이싱모델’로 불러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족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올바른 인식확립을 외치던 레이싱모델들의 현주소는 암담하기만 하다. 그녀들이 인기아이콘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각종 매체는 ‘홍보이미지모델’이 아닌 ‘레걸 벗기기’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한 케이블 방송에서는 연이어 아찔한 차림의 레이싱걸이 등장해 선정적인 몸 개그를 선보이고도 하며, 비키니 차림의 레이싱걸이 진행을 맡기도 있다. 또한, 그녀들이 출연하는 게임방송과 당구대회는 레이싱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밖에도 모 섹시화보 촬영은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겨진다. 섹시화보를 촬영한 한 인기 레이싱걸은 “공짜로 해외 가서 쉴 수 있고, 돈을 주니 그냥 찍는 것뿐”이라 답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베테랑 레이싱모델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 베테랑 레이싱모델은 “요즘은 돈만 주면 다 벗는 일부 모델들 때문에 기존 레이싱모델의 이미지가 더 추락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한 최근 급속도로 인기를 얻은 일부 레이싱모델의 주체할 수 없는 ‘끼’는 심각할 지경이다. 자신의 인기를 너무 과시한 그녀들은 연예계 진출을 위해 방송에 관한 일 혹은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나간다는 게 한 레이싱걸의 설명이다.

이에 모 기획사 관계자는 “젊은 애들도 얼마든지 발굴 할 수 있는데 거대 기획사가 일부로 레이싱걸을 연예계로 진출 시키는 일은 모험이다. 현재 레이싱모델들은 심하게 착각을 하고 있을 뿐더러, 이름 없는 기획사들의 유혹을 뿌리치기 또한 힘들 것”이라 충고한다.

레이싱업계의 반응 또한 냉담하다. 한 취재기자는 “일부 레이싱모델들은 모델로서의 자부심마저 스스로 포기한 듯하다. 앞으로 레이싱모델이라는 직업군을 전문적으로 육성해야 할 시기”라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모델도 방송인도 아닌 정체성마저 불투명한 그녀들. 하루 속히 과대망상에서 벗어나 그녀들이 바라던 ‘레이싱모델의 이미지개선과 사회적 올바른 인식 확립’을 위해 새롭게 도약할 필요가 있다.

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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