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실록에 보면 7대왕 목종은 남색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27~28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올려지는 극단 ‘십년후’의 ´사슴아 사슴아´는 이런 목종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부제는 ‘목종비곡(穆宗悲曲)’
목종은 19세의 나이로 왕에 오른다. 하지만 허울뿐인 왕노릇을 해야 했다. 그의 어머니 천추태후가 왕이 어리다는 이유로 섭정을 해 사실상 왕권을 잃었다. 그것도 모자라 어머니의 정부인 김치양은 인사권을 휘두르며 뇌물을 받고 3백여 칸의 집을 짓느라 백성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다.
목종은 김치양을 권력의 중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애쓰지만 어머니의 방해로 번번히 실패했다. 절망에 빠진 그의 탈출구는 ‘사랑’ 뿐. 목종은 유행간이라는 아름다운 남성에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유행간과의 사랑도 그를 구원하지 못했다. 목종의 사랑은 ‘탐닉’이었고, 유행간은 왕을 조종해 정사를 농단한다.
연출가 송용일과 작가 오성근은 이 같은 고려 왕궁의 사랑과 권력을 잡기 위한 암투를 연극무대라는 생생한 현장 속 이야기로 끄집어냈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 사이에 가벼워진 자아의 중요성과 사랑의 의미를 투영했다.
아울러 위정자들의 그릇된 행동이 국민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보여줘 그들의 강한 도덕성을 강조한다.
‘사랑과 권력’이라는 통속적 사극의 플롯처럼 보일 수 있는 연극이지만 ´사슴아 사슴아´는 평단에서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낸 수작이다. 2006년 전국 연극제에서 대통령상, 연출상, 연기자상을 휩쓸었다. 인천 연극제에서도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최우수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통속적 사극의 서사 플롯에 매몰되기 쉬운 요소들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회화성 짙은 파노라마 구조로 엮어 입체화한 연극적 상상력과 집단작업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사슴아 사슴아´는 2007 인천&아츠 프로그램 중 하나다. 27일 토요일 오후 3시, 7시, 28일 일요일 오후 3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문의 (032)420-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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