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쇼’ 전성시대…따라하거나 넘어서거나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10.21 12:04  수정

무한도전-상상플러스, 캐릭터쇼의 교본

각자 고유의 캐릭터로 큰 웃음 선사

요즘 예능가의 대세는 그야말로 ‘캐릭터 버라이어티’라고 할만하다.

저마다 고유한 개성과 캐릭터를 지닌 5~6명의 집단 MC들이 등장하며 하나의 코너 혹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무한도전>류의 프로그램이 최근 토크쇼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이러한 캐릭터 버라이어티 전성시대의 중심에 있다고 할만하다. 국민MC 유재석, 2인자 박명수, 괴물 정준하, 어색뚱보 정형돈, 꼬마 하하, 돌아이 노홍철 등으로 이어지는 확고부동한 여섯 남자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매주 달라지는 다양한 콘셉트와 예측불허의 미션에 도전하는 <무한도전>식 3D 버라이어티는 최근 예능부문 전체 시청률 1위를 고수할 만큼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무한도전10월20일 시청률 24.7%).

최근 <무한도전>이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사실상 수많은 캐릭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범람하며 ‘무한도전 따라하기’라는 비판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캐릭터 버라이어티 형식은 이미 <무한도전>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되어왔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 대단한 도전>이나 <공포의 쿵쿵따>, <천하제일 외인구단>, <여걸식스>, <상상플러스> 등은 <무한도전>보다 훨씬 이전에 캐릭터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캐릭터 버라이어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멤버들 각자 고유의 캐릭터 구축과 상호간의 유기적인 조화에 있다. <무한도전>과 <상상플러스>는 이러한 캐릭터 버라이어티의 교본이라 할만하다. 전체적으로 진행을 주도하거나 멤버들의 역할을 조율하는 리더가 있고,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망가지는 역할을 감수하는 분위기 메이커가 있는가 하면,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고 짓궂은 역할을 감수하는 악역도 있다. 튀는 멤버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오히려 평범하거나 정상적인(?) 매력으로 차별화되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사실 <무한도전>이나 <상상플러스>만이 아니더라도 최근 대부분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캐릭터쇼 위주로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한도전>, <해피투게더>의 유재석, <무릎팍도사>, <1박2일>의 강호동, <라인업>의 이경규, 김용만, <하이파이브>의 지석진, 정시아가 합류한 <무한걸스>의 송은이 등이 코너 진행과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라면, 박명수, 신정환. 노홍철, 신봉선, 현영, 조혜련처럼 사실상 2인자이자 궂은일을 전담함으로서 주변을 오히려 돋보이게 해주는 캐릭터들도 있다.

또한 어느 프로그램에서건 팀 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그림자 캐릭터도 있다. <하이파이브>의 김민선이나 <라디오스타>의 김국진, <1박2일>의 이수근, 은지원이 개성강한 멤버들 사이에서 캐릭터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 <무한도전>의 정형돈이나 <상플>의 유세윤 등은 아예 버라이어티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고유의 콘셉트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 캐릭터쇼의 대세는 ‘리얼’이다. 출연자들은 상호간의 실제 사생활이나, 인관관계 등을 극중 캐릭터와 상황극의 소재로 차용하기도 한다. 출연자들의 서로의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개인사를 웃음의 소재로 삼고, 등장인물들 간의 인적 ‘라인’이 부각되는 것이 요즘 캐릭터 버라이어티의 특성이다. 이러한 캐릭터쇼는 이제 하나의 특정 코너을 넘어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이나 코너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문제는 이러한 비슷한 포맷이 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동일한 출연자들이 여러 방송사와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유사한 캐릭터-라인을 재탕하거나, 프로그램 고유의 독창성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라인업>이나 <1박 2일>에서 <무한도전>의 그림자를 느끼고, <하이파이브>에서 <여걸식스>의 흔적을 지우는 것은 쉽지 않다. 몇몇 코너들은 출연자의 캐릭터만 보면 프로그램의 정체성 구분이 흐릿할 때도 있다.

캐릭터간의 상황극과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이 트렌드로 부상하며, 자극적이고 ‘독한 캐릭터’들이 부상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비속어 남발과 막말 구사 등 언어파괴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것도 부정적인 영향이라 할만하다. 박명수의 ‘호통개그’에서 시작된 예능프로그램의 거친 어법들은 최근 <라인업> 김구라, 김경민의 ‘욕설 파문’으로까지 이어지며 잘못된 언어유희의 부작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중이 최근의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한도전>의 데자뷰를 보는 것은, 그만큼 이 프로그램이 캐릭터 버라이어티라는 장르에서 미친 실험적이고도 선구적인 영향이 크다는 증거인 반면, 동시에 무분별한 중복출연의 폐해, 유사 프로그램들의 아이디어 재탕과 언어파괴라는 방송가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드러내주는 사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이후 이와 유사한 집단 MC체제나 캐릭터쇼를 표방한 프로그램들은 모두 ‘포스트 무한도전’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서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점은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는 <무한도전> 자체에게도 큰 부담이다.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은 쉽지만, 트렌드를 새롭게 창조해나간다는 것은 훨씬 어렵다. 시류에만 집착하고 정작 고유의 차별성이나 방송으로서의 품격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반성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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