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 KBL 시즌 프리뷰⑧] 대구 오리온스
대구 오리온스는 김승현이 합류한 2001-02시즌 이후 6년간 PO 티켓을 놓쳐본 적이 없다.
정규시즌 우승 2회, 통합우승-준우승 각 1회, 4강 이상 4회. 김진 전 감독과 김승현-김병철 백코트 콤비로 이어지는 ‘삼김 트리오’가 지난 6년간 합작해낸 성적표다.
비시즌간 오리온스는 팀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김진 감독을 SK로 떠나보내고 7년 만에 프로농구 무대로 돌아온 ‘슛도사’ 이충희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현역시절 한국농구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날렸던 이충희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97년부터 3년간 LG의 초대 사령탑을 맡으며 두 차례의 PO 진출을 이끄는 등 재능을 인정받은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충희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 스타일과 오리온스의 팀컬러 간 조화에 대해 의문부호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충희 감독은 LG 시절 끈끈한 수비농구로 창단 첫해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 평균 득점 1위(86.4점)에서 보듯 전통적으로 화려한 공격농구를 표방하는 팀.
그러나 이충희 감독은 ‘공격농구냐, 수비농구냐’하는 단편적인 분류에 대해 코웃음을 친다. 이감독이 신생팀 LG를 처음 이끌던 시절에는 국내 선수 중 이렇다 할 주전급 스타가 전무했던 탓에 공격은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고 전반적인 팀컬러는 수비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당시 LG의 수비농구는 지금의 동부처럼 강력한 제공권과 템포 바스켓을 표방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적극적인 압박수비와 가로채기를 통하여 공격권을 빼앗아오는 ‘공격적인 수비농구’라고 역설한다.
지금의 오리온스는 10년 전의 LG와는 선수구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김승현-김병철 콤비는 여전히 KBL 현역 최강의 ‘백코트 듀오’로 명성을 날리고 있고, 오용준-정재호 등 외곽슛과 스피드를 겸비한 ‘공격적인 자원’들이 차고 넘친다.
특히 올 시즌 오리온스의 최고 히든카드는 역시 ‘혼혈특급’ 이동준(198cm)이다. 지난 1월 신인드래프트에서 2순위로 지명되어 한국 프로농구 무대에 첫발을 내딛게 된 이동준은 이미 지난 7월 열린 대만 존스컵 국제농구대회와 일본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농구팬들에게 그 잠재력을 인정받은바 있다.
오리온스가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우승권에서는 다소 멀어진 이유는, 바로 골밑과 외곽의 불균형에 있었다. 화려한 공격력에 비하여 제공권과 수비가 안정적이지 못했고, 얇은 선수층으로 인하여 주전에 대한 의존도도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은 탄탄한 체격과 운동능력을 확인한 이동준의 존재로 인하여 공수 모두에서 한결 업그레이드된 느낌을 준다. 특히 외국인 선수가 1명밖에 뛸 수없는 2·3쿼터에 사실상 외국인에 준하는 존재감을 지닌 이동준의 활약 여부에 따라, 상대팀에게 있어서는 서장훈과 김주성을 보유한 KCC나 동부에 견줄만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
오리온스는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 부상 등으로 두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하며 우려를 자아냈지만 파워포워드와 스몰포워드를 모두 넘나들 수 있는 이동준의 존재로 골밑은 물론 전술 운영 면에서 한결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선수 리온 트리밍햄(198.5cm)과 로버트 브래넌(198.9cm)도 시범경기에서 예상보다 안정된 활약을 펼쳐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라인업에 주태수(200cm)를 제외하면 2m 이상의 확실한 정통 빅맨이 없다는 점이나 30대 중반에 접어든 트리밍햄의 체력과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향후 장기레이스에서 다소 부담이 될 소지가 있다.
이미 고유의 팀컬러가 확실하고 개성강한 스타들이 포진한 오리온스를 지휘해야하는 이충희 감독으로서는 오히려 LG 시절과는 달리, 성적 부담이 더욱 큰데다 전임자와의 비교까지 감수해야한다. LG 감독에서 물러난 직후 오랫동안 아마무대를 전전하며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내야했던 이충희 감독으로서는 오리온스에서의 성적이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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