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는 지난해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시즌’을 보냈다.
LG는 개막 초반 5연승의 파죽지세로 화려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2라운드 중반부터 갑작스러운 슬럼프에 빠지며 한때 중위권으로 추락하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다. 시즌 막판 끈질긴 추격전을 펼친 끝에 6라운드 부산 KTF와의 마지막 맞대결에서 짜릿한 승리, 결국 2위로 PO 4강에 직행했다.
그러나 정작 기대를 모았던 PO시즌에서는 역대 최악의 폭력 사건으로 남을 ‘파스코 사태’로 인해 KTF와의 리턴매치에서 힘 한번 못쓰고 탈락하는 비운을 맛봐야했다.
LG의 외국인 센터 퍼비스 파스코는 4강전 경기도중 KTF 장영재의 거친 파울에 격분해 상대 선수와 심지어 심판까지 폭행하는 초유의 행동으로, 팀은 물론 리그에서도 완전히 퇴출당했다. 이 사태는 한국농구의 외국인 선수 제도와 페어플레이 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신산’ 신선우 감독은 단기전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던 LG의 갈증을 풀어줄 ‘우승청부사’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2년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데뷔 첫해는 PO진출에 실패했고, 지난 2006-07시즌에는 4강에 직행했지만 선수단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며 고배를 들어야했다.
LG는 97년 창단 이후 2위로만 무려 4차례나 4강에 직행했지만, 정작 결승에 진출한 것은 2000-01시즌 단 한번 뿐이었을 정도로 지독한 PO 징크스에 시달려야했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떨쳐내고 LG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선우 감독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비시즌간 외국인 선수와 신인드래프트를 제외하면 특별한 전력보강이나 대대적인 팀 개편을 시도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팀내 주포였던 찰스 민렌드가 떠나고 오다티 블랭슨(195cm)과 캘빈 워너(197cm)가 합류했고,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토종 센터 송창무(202cm) 정도가 가세했을 뿐, 국내파 주전 멤버는 대부분 지난해 그대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새롭게 뽑은 외국인 선수 2명 모두 정통 센터와는 거리가 먼 포워드 타입이라는 것. LG에는 신인 송창무를 빼면 2m 이상의 정통 빅맨이 전무하다.
그러나 블랭슨과 워너 모두 신장에 비해 리바운드와 백보드 장악력이 좋고 언제든 속공에도 가담할 수 있는 젊고 빠른 선수들이라는 점이 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존 국내파 선수들의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포지션을 파괴하는 신 감독 특유의 ‘토털농구’와 기동력을 앞세운 ‘스몰라인업’의 강화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LG는 지난 여름 열린 ‘제7회 브루나이컵 국제농구대회’에서 챔피언에 오르며 올 시즌 청신호를 밝혔다. 신선우 감독은 브루나이컵을 통해 특유의 강력한 세트 오펜스와 맨투맨 수비를 선보이며 공수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대회 MVP에 선정된 박지현을 비롯하여 조상현, 이현민으로 이어지는 LG의 ‘다연발 외곽포’는 올해도 팀 공격의 중추 역할을 할 것임을 입증했다. 특히 지난해 LG 공수의 허리 역할을 해내며 ‘저비용-고효율’ 가드진의 진수를 보여줬던 박지현-이현민 콤비의 성장은 올 시즌 LG의 성적표를 가늠할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변수는 역시 현주엽이다. 프로농구가 배출한 대표적인 만능 포워드로 꼽히는 현주엽이지만 잦은 부상과 팀 전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LG에서의 2년간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왼쪽 무릎수술을 받은 이후 재활훈련에 매진해온 현주엽은 올 시즌 몸무게를 10kg 가까이 감량, 재기를 향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무엇보다 LG가 현주엽에게 기대하는 것은 고비에서의 강한 리더십이다. 민렌드가 없는 올 시즌의 LG는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끌어줄 수 있는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게 최대 약점이다.
이미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현주엽이 전성기의 70~80%만큼 능력만 보여줄 수 있어도 LG의 팀 전력은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지난 2년간 시행착오를 거친 신선우 감독과 현주엽 모두에게 올 시즌은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서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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