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 열기로 달아올라 있지만, 시즌을 7위로 마친 롯데 자이언츠에게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일 뿐이다.
2001년부터 내리 7년째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롯데는 2년 계약이 만료되는 강병철 감독과 결별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최근 이상구 롯데 단장이 FA 김동주(두산)와 이호준(SK)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2008시즌 도약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는 지난 2003년 FA 대어였던 정수근(6년 40억 6000만원)과 이상목(4년 22억원)을 영입하고도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따라서 다시 한 번 FA 대어사냥에 나설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4번 타자’ 이대호를 받쳐줄 거포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올 시즌만 놓고 본다면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이대호 원맨팀’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고의사구 1위’ 이대호의 비애
이대호는 올 시즌 12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5(3위)-29홈런(2위)-87타점(2위)을 기록하는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비록 타이틀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타격 3관왕을 석권했던 때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적표다.
그러나 이대호가 지난해에 비해 급증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4사구 숫자다. 지난 시즌 55개의 4사구로 걸어 나갔지만, 올 시즌에는 무려 94개를 얻어냈다. 물론 올 시즌 이대호보다 더 많은 4사구를 얻어낸 선수들은 3명이나 있다. 현대 브룸바가 104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고 양준혁(삼성/98개)과 김동주(두산/97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이대호의 고의사구 숫자다. 이대호는 올 시즌 무려 25개의 고의사구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다. 이대호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있는 양준혁의 고의사구는 15개로 이대호와 10개나 차이가 난다.
이대호가 홈런을 많이 때려내는 거포라 많은 고의사구를 얻는 것은 당연하지만, 올 시즌 홈런왕을 차지한 심정수(삼성)가 1개, 홈런 2위 브룸바가 12개의 고의사구를 기록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알버트 푸홀스가 2007시즌 얻어낸 고의사구는 22개, 몬스터 시즌을 보냈던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고의사구는 이대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1개에 불과했다.
이대호가 압도적으로 많은 고의사구를 기록한 이유는 간단하다. 롯데를 상대하는 팀들은 이대호만 걸러 보내면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롯데에 이대호를 받쳐줄 타자가 없다는 것.
올 시즌 롯데가 쏘아 올린 팀 홈런은 76개. 올 시즌 이대호가 때려낸 29개의 홈런은 팀 전체홈런 숫자의 38%에 해당한다. 홈런왕 심정수(36%)나 홈런 2위 브룸바(30%)를 넘어섰다.
이대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강민호(14개)다. 이대호 홈런에 절반도 안 되지만, 그나마 이대호를 제외하고 롯데에서 10개 이상의 홈런을 친 타자는 강민호가 유일하다.
올 시즌 롯데에서 이대호를 제외한 클린업 트리오로 타석에 들어섰던 타자들의 성적을 보면, ‘4번 타자’ 이대호가 롯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실감할 수 있다.
롯데의 클린업 트리오는 올 시즌 타율 0.291-홈런44개-212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서 4번 타자 이대호를 제외한 3번과 5번 타자들이 기록한 성적은 타율 0.271-홈런15개-타점125개다.
올 시즌 롯데에서 3번과 5번 타순에 가장 많이 들어섰던 박현승과 정보명이 클리업 타순에서 때린 홈런은 고작 3개다. 뒤늦게 합류한 외국인타자 페레즈가 3번과 5번 타순에서 홈런 6개를 작렬했지만, 상대 투수들을 위협할 정도의 성적은 못된다.
이것이 바로 이대호가 고의사구를 25개나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에서 이대호만 거르면 된다고 생각했던 상대 투수들과 감독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절정에 오른 타격감을 과시한 이대호는 올 시즌 더 많은 홈런과 타점을 올릴 수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대호는 ‘원맨팀’의 ‘원맨’이었다.
롯데, ‘이대호 원맨팀’ 오명 씻을까
이상구 단장이 올 시즌 FA 영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김동주나 이호준과 같은 강타자를 영입한다면, 적어도 다음 시즌 롯데가 이대호의 원맨팀이라는 불명예는 벗어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김동주나 이호준으로 인해 우산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괴물 타자’ 이대호가 자신의 진정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감독도 감독이지만,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이대호를 받쳐줄 타자를 영입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이대호가 고의사구로 걸어 나갈수록 롯데의 가을 잔치 꿈은 그만큼 멀어진다. 변화의 기로에 서있는 롯데가 올 시즌 FA시장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관련기사]
☞ 지긋지긋 ´롯데 법칙(?)´…팬들도 지친다
☞ ´땅을 칠´ 롯데…지독한 엇박자 라인업
☞ 부산 갈매기에는 ´승리´가 아닌 ´사람´이 있다
데일리안 스포츠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