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왕조 유통기한?’…유재학에 달렸다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10.08 12:09  수정

[2007-08 KBL 시즌 프리뷰⑤] 울산 모비스

흔히 KBL에서 ‘왕조’의 유통기한은 길어야 3년이라고들 한다.

프로농구 초창기 기아(현 모비스)에서 현대(현 KCC), SK, 오리온스, 동부 등 한때 막강전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팀들도 2~3년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우승권에서 멀어지곤 했다. 한국농구에서 플레이오프 2연패와 정규리그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1998-00시즌의 현대 한 팀뿐이다.

해마다 바뀌는 외국인 선수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소수의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농구의 취약한 구조 탓에 특정팀의 장기집권이 쉽지 않은 것이 KBL의 현실이었다.

지난 2년간 정규리그 2연패. 통합우승 1회로 ‘화려한 시절’을 보낸 울산 모비스도 이런 현실 속에서 올 시즌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올 시즌 모비스 행보를 바라보는 농구팬들의 시각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

모비스 부흥기의 주역이었던 MVP 양동근과 김동우가 나란히 군에 입대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외국인선발제도가 드래프트제로 전환되며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만능플레이어’ 크리스 윌리엄스와도 작별해야했다. 사실상 지난 주전급 멤버들이 대부분 물갈이됐고, 남은 것은 베테랑 우지원과 이병석 정도다.

모비스는 지난 이적시장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FA 최대어 서장훈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지만 무위에 그친 이후로는 침묵을 지켰다.

사실상 모비스는 올 시즌 그동안 팀 내 식스맨으로 활약하던 김학섭, 김효범 등 2~3년차 젊은 선수들과 올 초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함지훈, 최고봉, 박구영 등 새내기들에게 기대를 걸어야하는 상황이다.

모비스는 지난 23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 ‘한일 프로농구 챔피언전’을 통해 올 시즌의 전력을 어느 정도 드러냈다. 친선경기인 만큼 100% 전력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었다.

지난 두 시즌동안 벤치멤버로서 활약했지만 크게 중용되지는 못했던 미국 출신 김효범은 예년에 비해 슛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붙은 움직임으로 기대를 모았다. 운동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수비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많이 보완됐으며 오픈 찬스에서의 슛 성공률도 향상, 모비스 조직농구에 많이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

1라운드 10순위로 지명됐던 함지훈은 신인드래프트의 ‘숨은 진주’라는 명성 그대로 올 시즌 모비스의 히든카드임을 입증했다.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흔들림 없이 골밑을 사수하는 투지와 강력한 일대일 플레이는 향후 2~3쿼터 모비스 토종센터진의 한축으로 중용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을 빅맨으로만 활용하기보다 스피드와 슛 능력을 좀 더 보강,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장신 포워드로서 육성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지난 2년간 모비스 돌풍의 원동력은 수비에 있었다.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모비스의 공격은 81.7득점으로 전체 7위에 그쳤지만, 수비에서 77.4실점으로 1위에 오르는 짠물농구를 선보였다. 작년의 공격 1~4옵션이 모두 교체된 올해도 수비에 대한 의존도는 계속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해결사 부재다. 지난 시즌 모비스 벌떼농구의 중심이자 부동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양동근-윌리엄스의 공백은 당장 한일 챔프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하상윤-김학섭이 리딩을 어느 정도 책임진다 해도, 양동근만큼의 속공전개능력과 일대일 마무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 개인플레이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능력을 살려주던 노련한 리더 윌리엄스의 부재로 인해 고비마다 마무리해줄 선수가 없어 애를 먹었다.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된 제임스 페니와 실베스터 모건을 모두 교체한 모비스는 시즌 전에 2장의 외국인 선수 교체카드를 모두 써버렸다. 그러나 새로 뽑은 케빈 오웬스와 키나 영의 기량 또한 그리 시원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속을 태우고 있다.

그나마 득점력과 돌파 센스를 갖춘 영에 비해 센터 오웬스는 단조로운 공격루트와 위치선정, 형편없는 스피드와 자유투 성공률 등 불안한 모습으로 벌써부터 ‘제2의 폴 밀러’나 ‘제이슨 클락’이 되지 않을까란 우려를 낳고 있다.

모비스의 전매특허인 속공이나 수비 조직력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플레이스타일과 가뜩이나 팀의 전통적인 약점이 높이에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난 시즌보다 크게 약화된 골밑은 슈터진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유재학 감독과 모비스 선수들은 여전히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년 전에도 모비스는 한때 꼴찌 후보라는 세간의 우려를 비웃고 정규리그 제패라는 깜짝 신화를 일궈낸 바 있다.

올 시즌 모비스는 세대교체와 리빌딩이라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철저한 조직력과 수비농구의 대가이자, 유망주 육성에 남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는 유재학 감독의 ‘맞춤형 리더십’이 다시 한 번 벌떼농구의 신화를 되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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