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 KBL 시즌 프리뷰③]인천 전자랜드
신구 조화 여부, 올 시즌 운명 좌우할 변수
인천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23승 31패(9위)를 기록,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도합 25승을 따내는데 그치며 최하위를 도맡던 전자랜드로는 3년 만에 20승 고지를 돌파하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또한, 그간 팀 전반에 팽배했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재도약 가능성을 확인한 큰 소득을 얻었다.
지난 시즌의 전자랜드는 ‘패자부활전’의 과도기라 할 수 있다.
사령탑 최희암 감독을 비롯해 박종천 코치, 제이 험프리스(현 NBA 피닉스 선즈 코치) 등 코칭스태프 전원은 모두 프로농구 사령탑으로서 참담한 시행착오를 겪었던 인물들이다. ‘이적생 3인방’ 김성철-조우현-황성인 역시 전 소속팀에서 몸값 못한 스타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선수들이었다.
일각에서는 리빌딩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유망주들을 대거 내주고 즉시 전력감인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했던 선택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희암 감독은 일단 ‘절반의 성공’으로 자신감과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막판 팀 주포였던 외국인 선수 키마니 프렌드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지 않았더라면, 6강의 한 자리는 충분히 꿰찰 수 있었다.
올 시즌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제로 바뀐 용병 선발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전자랜드는 정통 빅맨보다는 포워드에 가까운 테렌스 셰넌(196cm)을 지명했다.
셰년은 최근 전자랜드의 중국 전지훈련을 통해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뛰어난 득점력과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과시했다. 특히, 동료들을 활용하는 이타적인 플레이까지 호평을 받으며 벌써부터 ‘제2의 크리스 윌리엄스’로 불리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지명했던 모하메드 워니는 결국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기량미달로 퇴출당했다. 전반적으로 올 시즌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의 숫자가 적다는 우려를 받고 있는 가운데, 셰년이 확실한 기량을 갖춘 에이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4년만의 PO행을 노리는 전자랜드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공격은 평균 81.8점으로 리그 6위, 실점은 83.2실점으로 7위에 그쳤다. 기록에서 보듯 수비에서 제몫을 해준 선수가 적었고, 확실한 팀컬러를 보여주지 못했다.
내용 면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에 의해 좌우되는 경기가 많았을 정도로 국내 선수 중 확실한 구심점이 없었고, 5점차 이내 접전에서 약한 모습을 자주 드러냈으며 상대를 괴롭히는 끈끈함도 부족했다. 선수단이 큰 폭으로 교체되며 조직력을 가다듬을 시간이 부족했고, 가드진의 위기관리와 게임 리딩에 문제가 있었다.
올 시즌 전자랜드는 새롭게 가세한 신인들과 이적생들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당초 FA 최대어로 꼽혔던 서장훈-임재현을 모두 놓치며 허탕을 쳤지만, 신인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이한권, 이홍수, 정영삼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지난해보다 선수층은 한결 두꺼워졌다.
이한권과 김성철은 외국인 선수가 1명만 뛰는 2~3쿼터 4번(파워포워드)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장신 포워드고, 이홍수는 지난 시즌 한계를 드러낸 황성인을 대신해 가드진을 이끌어줄 수 있는 재목으로 꼽힌다.
뛰어난 돌파력을 전매특허로 하는 정영삼은 올 시즌 김태술(SK), 양희종(KT&G), 이동준(오리온스) 등과 함께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최희암 감독의 히든카드다.
문제는 역시 포지션 중복이라는 딜레마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신인인 김영환과 박세원을 KTF에 내줬지만, 이미 기존의 김성철-조우현에, 전정규, 정영삼, 이한권. 정선규까지 포워드와 슈터진은 여전히 포화상태다.
재능 있는 선수들을 벤치로 돌리는 것은 그만큼 손해다. 지난해의 울산 모비스나 부산 KTF를 모델로,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 스타일과 상대 매치업에 따른 ‘포지션 분업화’ 및 주전 경쟁이 필수적이다.
다른 의미에서 인해전술보다 전자랜드에 더 필요한 것은 확실한 리더다. ‘벌떼농구’를 대표하던 KTF나 모비스에도 각각 신기성, 양동근이라는 좋은 해결사가 있었다.
지난해 이적 3인방 중에서 김성철만이 그나마 제몫을 해냈지만 고비에서의 리더십은 기대에 못 미쳤고, 조우현-황성인은 실망스러웠다.
이제는 팀 내 2년차가 되며 고참 반열에 오른 세 베테랑 선수와 새롭게 가세한 젊은 피들 간의 ‘신구 조화’ 여부가 이번 시즌 전자랜드의 운명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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