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스 vs 류현진´이 보고 싶었던 이유

입력 2007.09.16 07:58  수정

에이스들의 맞대결이 역사를 만든다!



´세기의 맞대결´ 최동원 vs 선동열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두 투수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바로 최동원(당시 롯데)과 선동열(당시 해태)이 마운드에서 맞닥뜨린 것.

물론,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1986년 두 차례의 맞대결을 벌여 서로 1승씩 나누어 가졌다. 첫 번째 맞대결인 4월 18일에는 선동렬이 1-0 완봉승을, 두 번째 맞대결이 벌어졌던 8월 19일에는 최동원이 2-0 완봉승을 거두며 자존심을 지켰다.

두 번의 승부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한 이들이 벌인 운명의 세 번째 맞대결은 당시 프로야구 팬들의 이목을 부산 사직구장으로 끌어당긴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전통의 대학 라이벌 연세대(최동원)와 고려대(선동열)출신이라는 점과 영호남을 대표하는 팀들의 맞대결이라는 점도 이들의 승부를 극적으로 만든 요소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두 에이스의 대결이라는 것이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그렇게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에이스들의 맞대결. 선동열이 초반 2실점 하며 흔들렸지만,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막아냈다. 사실 당시에 선동열이 2실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될 만큼 선동렬은 천하무적이었다.

반면 최동원은 8회까지 무실점으로 해태 타선을 틀어막으며 세 번째 대결의 승리를 가져가는 듯했지만, 9회 통한의 동점(2-2)을 허용하며 연장으로 끌려들어갔다.

두 투수의 투구수는 이미 100개를 훌쩍 넘어선 상태였다. 요즘 같으면 투수를 교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투구수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더욱이 이들의 자존심을 감안했을 때, 자진 강판하지 않는 한 섣불리 한쪽을 먼저 내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날 최동원은 연장 15회까지 삼진 8개를 잡아내며 모두 209개, 선동열은 삼진 10개에 무려 232개를 던졌지만 15회까지 어느 팀도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 채 경기는 아쉬운 무승부로 끝났다.

지금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승부로 회자되고 있는 두 투수의 맞대결은 그렇게 4시간 56분의 혈투 끝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아쉽게 마무리 됐지만, 그날 이들이 던진 441개의 공은 프로야구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1995년 이상훈 vs 김상진

최동원-선동열 이후 프로야구에서 화제가 됐던 에이스들의 맞대결 가운데 가장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1995년 이상훈(당시LG)과 김상진(당시 OB)의 맞대결.

이상훈은 그해 20승 5패 방어율 2.01을 기록, 90년 이후 처음으로 선발 20승을 거두며 다승과 승률 타이틀을 차지했고 방어율 부문에서도 2위에 오르는 등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비록 드러나는 기록은 이상훈에 미치지 못했지만 17승 7 패 방어율 2.11 탈삼진 159개를 기록한 김상진은 그해 무려 13번의 완투와 9번의 완봉을 기록하는 믿지 못할 활약을 했다.

1995년을 완벽하게 지배했던 두 투수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은 모두 3번. 각각 소속팀의 ´서울 라이벌´ 자존심까지 걸려있었기에 그 관심도는 최동원과 선동열이 벌인 라이벌전 이상으로 뜨거웠다.

그러나 선배 에이스들이 서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반면 이들의 맞대결은 매번 이상훈의 승리로 끝이 나곤 했다. 김상진은 맞대결에서는 이상훈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소속팀 OB가 LG를 0.5게임차로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데 큰 크게 기여했다.

이외에도 정민철(당시 빙그레)-김상진, 정민철-이상훈 등 유난히 주목받는 에이스들의 맞대결이 많았던 1995년은 프로야구 한 시즌 역대 최다 관중인 540만 명이 들어찬 시즌이기도 하다. 팬들을 열광케 했던 에이스들의 맞대결이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프로야구가 올 시즌 다시 400만 관중시대를 열며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팀의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놓고 리오스(두산)와 류현진(한화)의 맞대결 가능성이 제기돼 큰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성사되지는 못했다.

팀의 운명과 자존심을 양어깨에 걸고 마운드에 오르는 에이스들. 그들의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이 프로야구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리오스와 류현진의 맞대결이 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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