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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최홍만에게 ´영웅대접´은 없다!


입력 2007.09.14 15:42 수정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데일리안 스포츠 매거진]

방송출연 논란, 질병파문 그리고 이번에는 김영현과의 대립 부추기기?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최홍만 때리기´가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 사용된 무기(?)는 다름 아닌 김영현(31)으로, 최홍만(27)의 씨름선배이자 아직 K-1 무대 신고식도 치르지 않은 선수다.

일부 매체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 마냥 둘의 라이벌 구도(앙숙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에 힘을 다하는 듯한 인상까지 줄 정도다. 대부분이 자극적인 내용으로 당사자 최홍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팬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홍만, 크기 때문이 아닌 노력하기 때문에 강한 파이터


사실 최홍만은 격투가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했을 때는 충분히 ´영웅대접´을 받을만한 파이터다.

국내 선수들은 물론 주최국 일본 선수들조차 고전하는 세계최고의 입식격투무대인 K-1에서 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기 때문. 특히, 씨름선수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단 몇 년 만에 이 같은 성과를 얻은 것은 믿기 힘들 정도의 빛나는 결실이다.

´야수´ 밥샙과 ´격투머신´ 세미 슐트를 누르고 제롬 르 밴너와 박빙의 승부를 벌일 정도의 한국 파이터 최홍만. 예전 같으면 만화에서나 있을법한 그야말로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을 최홍만은 해냈다. 우리보다 격투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은 물론 아시아의 어느 파이터도 일궈내지 못한 성과다.

혹자는 “218cm-160kg라는 어마어마한 체구를 갖춘 선수인 만큼, 이 같은 결과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 최홍만의 성과를 그의 신체조건에 의한 것으로만 선을 긋는다.

물론 최홍만의 눈에 띄는 신체조건이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에 큰 역할을 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앞면과 뒷면이 있듯, 덩치가 크다는 것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단점도 함께하고 있다.

체구가 큰 만큼 남들보다 느릴 수밖에 없고 체력소모는 더 빠르다. 작은 선수들의 메리트인 스피드와 탁월한 균형감각은 기대하기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운동 자체를 떠나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이렇게 큰 선수들 가운데 좋은 성적을 거둔 케이스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프로복싱의 니콜라이 발루예프, UFC의 팀 실비아 그리고 K-1의 세미 슐트 등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최홍만처럼 씨름에서 타격기로 전환한 경우가 아닌, 꾸준히 자신의 종목에서 오랫동안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파이터들이다.

자이언트 실바, 줄루, 몬타나 실바, 아케보노, 엠마누엘 야보로프 등 덩치 값(?)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홍만이 여기까지 올라오게된 배경에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노력이 뒤따랐을 것임은 자명하다.


최고의 성적, 대가는 최고의 비난


어찌 보면 최홍만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존재다. 최홍만은 아직까지도 마니아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격투기라는 종목이 일반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매개체가 됐으며 격투기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팬들 입장에서도 세계적인 파이터들을 상대로 한국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큰 설레임이 아닐 수 없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짜릿한 희열까지 안겨준 존재다.

그러나 최근 각종 매체들과 일부 팬들이 최홍만을 바라보는 시각은 가혹하기까지 하다. 마이티 모의 ‘물레방아 펀치’ 한 방에 무너지는 장면을 놓고, 경기 내용자체에 대한 분석보다는 이전의 잦은 방송 출연을 근거로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얼마 전에는 종양논란으로 최홍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이 같은 사건은 공중파 모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소재로 다뤘을 정도로 전 메가톤급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한 선수를 걱정하는 분위기로 가다가 막판에는 덩치 큰 ‘거인증’ 환자로 만들어 최홍만을 괴물처럼 보이게 했다.

덩치는 크지만 심성 여린 최홍만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내년에 수술을 받겠다는 최홍만 측의 항복(?) 발표가 있고 나서야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최홍만을 둘러싼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다름 아닌 씨름선배 김영현과의 ‘앙숙관계’다.

두 선수의 사이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인 듯하지만,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이것을 ‘깜’으로 삼아 부풀리고 부추기고 있다. 보다 못한 팬들은 “크게 비난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선수는 선수로서 평가하고 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최고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비난을 받아왔던 선수 최홍만, 이제는 그만 그를 링에서 활약하는 자랑스러운 코리언파이터로 봐줘도 되지 않을까. ‘대중이 밀어주지 않는 영웅은 없다’는 말이 새삼 되새겨진다.

데일리안 스포츠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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