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가면극에 ´놀아난 청와대´

입력 2007.09.10 17:13  수정

신정아씨와 수년전부터 잘아는 사이, 과테말라서도 전화

´깜도 아니다´ ´깃털´ 취급했던 외압의혹 ´몸통´으로 확대

임기말 권력형 비리의혹으로 부각된 변양균 대통령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의혹´이 사실화되는 양상이다.

변 실장과 신씨가 오래전 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으며, 7월 8일 장윤스님과 만났을 때 신씨문제를 언급한 것도, 과테말라 순방기간 중 신씨문제와 관련해 전화를 한 것도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레임덕은 없다",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춤추고 있다"며 호언장담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도 ´국민을 우롱했다´는 비난과 ´측근 감싸기로 일관했다´는 지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고소´ 등 한나라당과의 첨예한 신경전 속에 변 실장의 ´실토´가 정윤재 전 비서관 건과 함께 노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덧´ 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양대의혹을 임기말 초대형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규정, 특검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통합민주신당도 ´수용´의사를 밝힌 가운데 청와대로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청, 변양균 "안했다..."만 믿고

권력최고기관인 청와대가 결론적으로 변 실장의 거짓말에 놀아난게 됐다.

변 실장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왜 침묵하나´라는 질문에 "제가 왜 말을 안했느냐"고 반문하면서 "대변인 통해서 다 했다. 할 얘기 다 한 것 아닌가. 공무원 30년 바르게 한 사람이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또 ´과테말라 전화통화 의혹에 대해서도 "진짜 통화한 적 없다. 없는 통화내역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고 말했다.

잇따른 의혹보도에 대해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변호사를 만났고 이번주 다시 만날 것"이라며 법적 대응 언론사 대상과 관련, "변호사가 판단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그의 해명을 청와대는 적극 두둔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정 전 비서관의 부적절 처신 논라에 대해 "공직자가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 만에 하나 오해를 고려해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저희에게도 교훈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바짝 엎드리면서도 변 실장과 관련한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만났다는 사실만 가지고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단정보도하는 모습은 유감"임을 표명했다.

청와대는 줄곧 이 같은 태도를 일관해 왔고, 의혹보도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 "책임있는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고 꾸짖기도 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개인의 말만 믿고 제대로된 조사조차 없이 측근을 감싸고 돌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됐다.

10일 기자회견에서 전해철 대통령 민정수석은 "당초 본인의 해명을 믿었다"며 "과테말라 통화내역은 확인중이었는데 장윤스님과의 직접통화가 아닌 친구를 통해서 했기 때문에 빨리 알기 어려워 마무리되지 않고 확인중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측근 감싸기와 개인에 대한 해명을 대변인을 통해 공식 대응한 것이 적절한가´라는 지적에 그는 "의혹이 사실인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만남이었고 문제이기 때문에 진실로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변 실장이 법적대응 운운한 것에 대해 사과할 입장이냐는 질문에 민 수석은 "지금 (사과)그런 부분에 대해 입장을 오늘 말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면서 ´외압을 했는지에 여부´도 "확안되지 않았다"며 검찰수사를 기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몸통이냐 깃털이냐 논란은 이제부터...

9일 정성진 법무장관은 그간 검찰 수사와 관련, 변 실장의 그동안 해명과 수사상에서 불거진 정황이 다르다는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서실은 10일 오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노 대통령의 피로가 가시기도 전 이 같은 상황을 보고 했으며, 노 대통령은 이에 "원칙적으로 철저히 조사 내지 수사하고 신분을 유지 할 경우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사표를 수리하라"고 말했다고 전 민정수석은 전했다.

보고부터 사표수리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 같지만, 양파껍질은 이제막 한꺼풀 벗겨진 것. 지난달 24일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청와대는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변 실장이 과테말라에서 이 문제와 관련 통화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변 실장과 신씨의 관계에 대해 "신씨는 미술에 관심이 많고 전시회를 자주 찾는 사람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라며 "미술에 관심이 많은 변 실장은 전시회 등에서 신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지만 특별한 개인적 친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변 실장은 이 문제와 관련, 어떠한 연락도 부탁도 받은 바 없다. 변 정책실장은 청와대 불자모임인 청불회 회장으로써 불교계인사들을 만나 여론도 듣고 정책의견과 불교계 민원도 수렴해 왔다"며 "불교계 인사는 물론, 대표적 불교계학교인 동국대 인사와도 수시로 만나왔다"라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그러면서 "동국대에는 여러가지 쟁점을 둘러싸고 내분과 갈등이 있어왔고, 변 실장은 갈등 당사자의 어느쪽을 만나건 불교계가 서로 화합하기를 권유하고 설득해왔다"며 "이번에도 동국대 인사를 포함한 다른 불교계 인사들, 수십명의 스님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는 과정에서 동국대 이사이자 전등사 주지인 장윤스님과도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변 실장과 장윤스님은 지인의 소개로 지난 5월 처음 만났고, 당시 동국대 문제를 논의했다.

천 대변인은 "이후 7월경 만났던 것이 전부이다. 이 두번째 만남에서 장윤 스님이 여러가지 문제를 변 실장과 논의했고, 변 실장은 어떤 문제 든 서로 지나치게 확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면서 "그러나 이때 장윤스님이 신씨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변 실장은 기억하고 있고, 본인 또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몸통이냐 깃털이냐´의 논란은 이제부터. 먼저 변 실장과 신씨와의 관계다. 원래 유명인사로 전시회에서 자연스럽게 알게됐으며 개인적 친분은 없다는 해명과 달리 변 실장은 신씨를 예일대 후배로 알고 선후배 관계를 맺으면서 빈번한 전화통화를 했다.

대통령 순방 중 수행을 하면서도 신씨문제에 대해 변 실장이 친구를 통해 장윤스님과 약속을 잡은 것도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친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7월경 만난 것이 전부다라는 장윤스님과 변 실장과의 관계도 그렇다. 전해철 수석은 ´친구를 통해 약속을 잡았다´라는 해명에서 ´친구´의 존재에 대해 "양측을 아주 잘아는 사람으로 특정 공직에 있거나 하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공개를 꺼렸지만 핵심역할을 한 것은 사실.

3자 친밀하게 교류를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또 변 실장이 조사나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핵심은 ´직위를 이용한 외압이 있었느냐´는 것. 깃털과 깜도 안되는 의혹에서 ´몸통과 초대형급 권력형비리´로 진화하는 단계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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