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33·크로아티아)이 또다시 고배를 들고 말았다.
크로캅은 9일 (한국시간) 영국 런던 02아레나에서 열린 ‘UFC 75 Champion vs Champion´에 출전해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끝내 ’검은 암살자‘ 칙 콩고(33·프랑스)에 0-3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지난 4월 ‘UFC 70’에서 가브리엘 곤자가(27·브라질)에게 당했던 충격의 실신 KO패에 이어 2연패.
잠을 설치며 새벽에도 크로캅의 복귀전을 지켜봤던 국내 팬들은 “또 졌단 말야? 설마...”라며 눈과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특히, 곤자가전 패배를 방심에 의한 불의의 일격이라 생각했던 많은 크로캅 열성팬들은 고개를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과를 떠나 너무나도 무기력했던 경기내용에 오히려 충격은 지난 곤자가전보다 다소 덜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심리적인 공황과 노쇠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직도 낯선 옥타곤, 거리감각 장착 시급
"아직도 옥타곤이 낯설단 말인가? 이제는 슬슬 적응할 때도 됐는데…"
많은 팬들이 크로캅에게 실망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패배라는 결과보다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부진했던 경기내용에 있다.
칙 콩고는 같은 스트라이커 계열이라는 점에서 다소 까다로운 스타일의 상대가 될 수도 있지만, 기량자체를 높은 평가를 받아온 파이터가 아니었다. 그동안의 객관적인 전적이나 최근까지의 모습 역시 크로캅의 적수로는 부족했다. 적어도 이전 경기의 가브리엘 곤자가 같이 체급전선의 ´복병(伏兵)´으로 꼽기에도 무리가 따르는 파이터다.
곤자가가 크로캅을 밟고 타이틀매치 랜디 커투어전까지 직행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칙 콩고는 곤자가와 같은 타이틀도전의 길을 걷기 어렵다. 물론 크로캅을 꺾었다는 사실 자체는 위업에 가깝지만, 이렇다 할 인상적인 경기내용을 보여주지 못한 터라 그저 네임벨류 높은 선수 하나를 잡은 것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로캅의 패배가 더욱 뼈아픈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단 크로캅은 아직도 옥타곤이라는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사이드스탭을 무기로 활발하게 아웃파이팅을 펼치는 크로캅의 성향상 UFC의 옥타곤은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는 게 당초 예상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대했던 옥타곤의 긍정적인 효과는 크로캅에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형적인 아웃파이팅 스타일을 구사하는 크로캅은 그 반대의 경우에서는 스탭이 그다지 빠르지 못하다. 때문에 만만치 않은 스피드를 가진 상대가 백스탭을 부지런히 밟을 경우 쫓아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칙 콩고전에서 그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칙콩고는 부지런히 뒷걸음질 치며 긴 팔다리를 이용한 펀치와 로우킥, 미들킥 등으로 견제를 늦추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크로캅이 타격할 수 있는 사정권에 들어간 순간에는 재빨리 클린치를 하며 니킥을 퍼부었다. 타격 기회 자체를 주지 않으려 애쓴 것.
이렇듯 치밀하게 짜인 상대 전략에 크로캅은 이렇다 할 저항도 못하고 계속해서 끌려가며 답답한 경기를 펼쳐야했다. 그나마 1라운드에서는 기량의 우위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는 듯했지만, 2라운드부터 전략적으로 움직인 콩고가 자신감까지 갖게 되면서 추는 조금씩 콩고에 기울어 갔다.
혹자는 "크로캅이 상대의 스탭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럼 프라이드 시절 무너뜨렸던 많은 타격가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물론,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크로캅이 현재 거리싸움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것은 옥타곤이라는 여전히 낯선 환경탓이 크고, 그동안 두드러지지 않았던 약점(?)들이 현재의 상황과 맞물려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프라이드 링은 옥타곤보다 좁다. 그리고 코너마다 포스트가 세워져있는 사각 링이다. K-1 시절부터 크로캅에게 너무도 익숙한 무대로 사냥꾼 스타일인 크로캅은 도망가는 상대를 곧잘 코너에 몰아넣고 매서운 타격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옥타곤에서는 이렇게 몰아가는 노하우도 부족할뿐더러 공간 자체에서부터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난다. 때라서 스탭 하나, 회전반경 한 번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그의 스타일상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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