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잇단 교체…‘시작도 하기 전에’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9.08 10:36  수정

부상-기량미달, 뚜껑도 열기 전에 중도 하차

교체선수도 드래프트 참가자에 한정, 질적 하락 우려

외국인 선수 제도는 한국 프로농구에 있어 또 한 번 양날의 검이 될 것인가?

2007-08시즌 프로농구 개막이 어느덧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벌써부터 외국인 선수 문제로 인해 각 구단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7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된 20명의 외국인 선수들 중 마크 샌포드(대구 오리온스), 모하메드 워니(인천 전자랜드), 제임스 페니와 실베스터 모건(이상 울산 모비스) 등이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보따리를 싸야하는 신세가 됐다.

샌포드의 경우, 연습경기도중 왼쪽 무릎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어 부득이하게 교체됐다고는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사유는 대부분 기량미달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위에 언급한 팀들을 제외하고 벌써 3~4개 구단에서도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과 잠재력에 의문부호를 갖은 채 교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지난해에도 시즌이 개막되기 전에 부상이나 기량 등의 사유로 외국인 선수가 교체되었던 사례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는 자유계약제도여서 만일 외국인 선수가 팀에 맞지 않는다 싶으면 차라리 시즌 전에 빨리 바꾸는 게 유리했고, 쓸 만한 대체 선수를 구하기도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그러나 드래프트제로 바뀐 올 시즌에는 작년과 달리 7월 드래프트에 참가했던 외국인 선수들로만 교체가 제한되었다. 당시 현장에 참가했던 외국인 선수는 불과 70여명, 이미 트라이아웃 당시에도 쓸 만한 선수가 부족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던 가운데, 그나마 현장에서 프로 감독들의 눈으로 직접 합격점을 받은 선수 20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이 이들보다 크게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드래프트 탈락자들 역시 언제 올지 모르는 KBL의 부름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이미 몇몇 선수들은 또 다른 해외리그에 선발되었거나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지금같은 비시즌보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에 부상이나 태업 등으로 부득이한 교체 사유가 발생할 경우다. 대체 선수를 뽑으려 해도 정작 필요한 선수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드래프트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KBL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농구팬들이 가장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기량 미달로 인한 프로농구의 질적 하락이다. 출범 10년을 넘긴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각 팀 성적과 리그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대했다.

드래프트제로 인한 외국인 선수의 수준 하락으로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늘어나리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지난 시즌까지와 차별화되는 볼거리나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팬들의 흥미만 반감시키고 리그 수준이 프로농구 초창기로 퇴보하는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제도의 효율적인 운영도 중요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대안은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농구’를 개발하는데 있음을 KBL과 프로구단들은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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