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칠´ 롯데…지독한 엇박자 라인업

입력 2007.09.06 15:29  수정

부상 신음하던 이승화 이제야 복귀

라인업에 위치한 선수들 상승세와 부진, 시즌 내내 엇갈려

‘조금만 빨랐다면…’

부상에 시달리던 외야수 이승화(25·롯데 자이언츠)가 돌아왔다.

롯데는 5일 이승화를 1군에 등록하고 김문호(20)를 2군으로 내렸다. 1군으로 돌아온 이승화는 5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2007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와의 홈경기에 9회말 교체 출장해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너무나도 뼈아픈 이승화 공백, 그리고 연쇄 부진

지난 6월 왼쪽 손등과 인대를 다쳤던 이승화는 무려 77일 동안 재활을 거쳤다. 그것도 4강 진출을 위해 촌각을 다투고 있던 시기라 아쉬움은 더했다. 시즌 중 주전선수의 이탈은 팀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승화는 중요한 1번 타자로 뛰며 롯데의 상승세에 크게 기여했다. 부상 전까지 0.306의 타율과 0.367의 출루율로 준수한 1번 타자의 역할을 해왔다. 도루가 7개에 불과한데다 실패도 무려 7번이나 했지만, 이승화의 빠른 발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이승화가 정상적으로 뛰었다면 롯데는 기동력을 앞세워 좀 더 향상된 공격력을 선보이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승화가 이탈하자 롯데 라인업은 말 그대로 중심타자 이대호(25)의 ‘고군분투’ 그 자체였다.

마침 무더위가 시작되던 7월. 3할대 타율을 넘나들던 내야수 정보명(27)과 이원석(21)의 타격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여름에 맞이한 ‘롯데 라인업 위기’였다.

정보명의 7월 타율은 고작 0.207에 불과했고 이원석도 그와 비슷한 0.213로 부진했다. 결국 이때 순위 경쟁에서 쳐지기 시작한 롯데는 5할 승률에 복귀하지 못하고 5~6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승화가 전력에서 이탈한 동안 롯데가 거둔 성적은 52경기 23승1무28패. 그 전까지 61경기에서 27승2무32패를 거둔 것과 외형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모처럼 ‘날쌘돌이’ 정수근(30)이 서머리그 들어 롯데 이적 후 가장 강렬한 활약을 펼쳤고, 송승준(27)도 당당히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분명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이승화가 있었다면’이란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올 법하다.


‘완전 실패’로 끝난 외국인 타자 영입

롯데는 시즌 중 외국인 선수를 두 번이나 교체했다. 문제는 두 번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것.

지난해에 이어 연장 계약을 체결했던 펠릭스 호세(42)는 구단의 조급증으로 인해 23경기 만에 퇴출 칼바람을 맞았다. 호세의 대안인 에두아르도 리오스(35)는 더 심각했다. 리오스는 기대를 크게 저버린 채 아예 수비형 선수로 전락했다. 외국인 선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9번 타자로 나서는 굴욕도 있었다.



물론 리오스는 굉장히 성실하고 진지했다. 그러나 롯데는 성실한 선수에 앞서 좋은 성적을 올릴 선수가 필요했고, 나아가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가 절실했다. 결국 리오스도 38경기 만에 롯데 유니폼을 벗었다. 리오스에 이어 한국 땅을 밟은 선수는 로버트 페레즈(38)였다.

페레즈는 그나마 34게임에 출장해 6홈런 24타점으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는 힘을 못 쓰더니 팀이 포스트시즌 도전을 접자마자 맹활약하고 있어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LG 트윈스와의 사활을 건 3연전을 모조리 내준 이후 최근 3경기 연속 멀티히트 행진이다. 홈런도 2개나 기록했다.

이 3명의 기록을 합치면 롯데가 올해 얼마나 ‘용병 농사’에 실패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올해 롯데가 기용한 3명의 외국인 타자는 95경기에 출전해 347타수 88안타(타율 0.254) 9홈런 53타점을 합작했다. 프로야구 최고 타자라고 손꼽히는 이대호와 함께 중심타선에 섰던 선수가 낸 성적으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성공한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는 다른 팀의 선수들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확연해진다. 클리프 브룸바(33·현대)는 25홈런 77타점 타율 0.313을, 제이콥 크루즈(34·한화 이글스)는 21홈런 76타점 타율 0.320을 기록했다. LG의 페드로 발데스(34)도 13홈런 71타점 타율 0.288로 이들 보다는 훨씬 나았다.

팀 내에서 가장 비슷한 기록을 낸 선수는 포수 강민호(22). 강민호는 112경기에 출장해 0.258의 타율과 9홈런 57타점을 기록했다. 결국 올해 롯데는 외국인 타자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셈이다.

이대호에 버금가는 공격력을 보여줘야 할 외국인 타자가 수비에 신경을 써야 하는 주전 포수 강민호의 타격 기록과 비슷했다면 더 논의할 가치도 없다. 오히려 유망주의 출장을 더욱 늘리는 것이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

롯데 라인업의 지독한 ‘엇박자’.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꿨던 팬들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회자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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