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준비된’ 미국 배워야할 때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9.04 11:54  수정

미국, 철저한 준비와 사명감으로 전승 우승

미국농구가 3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2007 FIBA 아메리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한국농구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통산 5번째이자, 2003년 이후 4년 만에 정상을 차지한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대회 포함, 파죽의 10연승으로 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와 함께 2위까지 주어지는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진출권도 자동으로 획득했다.


미국농구의 우승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코비 브라이언트, 제이슨 키드,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소니 등 NBA(미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총망라된 대표팀은 개막전부터 이미 강력한 우승후보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대회 내내 명성에 걸맞은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지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고배를 안겼던 천적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도 두 번 모두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단순한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 이번 아메리카선수권의 우승은 미국농구가 2006년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대표팀의 체질개선과 세대교체 작업이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미국 농구는 2000년대 들어 국제무대에서 뚜렷한 하향세를 겪었다. 이는 NBA의 명성에 안주하며 세계농구의 성장을 과소평가하던 자만심이 초래한 결과였다. 이제 미국도 단순히 프로스타들의 이름값만 믿고 부랴부랴 급조한 팀으로는 세계무대 정상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할 시대가 온 것.

미국대표팀의 성공 요인은 그들에게 있어 연속성과 확고한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마이크 슈세프스키 듀크대 감독을 중심으로, 전임감독제와 상비군제도의 정착을 통해 대표팀의 체계가 잡혔고, 선수들 대부분이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까지 대표팀에 봉사하겠다는 서약을 받아냈다.

세대교체 이후 첫 선을 보였던 지난해 일본 세계선수권에서 미국은 또다시 정상탈환에는 실패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변화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오히려 젊은 선수들이 국제룰과 세계 대회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으며,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꾸준히 약점을 보강해나갔다. 단기간의 결과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확고한 비전아래 대표팀의 체계를 유지한 미국농구의 ‘연속성’과 아낌없는 ‘투자’에서도 저력을 찾을 수 있다.

아직 베이징올림픽이 1년이나 남아있지만, 많은 이들은 미국대표팀이 지금의 전력을 유지할 경우 내년 본선에서도 유력한 우승후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선수들이 이름값은 예전부터 화려했지만, 무엇보다 경계심을 자아내는 것은 지금의 팀이 역대 대표팀 중 가장 ‘준비가 철저한 팀’이라는 강점 때문이다.

한국 남자농구도 최근 몇 년간 베이징올림픽을 목표로 세대교체를 추진해왔으나 지난 7월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시며 올림픽 본선진출이 또다시 좌절됐다. 공교롭게도 한국 농구는 프로화 도입이후, 번번이 올림픽 무대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더 큰 고민은 앞으로부터다. 14개월간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추진해왔던 최부영 감독의 임기가 끝남에 따라 차기 사령탑은 여전히 안개 속이고, 남자농구의 숙원과제인 전임감독제와 상비군제도는 KBL와 농구협회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여자농구와 청소년대표팀이 최근 세계무대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지만, 한국농구의 장기적 비전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내년에는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 플레이오프가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한 한국은 레바논과 함께 아시아 대표로 참가해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의 세계적 강호들과 경쟁해야한다. 아메리카 지역예선에서는 3~5위를 차지한 푸에르토리코, 브라질, 캐나다가 참가한다.

한국농구도 이제 세계무대의 급변하는 흐름에 눈을 돌려야할 때다. 준비 안 된 팀은 세계무대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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